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니나내나’ 태인호 “배우로 부산국제영화제 올 줄은 꿈에도 몰랐죠”

입력 2019-10-08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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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니나내나’ 태인호 “배우로 부산국제영화제 올 줄은 꿈에도 몰랐죠”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배우 태인호는 단 한 번도 자신이 배우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서울처럼 배우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고,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아는 선배들과 연극 무대에 올랐을 뿐이다. 그러던 중 ‘이렇게 살 순 없어!’라는 생각을 하며 부모님께 “서울에서 오디션을 봐야겠다”라고 선언한 뒤 일주일 만에 서울로 올라왔다. 여러 오디션을 보던 중 2014년 ‘미생’을 만났고 ‘태양의 후예’, ‘라이프’ 등 굵직한 작품 등에서 얼굴을 보였다. 이후 시간이 지나 그는 고향인 부산에 배우로 돌아왔다.

태인호는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할 일이 태산이다. 영화 ‘니나내나’ 무대인사, GV 등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고 이번 폐막식에서 배우 이유영과 함께 사회자로 오르게 됐다. 공식일정으로 바쁘지만 틈틈이 해운대와 남포동에서 친구들을 만나며 회포를 풀고 있기도 하다고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가 출연한 영화는 ‘니나내나’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경상도 사람들의 이야기다. 진주에 사는 미정, 경환, 재윤 삼남매는 오래 전 집을 나간 어머니가 보낸 엽서 한 통을 받게 된다. “보고 싶다”라는 한 문장만 덩그러니 있는 엽서를 본 삼남매는 겉으로 분노하며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결국 엄마를 만나기 위해 파주로 가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들은 스키장 아르바이트를 하던 막내 동생 ‘수완’이 사고를 당해 현장을 찾은 이후로 가족들은 처음 함께 한 차에 타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여정을 통해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가족들의 또 다른 모습 등을 발견하게 된다.

태인호가 맡은 ‘경환’은 사진관을 운영하던 사진사이자 출산을 앞둔 아내의 남편, 그리고 아웅다웅하는 누나 미정(장혜진 분)과 막내 재윤(이가섭 분) 사이에서 ‘가장’ 역할을 도맡고 있는 둘째이기도 하다. 간만에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에 참여한 그는 “정말 마음 편히 촬영을 했다. 보통 드라마나 영화는 캐릭터가 아주 명확하기 때문에 연기를 할 때도 엄청난 감정과 집중력을 요하지만 ‘니나내나’는 일상을 연기하는 것이었다. 두 달이란 촬영 기간이 ‘쉼’처럼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함께 하는 배우들이 너무 편했어요. 혜진 누나도, 가섭이도 모두 부산 출신이어서 공유할 것도 많아서 빨리 친해졌어요. 특히 혜진 누나는 5분 만에 ‘선배’에서 ‘누나’가 돼버렸죠. 누나가 마음이 빨리 여는 스타일이어서 제가 잘 따라갈 수 있었어요. 저희가 차를 타는 장면이 많잖아요. 좁은 공간에 같이 있으니 더 친해진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운전을 하고 찍은 건데 졸릴 때마다 옆에서 혜진 누나가 말도 걸어주고 재미있었어요. 이동은 감독님도 부산 분이세요. 제가 감독님에게 ‘일부러 이렇게 뽑으신 거냐’고 물어봤는데 뽑다 보니 이렇게 모였다고 하시더라고요.”

태인호가 ‘니나내나’ 시나리오를 보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따뜻함’이었다. 그는 “경환이의 식구들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의 형태다. 생각해보면 가족에게 가장 힘든 점을 말하지 않는다. 또 상대방의 아픔을 알고 있으면서 티를 내지 않는다. 안아주려고 해도 어색하기도 하고. ‘니나내나’는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감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따뜻함’이 아닐까. 거기서 끌렸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태인호는 경환과 자신의 모습에서 닮은 점을 많이 발견하기도 했다고. 실제 그는 장남으로 남동생이 있다. 어떤 형인지 물어보니 “잔정은 많은데 무뚝뚝한 편인 것 같다. 내 성격과 경환이가 어느 정도는 맞닿아 있더라. 집에 특별한 일은 없지만 늘 책임감을 갖고 있는, 가족을 보호하고 싶은 본능이 비슷하더라. 그래서 경환이를 연기하는 게 더 편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여러 사건이 있었던 가족이었던 터라 그 관계가 흔들리거나 깨지는 것을 온 몸으로 막고자 하는 경환이의 모습이 매력적이었어요. 말도, 표현도 많이 없는 경환이지만 소소한 행복이 깨지는 것이 너무 두렵기 때문에 항상 애써온 사람인 것 같다. 그런 그의 모습에 많이 끌렸죠. 그런데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 가만히 앉아있거나 서 있거나 해서 민망하기도 하더라고요. 하하.”

이 영화는 단순히 ‘엄마 찾기’에 집중된 내용은 아니다. 한 차를 타고 여정을 함께 하는 이들은 그 동안 가족에 대해 자신이 몰랐던, 알고 있더라도 애써 드러내지 않는 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그 과정 가운데 가족들은 부딪히고 싸운다. 하지만 그 부딪힘의 결과는 또 다른 ‘평안’이고 ‘화해의 제스처’임을 알게 해준다. 태인호 역시 그 부분에 대해 “때때로 감추는 것이 방법일 수 있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부딪히는 과정에서도 사람은 성장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주변인들에 대한 목소리를 귀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 부산에서 자란 태인호는 배우로서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처음이지만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고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화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오로지 무대에 오르는 사람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의 삶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서울로 올라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2009년에 서울에 올라온 후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다. 타지 생활을 하며 힘든 점은 별로 없었다고. 하지만 좋은 결과가 나지 않자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초조해졌다.

“’배우는 내 길이 아닌가’ 싶어서 부산에 내려가 잠시 쉬려고 했었어요. 관두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잠시 멈춰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예정된 오디션 하나만 보고 안 되면 내려가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바로 ‘미생’이었어요. 그 이후로는 순조롭게 흘러갔죠. 참 신기했어요.”

바라왔던 일을 하고 있으니 더 없이 행복한 태인호는 “진짜 하고 싶은 연기를 하기 위해 나는 이제 갈 길을 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운전과도 같다. 오래 가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는 순간도 올 것이고 빠르게 달릴 때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태인호는 작은 커피숍을 차리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오디션을 보던 당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그는 ‘커피’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졌고 실제로 자신이 카페를 차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2018년에 문을 닫았다.

“언젠간 공방 느낌을 가진 카페를 차리고 싶어요. 커피를 정말 좋아해요. 커피는 연기랑 닮았어요. 어떤 곳에서 온 커피콩인지, 얼마나 볶는지, 또 물 온도를 잘 맞춰야 최상의 커피를 만들 수 있거든요. 그걸 찾아내는 게 너무 흥미로워요. 그런 면에서 커피는 연기랑 비슷한 것 같아요. 각기 다른 배우들이 다른 방식으로 연기를 하니까요. 다양한 연기를 보며 함께 하는 저도 참 즐거워요. 저도 저만의 매력을 지닌 배우가 되고 싶어요.”

부산|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제공|명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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