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정지우 감독 “뿌듯한 김고은·사력 다한 정해인, 정말 고마워”

입력 2019-08-30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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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정지우 감독 “뿌듯한 김고은·사력 다한 정해인, 정말 고마워”

“상대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원할 때 연락이 안 될 때, 그 마음이 더 진해지지 않나요? 걱정되고 궁금하잖아요. ‘왜 소식이 없지?’ 싶기도 하잖아요. 불편했을지는 몰라도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온전했던 그 시절에 멜로드라마를 그리고 싶었어요. ‘미수’와 ‘현우’를 통해 그 마음과 감정을 표현하길 바랐습니다.”

상대가 지금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있는 요즘 세대들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런 때가 있었다. ‘1004’, ‘486’ 등 숫자로 사랑하는 이에게 삐삐 메시지를 남기고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으면 공중전화를 찾아 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이메일과 채팅으로 애정전선을 이어갔었다. 그 시절이 추억으로 앨범의 사진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 남겨져 있는 가운데 정지우 감독이 ‘유열의 음악 앨범’을 통해 우리의 추억을 다시 끄집어냈다.

<이하 정지우 감독 인터뷰 일문일답>

Q. 이야기가 어디서 출발하게 된 건가.

A. ‘유열의 음악앨범’ 구성작가를 하신 이숙연 작가님께서 시나리오 초고를 썼고 내가 수정을 해서 완성하게 됐다. 이 이야기가 대단히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여자 캐릭터의 내면이 잘 그려져 있었다. 또 이야기가 모호하고 미묘한 점이 재미가 있었다. 예를 들면 여자와 남자가 왜 헤어지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는 점이라고 할까. 그럼에도 이 영화가 탄생하게 된 결정적인 힘은 제작사 무비락의 김재중 대표의 응원이었다. 솔직히 나는 이 영화를 만들 자신이 없었다. 그 이유는 다들 이 영화가 ‘오랜만의 멜로 영화’라고 하지 않나. 만듦새를 떠나 많이 안 만들어지는 이유는 이 정도의 자극과 이야기로는 극장에 유통이 잘 안 된다는 것처럼 들렸다. 이에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김 대표의 기세에 내가 따라간 것과 마찬가지라고 해도 될 것이다.

Q. 언론시사회 당시 휴대폰이 없었던 그 시절의 청춘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 시기를 콕 찝은 이유가 있을까.

A. 지금은 상대가 내 메시지를 읽었는지 여부도 알고 심지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예전과는 너무 다르다. 그 때는 만나기로 약속을 했으면 약속장소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상대를 기다리며 늦으면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이 되고 마음이 상할 때도 있다. 그렇게 생긴 오해는 회복하기가 어렵더라. 그러다 보면 상대에 대한 굉장히 진한 감정이 생긴다. 그 마음을 스크린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Q. 계획했던 엔딩은 최종 편집본의 엔딩이 아니라고 들었다.

A. 그렇다. 그럼에도 결국 이 이야기의 끝은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거였다. 단지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원래는 KBS 라디오 개국 30주년 기념으로 ‘홈커밍데이’라는 이벤트에서 그 동안 KBS 라디오DJ들이 총출동해 방송을 하는 그 자리에서 만나는 엔딩으로 끝을 맺으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상영시간이 길어져서 끝을 좋게 맺을 수가 없어 지금의 엔딩을 선택했다.

Q. 정해인이 맡은 ‘현우’의 불행한 과거는 직접 보이지 않는다. 단지 실루엣 등으로만 추측하게 했다.

A. 교복을 입고 옥상에 올라가는 장면은 굳이 넣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불행하고 안타까운 뉴스를 늘 접하고 있으니까. 정말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 글러브가 떨어지고 그림자로 움직이는 것으로 모든 것이 설명됐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굳이 직접적인 표현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극 중 현우가 친구인 태성과 주먹다짐을 할 때도 거리를 두고 촬영을 했다. 역동적인 남성성이 보일 필요가 없었고 두 사람의 관계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Q. 김고은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현장에서는 굉장히 오랜만 아닌가. 자신의 영화로 데뷔를 한 배우가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연기가자 됐는데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A. 기특하다. (웃음) 성공해서 돌아오지 않았나. 마치 종합선물세트를 들고 온 가족 같다. 너끈히 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주연 배우가 자기 연기만 잘 해선 안 된다. 주변 배우들을 다독이고 촬영팀도 격려하고 할 일이 많은데 그런 것을 해낸다는 것 아닌가. 나 역시 실질적으로 김고은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연출을 하다보면 디렉션을 하기 어려운 장면도 있는데 김고은은 모든 것을 간파하고 연기를 한다. 그럴 때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하지?’ 하면서도 참 고마웠다.

Q. 정해인을 캐스팅 할 때는 ‘밥을 사주는 예쁜 누나’ 전이었다.

A. 정해인은 이미 업계 사이에서 대단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입소문이 난 배우였다.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건 시간 문제였다. 게다가 정해인은 ‘멜로’ 무드를 가진 배우다. 아무리 큰 배우여도 그런 느낌을 갖고 있지 않으면 캐스팅은 힘들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안판석 감독님도 아마 정해인에게서 ‘멜로’ 느낌을 보셨기 때문에 주연으로 뽑으셨다는 생각이 든다.

