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지은 작가 “꿈 같은 검법남녀 대박, 법의관 남편 도움 컸죠”

입력 2019-07-30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MBC 드라마 ‘검범남녀’의 시즌제 성공에 기여한 민지은 작가는 “법의학이라는 전문성이 강한 소재에 휴머니즘 에피소드의 조합을 좋아해주신 것 같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인 남편의 경험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민지은 작가

■ 탄탄한 스토리·디테일한 표현…‘검법남녀 시즌1·2’ 히트 작가 민지은

8년 전부터 밑그림 그린 ‘검법남녀’
국과수 취재하다 우연히 남편 만나
시즌3요? 불러준다면 당장 써야죠


29일 종영한 MBC ‘검법남녀’ 시즌2는 지상파 채널에서 보기 힘든 시즌제 드라마로 정착했다. 이미 지난해 시즌1 방송 후 속편 제작에 대한 시청자 요청이 쇄도한 드라마는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세밀하게 표현해낸 인물, 감정의 변화, 극적 장치 등으로 시청자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재영·정유미·오만석 등 전편의 주인공들도 흔쾌히 참여하면서 시즌 드라마의 안착에 기여했다.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어우러지도록 만들어낸 또 다른 주역이 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촘촘하게 얼개를 짠 민지은 작가(42)다. 마지막 회 대본 집필을 마치고 시청자 반응을 기다리고 있던 민 작가를 25일 서울 여의도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의관인 남편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웃었지만, 책상에는 3년 동안 드라마에 공을 들인 흔적으로 가득했다. 탁상달력에도 방영 날짜와 매회 집필 계획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 “시즌3, 불러주면 당장 달려가죠!”

민지은 작가는 드라마의 인기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평균 10%(닐슨코리아)에 가까운 시청률로 경쟁작 가운데 가장 높았다. 국과수를 배경으로 괴짜 법의관(정재영)과 열혈 검사(정유미)가 공조해 사건을 해결하는 치밀하고 스릴 넘치는 이야기에 많은 시청자가 열광했다. 그에게 시즌2는 “꿈같은 일”이었고, 벌써 시즌3 제작을 바라는 시청자를 만날 때면 “가슴이 두근두근한다”고 말했다.

민 작가가 3년 동안 준비해 내놓은 ‘검법남녀’는 사실 8년 전부터 그의 머릿속에서 밑그림이 그려졌다. 프리랜서로 드라마 ‘싸인’(2011)의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김은희 작가의 글을 접하고는 법의학의 매력에 푹 빠졌다. 취재차 국과수를 자주 찾으면서 우연한 기회에 남편을 소개받아 2015년 결혼한 것도 어쩌면 운명이었을까.

“남편뿐만 아니라 많은 분을 인터뷰하고 국과수를 견학하는 등 사전조사를 철저히 했어요. 전문용어나 국과수에서만 쓰는 표현 등은 남편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부검 장면이나 디테일한 표현도 남편이 옆에서 많은 도움을 줬죠.”

드라마 ‘검법남녀’는 피해자를 부검하는 괴짜 법의학자와 가해자를 수사하는 검사가 공조해 사건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 해결하는 이야기다. 시즌1은 지난해 5월14일부터 7월17일까지 방영하며 최고시청률 9.6%(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종영 직후 쏟아지는 시즌2 제작 요청에 1년 만인 올해 6월3일 시즌2를 시작했다. 시즌1·2에 모두 출연한 정재영(오른쪽)이 극의 중심을 잡아 정유미(왼쪽), 오만석 등과 함께 드라마 인기를 견인했다. 연출은 노도철 PD, 대본은 민지은 작가가 맡았다. 사진제공|MBC


두 편의 드라마를 집필하면서 자신이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도 확실하게 깨달았다. “저를 불러주는 곳이 있는 한 계속 글을 쓰고 싶다”는 그는 “시즌3 말만 들어도 너무 좋다”며 “불러주시면 당장 달려가겠다”며 웃었다.

민 작가는 학창시절 꿈이었던 소설가에 한 발짝 다가간 것 같아 감회가 남다르다. 신춘문예를 준비하기 위해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그는 한창 진로에 고민하고 있던 4학년 때 영화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의 강연에 감동해 곧장 “일주일 동안 이력서를 작성”해 취업했다. 이곳에서 9년간 영화 마케터로 일하며 배운 것을 홀로 펼쳐보고 싶은 마음에 홍보대행사를 차리기도 했다. 각종 영화를 홍보하며 영화사 JK필름의 윤제균 감독과 인연이 닿아 영화 ‘스파이’ 시나리오를 각색하고, ‘히말라야’의 공동작가로 이름을 올리는 기회를 잡았다. 그러다 문득 “직접 판을 짜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작가라는 옛 꿈을 다시 끄집어냈다.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 마케터로는 이름이 많이 나왔지만, 작가로는 ‘스파이’가 처음이었어요. 마케팅 관련 일을 하면서 경험한 것이 작가의 길로 이끌어줬죠. 인생의 중요한 시점마다 제 주변에 사람이 있었어요. 심재명 대표님, 윤제균 감독님, 첫 드라마인 ‘오래된 안녕’ 김희원 PD님 그리고 ‘검법남녀’ 노도철 PD님. 좋은 분들 덕에 이만큼 올 수 있었어요.”


● “가족 이야기도 도전하고 싶어요”

민지은 작가는 서울 관악구의 자택과 작업실이 있는 여의도를 오가며 출퇴근한다. 아침마다 다섯 살 딸을 유치원 등원시키려 아무리 일이 늦게 끝나도 밤샘 작업은 하지 않는다. 작업실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많을 때는 “온 가족이 총출동해 아이를 봐 준다”는 그는 “딸이 태어나자마자 일하는 엄마 모습을 봐서 그런지 ‘쿨’한 편”이라며 미안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대본이 아무리 늦게 나와도 처박혀 있지 않으려고 해요. 함께 일하는 작가들에게 ‘죽을 거 같은 순간이 오지만,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차이’라고 말해요. 힘들지만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몸무게가 12kg 빠지긴 했지만요.”

민 작가는 ‘검법남녀’를 통해 전문적인 법의학 소재에다 시청자 주변에 있을 법한 친숙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는 재능을 과시했다. 그는 “‘막장’ 소재를 써도 잘 쓰겠다는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작가와 동일인물이냐 묻기도 해요. 하하!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쓴 작가가 법의학 드라마를 썼으니 의아할 만도 하죠. 지금은 능력이 부족하지만, 실력을 쌓아 가족 이야기도 쓰고 싶어요.”


● 민지은 작가

▲ 1977년 5월28일생
▲ 2001년 이화여대 국어국문학 졸업
▲ 2001∼2009년 명필름 마케터
▲ ∼2011년 영화·드라마 홍보 대행사 ‘맥’ ‘마켓 인피니티’ 대표
▲ 2013년 영화 ‘스파이’ 각색
▲ 2014년 영화 ‘히말라야’ 공동 작가
▲ 2014년 MBC 단막극 ‘오래된 안녕’으로 드라마 첫 집필
▲ 2015년 SBS 단막극 ‘설련화’, 2016년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 2018년 MBC ‘검법남녀’ 시즌1 대본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