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임창정 “지난 10년은 보너스, 올랐으면 언젠간 내려가야”

입력 2019-09-11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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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임창정 “지난 10년은 보너스, 올랐으면 언젠간 내려가야”

가을은 발라드의 계절이라지만 어느새 계절을 타지 않는 장르가 된지 오래다. 그러나 과일에도 제 철이 있듯이 발라드는 역시 가을에 들어야 그 감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정통 발라드가 그리워지는 계절이 온 것이다.

이 시기에 맞춰 가수 임창정이 정규 15집을 들고 돌아왔다. 음반의 시대가 저물고 음원의 시대가 온지 오래건만 임창정은 정규 15집 ‘십삼월’에만 총 15곡을 가득 채워 돌아왔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가운데 앨범에 채운 임창정의 정성이 새삼 고마워 진다.

“언제부턴가 정규 앨범은 1년에 한 번씩 내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원래부터 발라드를 했던 사람이니까 정규 앨범 타이틀은 댄스보다는 발라드를 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 제 안에서 멜로디가 고갈 될 때까지는 계속 이런 식으로 활동하려고요.”

임창정은 그의 생체리듬을 가을에 맞춰 놓은 듯 하다. 그는 “매해 이렇게 하다보니 루틴이 그렇게 되어 있다. 아마 10월부터는 내년에 나올 앨범을 작업하고 있을 것”이라며 벌써 ‘정규 16집’을 생각했다

임창정의 정규 15집은 구성부터 독특하다. 존재하지 않는 단어인 ‘십삼월’을 타이틀곡으로 정하고 일월부터 십삼월의 순으로 수록곡을 채웠다. 계절감을 극대화한 앨범임을 알 수 있다.

“‘십삼월’을 타이틀로 정하고 나머지 곡들을 만들었더니 딱 열두곡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 곡은 몇 월, 저 곡은 몇 월 이런 식으로 배치를 했죠. ‘십이월’ 같은 곡은 딱 캐롤 같은 곡으로 만들었고요.”

이처럼 임창정은 데뷔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대중 가수임을 잊지 않는다. 어설프게 자신의 길을 고집하는 아티스트이기보다 대중을 위로하는 노래를 들려주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저는 ‘십삼월’보다 ‘구월’을 타이틀로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모니터링을 해보니 주변에서 ‘십삼월’에 대한 반응이 압도적으로 높더라고요. 회사를 옮기고 나서 나온 첫 앨범이니 무엇이 잘 팔릴 것 같은지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십삼월’은 이전 곡들처럼 크게 치고 나가는 노래는 아니지만 아마 남자 분들이 노래방에서 수월하게 부를 수 있는 곡일 거에요.”

앞서 말했듯 이제 음반이 아닌 음원의 시대다. 한때 가요계를 떠났다가 돌아왔지만 그는 이런 변화의 파도들을 직접 몸으로 맞아왔다. 이에 대해 임창정은 “차트 순위가 내 노래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아니어도 어느 정도 포함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초연한 반응을 보였다.

“지금은 제 인생에 주어진 보너스 같은 시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즐기고 싶어요. 예전에 ‘오랜만이야’를 만들 때도 한 분만이라도 만족해 주시면 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돌이켜 보면 복을 잘 타고 났고 운도 좋았어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올라왔으면 내려가는게 당연하죠. 특히 저는 10년이라는 시간을 더 받았는 걸요. 감사해야죠.”

임창정에게 보너스로 주어진 10년이라는 시간. 그 시간만큼 대중도 복을 받았다. 어떤 사람은 노래방에서 부를 레퍼토리가 늘어나 기뻤을 것이며, 공감가는 가사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어렸던 임창정과 팬들은 같은 시간을 맞으며 원숙해 진다.

“유튜브에서 제 창법의 변화를 설명한 영상을 봤어요. 젊었을 때는 진짜 생목으로 부르더라고요. 제가 생각해 봐도 예전엔 폭발력은 있는데 공연 한 번 하고 나면 목이 쉬고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은 며칠을 해도 끄떡 없어요. 본능적으로 어떻게 노래의 감동과 느낌을 편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거죠.”

이처럼 모든 걸 꽤 내려놓은 듯한 말들만 가득하지만 임창정은 아직도 꿈을 꾼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비롯해 회사를 설립해 후배 가수 양성도 준비하는 등 계속해서 일을 벌인다. 그의 활동량이 내면의 야망을 증명한다.

“연예 기획사 설립은 오래 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너무 늦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게 적절한 시기에 만든 것 같아요. 최대한 아티스트 입장에서 생각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아티스트가 양보하면 언젠가 분쟁이 생기지만 회사가 많이 양보하면 그런 일은 없거든요.”

임창정은 이어 자신의 스승을 닮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눈 앞의 이익보다 사람의 가능성을 지켜보는 그런 회사를 원했다. 지나치게 이상적이어서 꼭 그의 말이 이뤄지길 바래보고 싶을 정도의 포부다.

“저 임창정을 발굴해 주신 스승님처럼 조금 못해도 우리가 만들어 주고 끌어주면 된다는 분위기의 회사가 됐으면 해요, 너무 급하지 않게 1년 동안 이 친구가 어떤지 무슨 재능이 있는지 지켜봐 주는 그런 회사요. 그리고 어느 오디션에서 떨어진 친구라고 우리 회사를 거치면 스타가 될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네요.”

사진=YES IM 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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