정해인을 보고 있으면 정말 사력을 다한다. 무대 인사를 하러 다닐 때 깜짝 깜짝 놀란다. 지나가는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진에, 사인 등 모든 요청에 다 열심히 한다. 저러다 쓰러지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다. 스크린 안에서나 밖에서나 멜로에 최적화된 배우가 아닌가 싶다.

Q. 빵집에서 비가 내리는 걸 보고 있는 미수와 현우의 모습은 참 예뻤다. 정말 앨범 속 사진 같이 아름다웠다. 15분간 롱테이크라고 들었다.

A. 그 장면이 미수와 현우가 서로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했던 때이다. 같이 있는데 마음이 얼마나 콩닥거리겠나. 보통 15분이면 4~5곡 정도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데 그런 사이라면 충분히 함께 있을 만한 시간이다. 그 때 김고은과 정해인은 특별한 디렉션 없이 앉는 자세를 취했다. 슬쩍 뒤로 앉기도 하고 돌아서서 쳐다보기도 하고. 사실 배우들보다 밖에서 비를 맞으며 오랫동안 서 있던 촬영했던 감독들이 더 힘들었다.

Q. 현우가 차를 타고 가는 미수를 쫓아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삼청동 언덕길을 정해인이 3일 동안 뛰었다고 하던데.

A. 진짜 미안했고 조마조마했다. 그 곳이 낙타 등처럼 두 개의 봉우리가 있는 언덕길이었다. 내려갈 때 다리 힘이 풀려 데굴데굴 구르면 큰 사고가 나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다리 마사지도 하고 한 번 뛰고 한참을 쉬고 나서 찍었다. 정말 미수를 가까스로 잡는 현우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장면이었는데 정해인이 잘 해냈다.

Q. 박해준의 ‘종우’는 미워할 수가 없는 사람이던데.

A. 사실 ‘종우’ 캐릭터 때문에 갑론을박이 있었다. 이게 연령대별로 느끼는 바가 다르더라. 어떤 분들은 종우가 미수와 현우를 갈라놓는 악역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분들은 미수에게 단단한 자존감과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도 하더라. 개인적으로는 ‘종우’가 무작정 나쁜 사람으로만 비춰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Q. 언니 ‘은자’ 역을 맡은 배우 김국희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A. 김고은과 정해인을 제외한 모든 배우들은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사전에 이런 저런 연으로 엮어서 뽑지 않겠다고 말했고 원하지도 않았다. 1차~3차까지 오디션을 보던 중 김국희가 너무 뛰어나게 잘했다. 알고 보니 대학로에서 잔뼈가 꽤 굵은 배우였다. 나만 몰랐다. (웃음) 심지어 나는 그가 나오는 뮤지컬 ‘레드북’도 보러 간 적도 있었다. 김국희가 농담으로 “나 원캐스트여서 못 알아보면 안 됐었는데요”라고 했었다. 김국희 같은 경우는 본인이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에 호기심을 느꼈다고 하더라. 잘 해보고 싶어하셨다.

Q. 정해인은 자신의 친구인 배우 김병만이 발탁돼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그 친구 역시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김병만에게 호기심으로 “친구 중에 배우를 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고 이름은 말했지만 있다고 했고 그 친구가 오디션을 권했다”라고 하더라. 김병만 같은 경우는 오디션에서 보여준 에너지가 엄청났다. 가만히 있어도 매력이 넘치는 배우였다.

Q.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음악은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신승훈, 이소라, 토이, 루시드폴, 핑클, 지어 콜드플레이의 곡까지 선곡했다. 편집을 하면서 음악의 힘이 많이 느껴지던가.

A. 당연하다. 사실 우리가 갖고 있는 가요들은 선곡이 어렵다. 우리말 가사라 관객들의 귀에 너무 잘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정작 화면이나 배우들이 하는 대사에 집중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아예 노래를 크게 틀어버렸다. 가사가 배우들의 대사인 것처럼. 토이의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가 나왔을 때를 보면 노래가 잠시 멈추면 배우들이 이야기를 하고 대사가 끝나면 또 노래가 나온다. 음악과 대사의 템포를 맞추며 가며 촬영을 했다. 핑클의 ‘영원한 사랑’ 같은 경우는 두 사람의 사랑이 피어날 때, 그리고 마지막 콜드 플레이의 ‘픽스 유’는 쾌감이 느껴지는 장면에 넣고자 했다.

Q. 마지막으로, 정지우 감독의 기적의 순간은 언제인가.

A. 답을 못 찾겠다. 일단 개봉 전부터 분위기가 좋아 지금이 기적이 아닌가 싶다. 영화의 흥행은 운이 7정도고 기(氣)가 3정도 되는 것 같다. 배우들과 김 대표의 기를 받고 출발하겠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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