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수석 진출’ 박현경 “여고생 돌풍 기대하세요.”

입력 2018-05-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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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골프에 또 한 번의 ‘여고생 돌풍’이 휘몰아칠 수 있을까. 차세대 스타플레이어로 꼽히는 박현경(오른쪽)이 14일 막을 내린 LPGA 투어 US오픈 한국 지역예선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회 도중 캐디이자 아버지인 박세수 씨와 활짝 웃고 있는 박현경. 사진제공 | 갤럭시아SM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고의 메이저대회로 꼽히는 US오픈은 최근 20년 동안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태극낭자들의 활약이 빛났다. 1998년 ‘맨발의 투혼’을 펼쳤던 박세리의 첫 우승을 시작으로 김주연(2005년)과 박인비(2008·2013년), 지은희(2009년), 유소연(2011년), 최나연(2012년), 전인지(2015년) 등 한국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여왕들이 US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는 지난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인 박성현이 시즌 3관왕(상금왕·올해의 선수상·신인왕)의 기틀을 마련한 대회가 바로 US오픈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태극낭자 돌풍의 주역은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 혼자만이 아니었다. 당시 18살의 여고생 최혜진이 아마추어 신분으로 깜짝 준우승을 거두면서 박성현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고등학교 3학년에 불과했던 최혜진이 US오픈 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것은 대회를 앞두고 열린 한국 지역예선 덕분이었다. 최혜진은 36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진행된 당시 지역예선에서 2라운드 연속 5언더파 67타를 기록하고, 1위에 올라 US오픈 출전권을 손에 쥐었다.

1년이 흐른 지금, 한국여자골프는 또 한 번의 ‘최혜진 돌풍’을 기대하고 있다. 주인공은 익산 함열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박현경(18·하나금융그룹)이다. 이미 골프계에서 실력자로 정평이 나있는 박현경은 14일 인천 서구 드림파크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2018 US오픈 한국 지역예선에서 우승을 거두고 꿈에 그리던 US오픈 무대를 밟게 됐다.

박현경. 사진제공 | 갤럭시아SM



● “스코어 카드 내고서야 우승인 줄 알았어요.”

단 두 장뿐이던 US오픈 직행 티켓을 김하니(19)와 함께 나눠가진 박현경과 연락이 닿은 17일. 박현경의 목소리는 떨리면서도 기쁨에 가득 차 있었다. 우승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그때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는 듯했다.

박현경은 “사실 예선 토너먼트 도전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승보다는 경험 차원에서 지원을 했는데 덜컥 우승을 해버렸다”면서 멋쩍어했다. 이어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일단 오전 첫 18홀에선 5언더파 67타를 치면서 선두권에 올랐다. 그런데 오후 들어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겨우 후반 18홀을 이븐파로 막았지만 우승은 당연히 물 건너 간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기분 좋은 반전이 박현경을 기다리고 있었다. 36홀 스코어 카드를 내기 위해 대한골프협회 사무실을 찾아가자 관계자들이 축하의 메시지를 건넨 것이다. 박현경은 그제야 자신이 US오픈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음을 알게 됐다.

박현경은 18살에 불과한 신예 골퍼지만, 구력은 어느덧 10년에 가깝다. 유년시절 실내골프연습장을 운영했던 아버지 박세수(49) 씨 덕분이다.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따라 골프채를 접했고, 결국 자신의 인생이 뒤바뀌게 됐다.

“골프라는 종목 자체는 어렸을 적부터 친숙했지만, 선수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더 재밌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내 승부욕을 유심히 보시더니 이내 골프를 권유하셨다. 내가 사실 어렸을 때부터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다(웃음). 그렇게 9살 때 처음 골프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박현경. 사진제공 | 갤럭시아SM



● “지고는 못 사는 성격…돌풍 기대하세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프로 출신인 아버지를 따르게 된 박현경은 이내 대형 선수로 성장하게 된다. 입문 3년차이던 2010년 박세리배 전국초등학생골프대회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난 이야기가 하나 숨어있다. 박현경의 첫 우승은 원래 이보다 3개월 전에 나올 뻔했다는 사실이다.

“초등연맹회장기에서 큰 타수 차이로 우승을 남겨놓고 있었다. 그런데 최종라운드 18번 홀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친 뒤 속상한 마음에 퍼터를 한 손으로 잡고 다시 치려했다. 그런데 이 공이 홀컵에 들어가지 않고 내 발에 맞은 것이 아닌가. 이에 더욱 화가 나 공을 집어 손으로 넣어버렸다.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상태라 18번 홀 스코어를 트리플 보기로 처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오시더니 ‘이번 대회는 우승 자격이 없다. 실격 처리하고 오라’고 말씀을 하셨다. 어린 마음에 억울함도 컸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버지께서 큰 깨달음을 주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아버지로부터 값비싼 교훈을 얻은 박현경은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자신의 성장 밑거름으로 삼았다. 2016년 고등학교 무대로 들어선 박현경은 최혜진과 함께 세계여자아마추어 팀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지난해에는 한국골프 프로 및 아마추어 역사상 72홀 최소타(29언더파 259타) 기록을 세우며 송암배 아마추어선수권을 제패했다.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하고 올해 2월 프로로 전향한 특급 신예는 이제 꿈의 무대인 US오픈으로 발걸음을 넓힌다. 지난 10년간 캐디로 함께했던 아버지도 이번 여정에 동반한다. 27일 미국으로 떠나는 박현경은 “(최)혜진 언니는 물론 박인비, 이정은 선배처럼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치고 싶다. 욕심은 부리지 않겠지만 도전은 끝까지 해보려고 한다. 지난해 혜진 언니가 US오픈에서 여고생 돌풍을 일으켰는데 나 역시 이를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박현경은?


▲생년월일=2000년 1월 7일

▲신체조건=키 165㎝·몸무게 55㎏

▲출신교=전주중산초~익산함열여중~익산함열여고

▲후원사=하나금융그룹

▲소속사=갤럭시아SM

▲프로 데뷔=2018년 2월 KLPGA 입회

▲입상경력=2015년 네이버스컵 3개국 국가대표 친선경기 우승, 2016년 세계여자아마추어 팀 챔피언십 우승, 2017년 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아마추어 1위(52위)·송암배 아마추어선수권 우승, 2018년 LPGA 투어 US오픈 한국 지역예선 우승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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