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③] ‘호텔 델루나’ 홍자매 “표절 의혹? 소재 하나로 매도 속상해”

입력 2019-09-09 10: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DA:인터뷰③] ‘호텔 델루나’ 홍자매 “표절 의혹? 소재 하나로 매도 속상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배경으로 때로는 뭉클하고 때로는 아릿한 에피소드로 안방극장을 물들인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 비주얼도 연기력도 ‘열일’한 이지은(아이유)과 여진구의 케미스트리와 더불어 화려한 영상미, 감탄을 부르는 CG, OST 등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첫 회 7.3%에서 시작한 이 작품은 마지막 회에서 12%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흥행으로 이끈 주역은 ‘호텔 델루나’의 몽환적인 세계관을 만들고 풍부한 서사와 유려한 대사들로 채운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작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시작해 ‘주군의 태양’과 ‘화유기’ 그리고 이번 ‘호텔 델루나’까지 이어온 판타지 계보에서 바야흐로 정점을 찍은 홍자매를 만났다.


Q. 표절 의혹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신작을 선보일 때마다 종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 홍미란 : 논란이 되려고 하면 논란이 되는 것 같다. 속상하다. 일본 만화 ‘우세모노 여관’은 이야기를 듣고 찾아봤다. 그렇다고 우리는 앞서서 ‘주군의 태양’의 시놉시스가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럴 것 같다. 귀신이 나오는 호텔은 ‘주군의 태양’만이 아니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비롯해 또 다른 작품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야기를 다 보지 않고 소재 하나로 이야기하는 게 속상하다.

홍정은 : 소재뿐 아니라 창작적인 부분을 가지고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소재 자체를 가지고 논란거리를 만들려고 하면 창작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똑같다고 매도하기 시작하니 읽어보지 않고 모르던 사람들도 매도하게 되더라. 이야기를 해도 들어주지 않더라. 작가로서 큰 상처를 받고 맥이 빠지는 부분이 있다. 다 보지도 않고 섣불리 프레임을 씌우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전작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시작해 ‘주군의 태양’을 거쳐서 왔다. 홍자매의 전작에서 창작의 씨앗을 봐줬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표절 의혹에 대해 이야기하면 더 논란이 되는 것 같아서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게 나은 것 같다.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인정받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선점했다고 누군가의 전유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Q. 언급한 그 ‘인정’은 지난 2월 저작권 침해 관련 소송에서 승소한 것을 말하는 것인가.

A. 홍정은 : 소송에서 100% 이겼고 항목별 판결에서도 상대(원고)의 유사성과 창작성은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상대가 항소를 포기해놓고도 왜 기자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했는지 모르겠다. 판결문과 달리 본인의 해석대로 인터뷰를 했더라. 우리가 따지지 않아서 그렇지 속상하고 억울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이겼기 때문에 거론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


Q. 그렇다면 평소 어디서 주로 영감을 얻는가.

A. 홍미란 : 친숙하면서도 많이 알려진 동화나 설화 등 고전에서 많이 가져오는 것 같다. 춘향전과 홍길동전에서 영감을 받아 ‘쾌걸춘향’과 ‘쾌도 홍길동’이 나왔다. 신라시대 설화에서 구미호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멜로 라인은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했다. 이번 ‘호텔 델루나’에서도 ‘미녀와 야수’ 같은 느낌도 있다.

홍정은 : 동화나 고전에서 백번도 더 본 이야기를 비틀어서 캐릭터를 집어넣는 방식이다. ‘호텔 델루나’에서 월령수가 피고 지는 과정을 보면서 ‘미녀와 야수’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린 왕자’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Q. ‘호텔 델루나’에서도 단편적으로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했는데. 구체적 소재 구성은 어떻게 했나.

A. 홍정은 : 사회면에 나오는 기사가 ‘궁금한 이야기Y’ 같은 프로그램을 많이 본다. 자매라 어릴 때부터 공유화된 이야기도 많고 지금도 24시간 같이 붙어 있기 때문에 신문과 영화 등도 보면서 다양한 아이템을 짜놓는다. 3~40개를 붙여놓고 섞기도 하고 재구성하기도 하면서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시간을 들이다 보면 조금이라도 재밌어지는 것 같다.

홍미란 : 2회에 나온 호랑이 에피소드는 실제로 예전에 북한에서 온 호랑이를 박제 전시했던 적이 있다. 정말 인상적이었다. 판타지와 잘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에 CG 부담에도 그냥 시도했다.


Q. 특히 호랑이 CG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호텔 델루나’는 기술적인 면에서도 반응이 좋은 작품이었다.

홍정은 :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때만 해도 꼬리 CG를 구현하기 굉장히 버거웠고 열악했다. 인형 꼬리를 붙이고 연기하기도 했다. 지금은 CG 기술도 발전하고 제작 여건도 좋아져서 하고 싶은 것들을 드디어 해보게 됐다.

홍미란 : ‘주군의 태양’ 때만 해도 호텔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는 세트장을 짓는다는 생각을 못 했으니까. ‘호텔 델루나’는 세트장을 지어서 촬영했는데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했다. 웬만한 특급 호텔 못지 않았다.


Q. 새 작품은 언제쯤 볼 수 있나. 어떤 작품을 준비 중인가.

A. 홍미란 : ‘미남이시네요’ 같은 말랑말랑하고 풋풋한 이야기도 재밌을 것 같다. 시대적 배경을 ‘호텔 델루나’ 속 만월당으로 해서 사극에서 귀신을 잡는 설정도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다양한 무기를 그릴 수 있어서 사극 버전의 퇴마 이야기도 생각 중이다.

‘최고의 사랑’ ‘마이걸’ 같은 정통 로코도 준비하고 있는데 제작사와의 회의를 거쳐서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길게 공백을 두지 않기 때문에 1년 반 안에는 나올 것 같다. 아, 겨울 드라마를 해보면 어떨까 싶다. 계절감에 따라 옷이 달라지는데 겨울 옷이 더 예쁘니까.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tvN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