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사바하’ 박정민 “준비한 게 없어서 난감, 오직 연기만 했다”

입력 2019-02-19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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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사바하’ 박정민 “준비한 게 없어서 난감, 오직 연기만 했다”

피아노 연주에 랩까지 배우며 캐릭터를 완성했던 배우 박정민이 영화 ‘사바하’에 대해선 “준비한 게 없어 난감하다”라고 말했다.

“솔직히 ‘사바하’를 위해 무언가를 배우거나 준비를 한 게 없어서 난감해요. 오죽하면 탈색한 것을 노력이라고 봐주셨겠어요. 그건 미용사 분이 노력하신 거죠. (웃음) 저는 ‘사바하’에서 연기만 열심히 했습니다. 대본만 봤어요.”

영화 '사바하'는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이정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연기에만 몰두한 박정민은 ‘사바하’ 나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했다. 미스터리한 인물이기에 관객들에게는 불친절하지만, 박정민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과 낮게 깔린 음성으로 관객들을 나한의 세계로 안내한다.


“나한의 기본적인 정서는 추위였어요. ‘추워보였으면 좋겠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나한은 춥습니다. 곁에 아무도 없는 나한에게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빛이 될 것’이라고 말해주면서 악귀를 잡으라고 하죠. 사이코패스가 아닌데 아이들을 죽이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어요. 그런 나한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그리움이에요. 제가 가장 쓸쓸하게 느꼈던 부분이죠. 괴로울 때마다 엄마를 찾는 기본적으로 아주 나약한 아이예요.”

평소 스릴러물 마니아인 박정민은 “촬영하면서 오싹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죽은 아이들이 등장할 때는 ‘이따 집에 가서 큰일 났네’ 싶더라”고 촬영 현장을 추억하며 ‘사바하’에 대한 팬심을 나타냈다. 그는 “‘사바하’를 정말 좋아한다. 감독님의 세계관, 이 영화 자체의 팬이다. 그 이야기에 맞게 연기를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포인트를 설명했다.

“제가 돋보이려는 욕심이 전혀 없었어요. 보통은 어떻게 하면 장면을 풍성하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마련인데 ‘사바하’에선 장면의 목적 자체가 중요했거든요. 장면 자체가 목적이고 기능이었어요.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 역할을 수행했죠. 감독님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충실하게 구현할 때 훨씬 긴장감이 형성되더라고요. 리듬, 앵글, 카메라와 함께 연기를 해야 했고 그래서 연기하는 입장에서 신경 쓸 게 많아 힘들었어요.”


무교지만 유신론자며 “기본적으로 뭔가를 믿지 않는 편인데 마음을 열면 과할 정도로 믿어버린다. 또 누군가에게 잘 의지하지 않지만 누가 나에게 의지하면 반갑다. 스스로를 강하게 키운다. 굳이 다른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자기소개를 했다. 답변에서 감정의 격동 시기를 지나온듯한 느낌을 받았을 때, 박정민은 “집필, 연극 등 해보고 싶은 건 많다. 하지만 혼자만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피아노를 친다든지 랩 가사를 쓴다든지, 혼자 집에서 해보고 싶은 건 많은데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건 힘들어요. 잘하지 못하는데 연기자라는 이유로 어딘가에서 내세우는 건 창피한 행동이더라고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는 것,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창작은 취미로 하고요. (웃음) 음.. 시나리오는 써놓은 게 많아요. 단편이고요. 여러 가지 중에 하나를 소개하자면 1분 분량의 SF 장르도 있어요. 언젠가는 만들고 싶어요. 카메라 하나만 있으면 돼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지는 않죠. 그런데 충동적으로 시작했다가는 충동적으로 끝날 수 있어서 조심스러워요.”


그러면서 “갈수록 뚝심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주변 형들이 ‘대중성을 염두에 두라’고 말한다. 근데 나 대중영화 많이 하는데 왜 그러는지(웃음)”라며 자신의 연기관을 덧붙였다.

“저는 새로운 이야기를 위주로 검토하려고 하거든요. 그런 말을 했던 형들에게는 ‘그냥 내 DNA가 그런가봐’라고 답했는데 저도 가끔씩은 ‘내가 너무 의지를 갖고 거부하려고 하나’라고 자책을 하죠. 그냥 제가 출연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였으면 해요. 상처받는 말도 많이 들었고 예전에는 상처를 많이 받았었는데 요즘에는 견고하게 제 생각을 가지고 가니 상처를 덜 받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사바하’는 저에게 새로운 영화였죠. 욕심 부리지 않는 영화라서 좋았고 특정 캐릭터가 두드러져서 균형을 무너트리지 않아서 좋았고, 말하고 싶은 세계를 담담하게 그려내서 좋았습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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