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농염주의보’ 박나래 일문일답 #도전의식 #19금 #뜻밖의 임신계획 (종합)

입력 2019-10-23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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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박나래였다. 60여명의 취재기자들을 들었다 놨다하면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뛰어난 재치와 센스. 기자간담회가 아니라 마치 코미디쇼의 한 순간을 보는 듯 했다. 왜 그가 대세 예능인으로 자리 잡았는지, 대한민국 여성 코미디언 최초로 스탠드업 코미디쇼에 도전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는 1시간이었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는 박나래가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았던 그녀만의 비방용 이야기를 대방출한 스탠드업 코미디쇼로 지난 16일 넷플릭스에서 첫 공개됐다. 홀로 마이크를 든 채 취재진 앞에 선 박나래는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를 선보이게 된 소감과 준비 과정, 향후 계획과 목표 등에 대해 전했다. 다음은 박나래와 나눈 일문일답.

Q. 대한민국 여성 코미디언 최초로 스탠드업 코미디쇼에 도전했다.

A. 주로 콩트를 해온 개그맨이었고 스탠드업 코미디쇼는 첫 도전이라 쉽지 않았다. 지난해 겨울 회사 이사님께 ‘3년 후쯤 내 이름을 건 쇼를 해보면 어떨까’라고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빨리 하게 될 줄 몰랐다. 회사와 넷플릭스의 아주 강력하고 빠른 추진력으로 성사됐다. 내가 잘하는 분야가 아니어서 부담도 걱정도 컸다.


Q. 공연은 어떻게 준비했나.

A. ‘코미디 빅리그’를 함께한 작가님들과 함께 구성했다. 개그맨 후배들의 무대도 참고했고 넷플릭스의 기존 스탠드업 코미디 영상도 찾아봤다. 엘리 웡의 쇼를 감명 깊게 봤다. 정말 멋있더라. 임신을 한 상태에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빨리 임신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안 해봤으니까 재밌을 것 같다(웃음).

Q. 다양한 소재 가운데 왜 ‘성’을 소재로 했나.

A. 본인이 가장 편하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소재로 하는 게 좋더라. 나는 정치는 전혀 모른다. 누굴 디스하는 것도 못하는 사람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중에 방송에서 못 했던 것, 국가가 나를 막았던 것을 생각해봤다. 섹스터치 코미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대한민국 연예인이 성적인 이야기를 쿨하게 터놓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성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걱정했지만 다행히 은퇴를 안 하게 됐다. 넷플릭스 PD님이 많이 편집해주신 덕분이다(웃음).


Q. 수위에 대한 반응이 갈린다. ‘너무 세다’는 반응도 있고 ‘생각보다 약하다’는 반응도 있더라. 수위에 대한 본인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A. 넷플릭스와 스탠드업 코미디를 좋아하는 분들 가운데 ‘약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더라. 또 어떤 분들은 내 의도와 맞물려서 ‘69금 수준’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더라. 개인적으로 조금 더 가도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공연 전 리허설을 통해 센 이야기가 조금 빠져서 아쉽기도 하다. 다음 공연이 있다면 좀 더 세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땐 더 날아보도록 하겠다.


Q. 주변의 다른 여성 연예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A. 주변에서는 ‘언젠가 할 줄 알았다’고 하더라. 리허설 때 도움도 많이 받았다. 어디서 말 못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전해줘서 공연에 담아내기도 했다. ‘괜찮겠냐’고 걱정한 분들도 사실 있지만 ‘박나래니까 하는 공연’이라고 해줘서 고마웠다.

Q. 전국 투어도 마쳤고, 넷플릭스에서도 영상이 공개됐다.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

A. 100점 중에 50점 주고 싶다.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겠다. 앞으로 좀 더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에 절반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Q. ‘박나래의 농염주의보’가 개그맨 박나래에게 가지는 의미는.

A. 본인 이름을 내건 무대를 선보이는 건 개그맨들에게는 로망이자 꿈이다. 나는 아직 자격이 부족한 것 같아서 정말 많이 떨었다. 세트도 소품도 파트너도 없이 입담 하나로 웃겨야 했는데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많은 분들이 웃어주고 함께 즐겨주셨다. 첫 공연하는 날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정말 감격스럽고 감사한 자리였다.


Q. 기억에 남는 관객이 있나.

A. 아주 멋있는 60대 신사 분이었는데 정말 못 잊을 것 같다. ‘내가 이 개그로 저 분을 웃길 수 있을까’ 싶었는데 박장대소를 하시더라. 옆에 앉을 사람을 치면서 껄껄껄 웃으셔서 정말 뿌듯했다. 내 공연을 남성분들도 좋아해주셔서 정말 다행이었다.

Q. 공연 후 스스로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

A. 스스로에게, 특히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감이 없었다. 그런데 하면 되는 거더라. 내가 믿고 있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니까 관객들도 알아줬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이번 공연은 치트키(性)를 썼는데 다음 공연에서는 아예 다른 주제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임신 출산 결혼 후에는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2탄이 만들어질 것 같다.


Q. 넷플릭스를 통해 약 190개국에 영상이 공개됐다. 해외 진출에 욕심이 있거나 혹시 제안받은 바가 있나.

A. ‘해외에 가면 참 좋을 텐데’ 라고 생각했는데 그 누구도 언급을 안 하더라. 사비를 털어서 하지 않는 이상 제안은 전혀 안 들어올 것 같다.


Q.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나 무대가 있다면.

A. 나는 욕심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다. 지금까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많이 이뤘는데 실현되지 않은 단 하나는 격정 멜로의 주인공이다. ‘최고 수위의 노출까지도 감행할 수 있다’ ‘대역을 쓰지 않고 내 몸으로 전라 노출을 찍을 수 있다’고 했는데 단 한 명도 연락이 오지 않더라. 연기 전공 출신이다. 정극에 대한 목마름이 항상 있다. 기회가 된다면 연기도 해보고 싶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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