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8마리 사랑의 열매 단다

입력 2013-12-0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경주마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나눔문화가 한국경마의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역 최강 국산마 ‘지금이순간’ 마주 최성룡(오른쪽) 씨와 지용철 감독은 대상경주 상금 6500만원을 ‘지금이순간’의 이름으로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마주들, 경주마 이름으로 1억2000만원 기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동물에게 최초로 수여


서울경마공원 소속 경주마들이 동물 최초로 ‘사랑의 열매’를 받는다.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8일 오후 2시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연말 나눔 캠페인’에 거액의 성금을 기탁한 경주마 여덟 마리에게 ‘사랑의 열매’를 전달한다.

이 경주마들의 마주는 말띠해인 2014년을 앞두고 경주마 이름으로 최근 1억2000만원의 성금을 기부했다.

올해 서울마주협회장배 대상경주를 포함해 6연승을 기록하며 국산 경주마 중 최강으로 꼽힌 ‘지금이순간’은 마주 최성룡씨가 대상경주 우승 상금 중 5000만원을 ’지금이순간‘의 이름으로 기부했다. 여기에 지용철 감독과 문세영 선수도 1500만원의 기부금을 더하며 나눔에 동참했다. ’지금이순간‘의 기부금은 한국맹학교 소속 3명의 음악 영재들의 악기 구입과 레슨비로 지원된다.

최성룡 마주는 “4년 전 좋은 몸을 갖고도 혈통 탓에 헐값 3000만원에 구매한 ‘지금이순간’이 그동안 몸값의 57배인 17억원의 상금을 벌었다. 내가 받은 행운을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기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부로 음악 공부를 계속하게 된 김수진 양(한빛맹학교 중등2학년)의 어머니는 “사람이 아닌 동물이 기부자라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며 “어려운 형편 때문에 딸이 음악의 꿈을 포기할까 걱정했는데 큰 힘을 얻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 경주마 이름 기부…이제는 한국 경마 아름다운 전통

‘지금이순간’ 외에도 ‘조이럭키(박덕희 마주)’, ‘풀문파티(강균호 마주)’, ‘으뜸칸(차영희 마주)’, ‘구만석(구자선 마주) 등이 청소년 장학금과 마필관계자 자녀 학자금으로 써달라며 1900만원을 기부했다.

그런가 하면 ‘인디언블루’의 강용식 마주는 한국심장재단 청소년 환우 수술비로 500만원을, ‘광교비상’의 신항철 마주는 독거노인 급식소에 300만원을 전달했다. 또한 ‘네버렛미다운’의 마주인 연기자 길용우도 상금 중 1000만원을 불우청소년의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경주마 이름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잦은 부상을 딛고 2010년 대통령배 대상경주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재기에 성공했던 ‘백광’은 상금 4000만원을 쾌척하며 국내 1호 동물명의 기부의 주인공이 됐다.

대통령배 3연패에 빛나는 ‘당대불패’는 2년 연속으로 장애인 선수를 위해 1억원을 기부하며 명예의 전당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서울마주협회 지대섭 회장은 “경마선진국들처럼 우리나라도 마주들의 자발적인 기부가 늘고 있다”며 “이러한 말을 통한 나눔문화는 경마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기여해, 상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마주들의 기부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마주협회는 2008년부터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동으로 ‘경주마 명의 기부 프로젝트’를 시작해 마주들만의 특별한 나눔문화를 정착시켰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