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놓친 US오픈 트로피…그래도 김효주는 웃었다

입력 2018-06-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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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천재소녀’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일까. 최근 부진을 단번에 씻어내는, 말 그대로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였다. 비록 우승을 향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패자의 얼굴에선 밝은 미소가 한껏 묻어나왔다.


김효주(23·롯데)가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4일(한국시간) 미국 알라바마주 버밍엄 숄크릭 골프클럽(파72·6732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US오픈(총상금 500만달러·약 53억원) 최종라운드에서 아리야 주타누간(23·태국)과 연장 접전을 벌인 끝에 아쉬운 준우승을 거뒀다.


김효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1998년 US오픈 떠오른 연장승부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한 연장승부였다. 3라운드 선두 주타누간과 추격자들 사이의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주타누간은 최종라운드에 앞서 12언더파로 단독 선두를 달린 반면, 사라 제인 스미스(34·호주)가 8언더파로 2위, 김효주가 6언더파로 3위에 올라있었다. 주타누간이 타수만 잘 지켜도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효주의 추격은 최종라운드 내내 불을 뿜었다. 특히 5m 이상 되는 장거리 퍼트를 대부분 홀로 집어넣는 괴력이 빛을 발했다. 주타누간이 속한 챔피언조에 앞서 출발한 김효주는 전반에만 3타를 줄였고, 후반에 버디 2개를 추가해 11언더파 277타로 마무리했다.


역시 전반에 4타를 줄이며 선전한 주타누간은 우승이 가까워진 후반 들어 급격히 흔들렸다.


파4 10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더니 파4 12번 홀에서 1타를 더 잃었다. 결국 1타 차 선두를 달리던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다시 보기를 기록해 김효주와 동타를 이뤘다.


둘은 이번 대회를 주관한 미국골프협회(USGA)의 룰(올해 2월 개정)에 따라 14·18번 홀 합계 결과로 1차 연장을 치렀다. 공교롭게도 20년 전 박세리와 제니 추아시리폰의 맞대결이 떠오르는 한국선수와 태국선수의 연장승부(당시는 18홀 연장전)였다.


첫 결과는 무승부였다. 김효주가 버디와 보기를 작성하고, 주타누간이 2연속 파를 기록하면서 비겼다. 이후부터는 서든데스 연장이 펼쳐졌다. 둘은 14번 홀에서 파로 비긴 뒤 18번 홀에서 파를 기록한 주타누간이 보기에 그친 김효주를 꺾고 메이저 타이틀을 가져갔다.


김효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부진 탈출 예고한 김효주


김효주는 우승은 놓쳤지만 소득이 많은 대회였다. 학창시절 또래들을 압도하는 실력으로 ‘천재소녀’라는 별명을 얻은 김효주는 성인무대에서도 승승장구했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상을 거머쥐었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LPGA 무대에서 1승씩을 챙겼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김효주의 이름은 리더보드 상단에서 사라졌다. 기나긴 슬럼프의 시작이었다. 올 시즌 초반까지 계속되면서 그는 2년 넘게 우승 트로피를 품지 못했다. 그러나 US오픈 준우승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김효주는 “우승 욕심은 없었다. 주타누간이 후반부에 타수를 지키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막판 스코어보드를 본 뒤 긴장하게 됐다. 연장전에서 졌지만 마지막 날 정규 18홀에서는 노보기 플레이를 해 기분 좋다. 오랜만에 좋은 성적을 거둬 만족한다”며 모처럼 활짝 웃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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