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젤예’ 김하경 “혹독했던 악플 신고식…선배들과 데이트로 풀어”

입력 2019-09-30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신인 연기자 김하경은 KBS 2TV 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을 통해 무난한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악플’의 아픔을 겪은 만큼 단단해졌다는 그는 “스스로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키웠다”고 말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KBS 2TV 세젤예 마친 김하경

재수…알바…3년간 오디션 낙방
순탄치않은 과정에 자책과 불만
남 인정하고 내려놓는 데 긴 시간
데뷔? 기대 컸던만큼 긴장 많이 해
10년 뒤에도 초심 잃지 말아야죠


6개월 동안 시청자와 함께 웃고 울었다. 칭찬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쓴 소리도 피할 수 없었다. 최근 막을 내린 KBS 2TV 주말극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을 통해 시청자와 처음 만난 신인 김하경(27)의 값진 경험이다. 첫 드라마에서 주연하며 “지금 아니면 볼 기회조차 없는” 김해숙·유선·김소연 등 선배들과 한 무대에 선다는 사실에 벅차고 버거웠다. 그럴 때마다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29일 ‘포상휴가지’인 베트남 다낭으로 떠났다.

이에 앞서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마지막 회까지 긴장을 놓치지 못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 꿈이 없던 소녀가 연기자가 되기까지


김하경은 어린 시절 꿈을 갖지 않았다. 무엇이 하고 싶은지도 잘 몰랐다. 그러다 고교 진학 후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게 생겼다. 연극부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연기와 진로를 연결지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출전하는 대회가 커지면서 무대도 크고 넓어졌다.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무대를 꾸미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이때 연기를 직업으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시켜서가 아닌, 저 스스로 좋아서 하다 보니 실행하려는 의욕이 커졌다.”

KBS 2TV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서의 김하경. 사진제공|지앤지프로덕션·테이크투


3학년이 되어 고향인 전라북도 전주를 떠났다. 경기도 일산의 입시학원에서 대학 시험을 준비했다. 한 차례 낙방하고 재수해서 2012년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합격했다. 최대한 부모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아르바이트로 학업을 이어갔다. 2016년 졸업 후 현 소속사인 SY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오디션을 보며 자신의 꿈꾸는 미래를 향해 한걸음씩 내디뎠다. 하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다.

김하경은 “3년 동안 많은 오디션을 봤지만, 1차에서 합격한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제가 떨어진 오디션에서 붙은 상대가 부러워 질투하고 시샘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주변 친구들처럼 용돈도 드리지 못해 부모님의 눈치가 보였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거라고는 TV 출연뿐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오기로라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출발선에 서보자고 다짐했다.

“남을 인정하는 법을 깨닫게 됐다. 상대의 좋은 점을 받아들여 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기르려고 노력했다. 자책하거나 남을 시기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잡았다. 말은 쉽지만, 내려놓기까지 시간이 참 오래 걸렸던 것 같다.”


● “10년 뒤 저는 어떤 모습일까요?”

김하경은 이제야 손에 쥔 땀이 식은 느낌이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서 막내딸로 나온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3차까지 오디션을 거쳐 주인공으로 발탁되고 드라마가 막 내리는 순간까지 떨림이 이어졌다.

방송 초반 새로운 얼굴의 등장이라는 기대 속에서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앞선 의욕에 몸이 따라가질 못했다.

그는 “온라인 기사의 ‘악플’들이 ‘정답’인 것 같아 글 하나하나에 흔들렸다”며 “무언가를 하려다가도 글들이 생각나 주저하게 되면서 자신감이 점점 사라졌다”고 떠올렸다.

주눅이 든 김하경의 모습을 선배들이 알아차렸다. ‘신인 때는 나도 그랬다’는 말로 후배의 기를 살려줬다. 그는 “데이트 신청”이라는 애교로 선배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조언을 구했다.

신인 연기자 김하경.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김하경은 벌써부터 10년 뒤 자신의 모습이 궁금하다. 당장 내일이 기대되지만,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하다. 하루에도 여러 번 다양한 감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는 “10년 뒤에도 연기를 하고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 있을지 설렌다”며 미소를 지었다.

“재미를 느끼고 즐기면서 연기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10년 뒤에도 데뷔 때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매사 감사하고, 상대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제나 배울 준비가 되어 있도록 긴장감을 유지하겠다. 어릴 때처럼 제 고집만 세우는 일은 없도록 노력하겠다.”


● 김하경

▲ 1992년 9월18일생
▲ 2016년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졸업
▲ 2019년 KBS 2TV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로 데뷔
▲ 드라마 ‘그래서 나는 안티팬과 결혼했다’ 방송 예정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