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꿈 같은 일이죠” 아이처럼 좋아한 ‘소녀 감성’ 배선우

입력 2019-08-14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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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메이지컵서 JLPGA 투어 첫 우승
요샌 편의점 음식 대신 자연식 즐겨
가을 시즌 첫 메이저 정상 도전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배선우(25·삼천리)의 목소리는 천진난만한 아이마냥 들떠있었다. 어린 시절 막연히 동경했던 무대에서 정상을 밟았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진출 후 첫 번째 우승을 차지한 배선우는 13일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막혀있던 무언가가 뻥 뚫린 기분이다. 올 시즌 준우승만 3번을 했는데 마침내 우승을 했다. 함께 일본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께도 좋은 선물을 드리게 돼 기쁨이 두 배다”고 밝게 웃었다.

배선우는 11일 일본 삿포로 국제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홋카이도 메이지컵에서 테레사 루(32·대만)를 연장에서 꺾고 정상을 밟았다. 짜릿한 순간이었다. 올해 JLPGA 투어 진출 후 3차례 준우승 아픔을 잊는 첫 우승 그리고 주니어 시절 동경의 무대로 삼았던 대회에서 챔피언이 됐다는 점은 배선우를 소녀처럼 미소 짓게 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09년 전미정(37) 선배가 메이지 초콜릿컵(당시 대회명)에서 우승하시는 장면을 TV로 지켜봤다. 부상으로 주최사 과자를 잔뜩 받는 모습이 어찌나 부러웠던지 모른다. 그날 이후 JLPGA 투어 진출을 목표로 삼게 됐다. 메이지컵 역시 언젠가 꼭 한 번 우승해야겠다는 마음도 생겼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통산 4승을 거둔 배선우는 지난해 11월 퀄리파잉 토너먼트 거쳐 열도로 향했다. 국내에서 안정된 삶이 보장돼 있었지만, 어릴 적 꿈을 간직한 채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이러한 배경을 잘 아는 동료들은 배선우의 첫 우승 소식이 알려지기 무섭게 뜨거운 축하를 보내왔다.

“이날 KLPGA 투어는 물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경기가 모두 있었다. 그런데도 고진영과 이정은6, 지은희, 김지현, 박소연 등 정말 많은 동료들이 문자와 전화로 축하를 건네줬다. 김아림은 ‘언니, 빨리 한국으로 와서 우승 턱을 내라’며 재촉을 하더라. 이렇게 많은 연락을 받으면서 ‘내가 인생은 헛살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예상보다 큰 축하를 받아 놀랐다는 배선우는 “원래 이번 가을에는 KLPGA 투어 출전 계획이 없었는데 감사를 전하러 국내를 잠시 들러야할지도 모르겠다”며 싫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첫 해외 무대를 소화 중인 배선우는 올해 4월 국내에서 열린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 출전 당시 “일본에선 편의점 음식을 즐겨 먹는다. 편의점 포인트를 모으는 재미로 살고 있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다만 일본 생활 반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편의점 음식은 이제 조금 질렸다. 요새는 낫또와 같은 자연식과 초밥이나 소고기 전골로 기력을 보충하고 있다. 아무래도 거처 없이 일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체력 회복이 쉽지 않더라. 컨디션 관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경험담을 밝혔다.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귀중한 목표를 달성한 배선우에겐 이제 메이저 우승이라는 새 과제가 주어졌다. JLPGA 투어는 9월과 10월, 11월 한 차례씩 메이저대회를 진행한다.

배선우는 “사실 올해는 개인적으로 ‘우승 안식년’으로 여겼다. KLPGA 투어에서 2016년 2승, 2018년 2승을 거둬 홀수 해는 건너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우승 기회를 3번이나 놓치면서 욕심이 조금 생겼다”면서 “이번 우승으로 큰 짐을 놓은 기분이다. 앞으로 메이저대회들이 연달아 열리는데 컨디션 조절을 잘해서 JLPGA 투어의 메이저 퀸이 되고 싶다. 이번 가을 시동 한번 제대로 걸어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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