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판소리복서’ 엄태구 “혜리 첫인상=얼굴 작다, 주인공 돼 좋은 점은…”

입력 2019-10-11 09: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DA:인터뷰] ‘판소리복서’ 엄태구 “혜리 첫인상=얼굴 작다, 주인공 돼 좋은 점은…”

배우 엄태구가 2019년 OCN 드라마 ‘구해줘2’와 영화 ‘판소리 복서’로 주인공 자리에 올라섰다.

엄태구는 “(주인공이 돼) 한 가지 감사한 부분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다. 깊이 있고 다양한 모습이 다뤄져서 감사하다”며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고, 마음을 비워내려고 한다. 단지 내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다짐했다.

강렬한 인상 때문인지 악인으로 출연할 때 더 기억에 남는 배우였고, 전작인 OCN 드라마 ‘구해줘2' 김민철 역할 때문인지 성격도 불같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실제로 만난 엄태구는 나긋나긋한 교회 오빠 그 자체였다.

“악역을 했을 때 ‘무섭다’ 같은 반응을 들으면 억울하기보다는 기분이 좋아요. 감사하죠. 연기 연습을 하면서 악역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기도 하고요. 저는 여전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의 안톤시거 같은 최고의 악역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실제로는 ‘어떤 캐릭터는 착하다, 나쁘다’를 규정하지 않고 연기하려고 해요. 웃긴 장면에서도 ‘웃겨야한다’는 생각 자체를 배제하고 임하죠. 연기는 덜어내는 작업의 연속이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덜어내기가 쉽진 않아요. 그래서 촬영장 갈 때, 연기를 시작할 때 기도를 해요. 욕심을 부리면 마가 낀답니다.”


워낙 내성적이고 주량도 약한 터라 배우 생활을 그만 두려고 했었다. 엄태구는 “데뷔 초와 비교하면 지금 말이 많아졌다”고 해 웃음을 선사, “술자리도 예전보다는 덜 두렵다. 가족 모두 체질상 술이 몸에 받지 않는다. ‘밀정’을 촬영할 때 꾸준히 마셔봤는데 주량이 안 늘더라”라고 말했다.

“말 한마디 잘 못하고 긴장도 많이 하는 내성적인 성격이다보니까 배우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적성에 맞지 않다. 그만 둬야 하나’ 싶었어요. 하지만 송강호 선배님을 비롯해서 많은 배우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냥 잠을 자는 편이에요. 15시간 정도 자 본 적도 있고요. 등이 아프면 자세를 바꿔주면 된답니다. 기도하거나 지인들과 통화하면서 풀어내기도 하고요.”

똑같이 술을 마시지 못하는 배우 김희원과 함께 영화 ‘판소리 복서’에 출연하면서 카페 1차, 2차를 즐겼고, 엄태구는 로맨스 호흡을 맞춘 이혜리에 대해서도 “진짜 성격 좋다”며 칭찬을 했다.


지난 9일 개봉된 영화 '판소리 복서'는 과거의 실수로 체육관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던 전직 프로복서 병구(엄태구 분)가 자신을 믿어주는 든든한 지원군 민지(이혜리 분)를 만나 잊고 있었던 미완의 꿈 ‘판소리 복싱’을 완성하기 위해 생애 가장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휴먼 드라마다. 엄태구는 판소리 복서를 꿈꾸는 병구 역을 맡아 생애 첫 코믹연기에 도전했고 김희원은 폐업 직전의 불새 체육관 박관장 역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영화에서 김희원과 교회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8분 정도의 분량을 2분여로 줄인 것 같은데 촬영 할 때 애드리브도 하면서 선배님과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이혜리의 첫인상은 ‘얼굴 진짜 작다!’(웃음) 성격도 밝고 최고의 분위기 메이커예요. 병구가 민지 덕분에 웃고 성격이 밝아지듯이 저도 그랬어요. 혜리와의 로맨스가 보기 좋았다면 다 혜리의 밝은 에너지 덕분이었을 거예요. 혜리가 다 떠들었고, 저는 대답하면서 친해졌습니다.”


엄태구는 병구가 앓고 있는 펀치드렁크에 진지하게 접근했다. 펀치드렁크란 뇌에 많은 손상을 입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뇌세포손상증으로 복싱선수들이 많이 앓는 증상 중 하나다. 기억상실, 인식장애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병구의 갑작스럽고 엉뚱해 보이는 행동은 이에 기반을 둔다.

또 외적으로는 복싱 자세를 바르게 표현하려고 2~3개월 동안 훈련을 받았다. 판소리에 맞춰 복싱을 할 때는 유연한 자태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엄태구는 “‘구해줘2’ 육탄전보다 복싱이 더 힘들었다”며 “대학 입시 준비를 하면서 아크로바틱과 마임을 아주 조금 배운 적이 있었는데 춤을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말미에 나오는 흥과 한을 표출할 때는 가락에 몸을 맡겼다. 20대 초반에는 옆돌기를 잘했었는데 지금은 엉성하고 민망하더라. 평소에 운동을 안 한터라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판소리 복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소재, 그 안에서 진한 여러 가지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에요. 코미디도 있고, 슬픔도 있고 로맨스도 있고 브로맨스도 있죠. 말로 설명할 길이 없으니 꼭 보시길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꾸벅X100)”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