100만 달러↓ 외국인 투수의 명과 암

입력 2019-04-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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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헤일리(왼쪽)-SK 다익손. 사진|스포츠코리아·스포츠동아DB

1998년 외국인 선수가 처음으로 KBO리그에 등장했다. 빅리그 무대를 단 한 번도 밟지 못한 더블A, 트리플A 선수들이 주요 스카우트 후보였다. 그러나 더 실력 있는 외국인 선수가 필요했던 각 구단은 연봉 인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2000년 20만 달러, 2005년 당시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 수준인 30만 달러로 연봉 상한선이 올랐다. 이 규정은 2014년까지 유지됐다. 이미 이적료 100만 달러, 연봉 100만 달러 선수가 존재했지만 30만 달러 규정은 협상용 카드로 잘 활용됐다.

2014년 KBO는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을 완전 폐지했다. 곧바로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시작됐다. 과거에는 생각치도 못했던 거물급들이 KBO리그 유니폼을 입었다. 이때부터 고비용저효율 문제가 제기됐고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KBO리그에 데뷔하는 외국인 선수에 한해 총액 100만 달러 이하 계약 규정이 신설됐다.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는 선수들이 과연 KBO리그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우려가 뒤따랐다. 리그 수준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데뷔시즌 100만 달러 이하 연봉을 선택한 외국인 선수는 올 시즌 KBO리그에 총 19명인데 대부분 20대 후반 나이다. 시즌 초반 어떤 성적을 보이고 있을까?

삼성 라이온즈와 90만 달러에 계약한 저스틴 헤일리(28)는 15일까지 이닝당출루허용(WHIP) 0.72로 리그 1위를 기록 중이다.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포심 패스트볼이 위력적이다. 이제 25세인 브록 다익손(SK 와이번스)도 0.86의 WHIP를 기록 중이다. 같은 나이인 롯데 자이언츠 제이크 톰슨도 0.93의 WHIP로 활약하고 있다. 모두 리그 ‘톱5’ 수준이다. KIA 타이거즈 조 윌랜드(29),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30), 키움 히어로즈 에릭 요키시(30) 등 30세 이하 투수들도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삼성 덱 맥과이어(WHIP 2.24)처럼 기대 이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 투수도 존재하지만 100만 달러 이하 새 외국인 투수는 우려했던 모습 대신 팀 선발 로테이션을 잘 소화하며 KBO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메이저리그 각 팀의 25인 엔트리 운영 방식의 변화가 있었다. 이미 몇 해 전부터 빅리그 팀들이 핵심 유망주의 성장을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짧아지고 있었다. 이 흐름 속에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나이 외국인 투수들이 도전보다는 현실, 100만 달러 이하 연봉을 받고 KBO리그를 선택했다. 좋은 성적을 내면 200만 달러에 가까운 연봉으로 재계약이 가능하고 일본리그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아직 시즌은 길지만 100만 달러 이하 새 규정은 영리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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