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준한 “괴로운 사랑을 해 봤기에 권기석처럼 못 해요”

입력 2019-07-1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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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의 ‘박열’ 속 일본 검사로 낯익은 김준한은 “가짜로 연기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버리지 않고 있다. MBC ‘봄밤’ 속 활약은 그래서 더욱 빛나 보인다. 사진제공|씨엘엔컴퍼니

■ MBC 드라마 ‘봄밤’ 찍고 한결 더 성숙해진 김준한

‘봄밤’은 내 연기 인생에 터닝포인트
완벽함 집착…이제 내려놓는 법 배워
가짜 연기 하지 않는 철학 지켜나갈 것


“‘봄밤’을 하고 나서야 실수를 용납할 수 없었던 스스로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됐어요.”

연기자 김준한(36)에게 11일 종영한 MBC 드라마 ‘봄밤’은 “일종의 전환점”이 됐다. 완벽해야만 완성된다고 여겼던 연기 안에 “실수를 극복하는 과정”도 포함돼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우쳤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가 연기자로서 한 뼘 더 성장한 배경에는 ‘봄밤’에서 호흡을 맞춘 베테랑 연출자 안판석 PD의 힘이 작용했다.

김준한은 ‘봄밤’에서 전 연인 한지민에 집착하는 권기석 역을 소화했다. 한지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갖은 애를 쓴 까닭에 드라마 애시청자 사이에서는 “집착남”으로도 불렸다. 16일 서울시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준한은 이에 “나 또한 과거에 서툴고 괴로운 사랑을 해봤기에 비틀린 집착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실제의 나라면 그렇게 못 했을 것이다. 상대방을 괴롭히는 게 사랑은 아니지 않냐”라고 말했다.

진득한 멜로를 연기했지만 정작 스스로는 “연기에 푹 빠져 연애를 못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완전무결한 연기를 해내겠단 욕심” 때문에 심적 여유가 좀처럼 생기지 않은 탓이다. 스스로에 엄격했던 그는 “반복 없이 찍을 것만 찍는” 안판석 PD의 촬영 방식을 통해 “내려놓는 법”을 배우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김준한은 “현장에서 스스로 ‘부족하지 않을까’ 의심한 장면마저 작품의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안 PD의 교훈은 삶에 대한 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준한은 “전엔 작은 실수들에도 겁을 냈지만 이젠 그저 무탈하게 살면 그만이란 생각”이라며 “평소엔 재미있게, 일할 때에는 치열하게 사는 ‘단순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MBC 드라마 ‘봄밤’에서의 김준한. 사진제공|제이에스픽쳐스


김준한은 연기자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지만 그룹 이지(izi)의 멤버로 2005년 데뷔했다. 노래 ‘응급실’로 유명한 밴드의 드러머였던 그는 2011년 몇몇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전향했다. 김준한은 “훗날 ‘내가 연기했으면 잘했을 텐데’ 하는 비겁한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회상했다. 또 “음악을 할 때에는 뿌연 안개 속을 걷는 느낌이었지만 연기를 하면서 그것이 확 걷힌 기분이 들었다”며 “비록 연기자로서 갈 길이 멀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즐겁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렇게 연기에 뛰어든 김준한은 약 30편의 단편영화를 거쳐 2017년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로 빛을 봤다. 영화 ‘허스토리’,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MBC ‘시간’ 등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확실한 성장세를 걷고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준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면서 “전작에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고자 노력했는데 조금씩이라도 성과를 거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뿌듯해했다.

연기자로서는 “가짜로 연기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키고 싶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질타하고 배척하는 인물일지라도 연기를 하는 나 자신은 역할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연기자로서 의무이자 책무라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김준한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삶을 표현하고 싶다. 그렇기에 어떤 작품을 만날지 기대된다”며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나아갈 것”이라고 마음을 다지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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