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남자골프 4총사 “끊긴 금맥 이어갑니다!”

입력 2018-08-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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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골프 국가대표팀 (왼쪽부터) 김동민, 오승택, 장승보, 최호영(뒤쪽).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영락없는 20대 청년들이었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에 출격하는 남자골프 국가대표 4총사의 첫인상이 딱 그랬다. 인터뷰 내내 아옹다옹하는 모습부터 사진촬영을 틈타 서로를 놀리기 바쁜 짓궂은 장난기까지…. 또래 대학생들과 다름없어 보이던 이들은 그러나 필드 위에서 클럽을 잡고 포즈를 취해달라는 요청에 금세 프로골퍼 못지않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과 무게감이 고스란히 묻어난 순간이었다.

바늘구멍을 뚫고 태극마크 관문을 통과한 장승보(22)~최호영(21)~오승택(20)~김동민(20). 한국체대 졸업반부터 3학년, 2학년 그리고 신입생에 이르기까지 나란히 1년 터울로 한솥밥을 먹고 있는 국가대표 4총사를 최근 인천 서구 베어즈베스트청라 골프클럽에서 만났다. AG 골프 일정(23~26일)에 앞서 합동훈련 중이던 이들은 그간의 고된 과정을 대변하듯 하나같이 까무잡잡한 얼굴로 “이제야 아시안게임에 나선다는 실감이 난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빨리 대회가 시작했으면 좋겠다”며 당찬 출사표를 올렸다. 이들은 15일 인도네시아로 건너갔다.


● “물갈이 액땜도 마쳤습니다”

인터뷰는 인도네시아 현지 분위기를 묻고 답하면서 시작됐다. 4월과 7월, 대회장인 자카르타 폰독 인다 골프코스를 두차례 답사했던 4총사는 대뜸 ‘물갈이’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동남아시아 특유의 식문화에 호되게 당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맏형 장승보는 “날도 더운데 음식까지 마땅치 않으면서 자카르타 현지에서 모두 배탈이 났다.

코치님들은 물론 선수들 모두 물갈이로 한바탕 고생을 했다. 배탈에 걸리지 않은 (오)승택이만 빼놓고는 다 살이 빠져서 돌아왔다”며 멋쩍게 웃었다. 김동민은 “물갈이 덕분에 자연스럽게 체중 감량이 됐다. 액땜을 한 셈 치기로 했다”며 거들었다.

물갈이도 함께할 정도로 동고동락하는 국가대표 4총사는 지난달 최종 구성됐다. 5차례 평가전 합산 성적으로 장승보와 최호영, 오승택이 태극마크를 먼저 달았고, 뒤이어 김동민이 추가 선발전을 통해 인도네시아행 막차에 올랐다. 이들 곁에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프로 출신의 정행규(47), 김태훈(46) 코치가 동행하며 훈련을 돕고 있다.

각자 10년 가까운 구력을 자랑하는 4명은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호영은 “(장)승보 형은 물론 동생들과도 각종 대회에서 수시로 마주쳤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 같은 한국체대 소속이다. 더 이상 서로를 잘 알 수가 없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오승택은 “맏형으로서 주장까지 맡은 승보 형이 짓궂은 장난을 칠 때도 있지만, 속으로는 동생들을 많이 생각해주고 있다. 우리들과 친구처럼 지내려고 노력하는 덕분에 훈련 분위기가 늘 화기애애하다”고 덧붙였다.

남자골프 국가대표팀 김동민, 장승보, 최호영, 오승택(왼쪽부터).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잠시 끊긴 금맥, 저희가 이어갑니다”

한국 남자골프는 최근 AG에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2006년 도하 대회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김경태(32·신한금융그룹)와 김민휘(26·CJ대한통운)가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동시에 단체전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금맥을 독차지했다. 그러나 2014년 인천 대회에선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은메달에 그치면서 안방 시상대 꼭대기에 오르지 못했다.

장승보는 “다른 종목에 비해 국제대회가 많지 않은 골프로선 AG는 분명 큰 무대다. 특히 남자 골퍼들로서는 병역 면제라는 혜택이 걸려있기 때문에 더욱 간절하면서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최호영 역시 “AG가 다가오니 확실히 국가대표로서의 무거운 책임감과 자부심이 생기더라. 지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터라 부담감이 있지만, 서로가 합심해서 4년 전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이 꼽은 금메달 획득 관건은 단체전 성적이다. 나흘 내내 모두가 좋은 스코어를 낸다면 개인전과 단체전 공동 우승도 가능하다는 각오다.

정행규 코치는 “주위 많은 분들께서 단체전 이야기를 물으신다. 개인전과 별도로 단체전을 한다고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개인전 각 라운드마다 성적이 좋은 3명의 스코어를 매일 합산해서 단체전 순위를 정한다. 결국 4명 모두가 나흘간 타수를 최대한 줄여야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개인전에서도 해볼만하다”고 설명했다.

아직 익숙지 않은 코스 공략도 빼놓을 수 없다. 오승택은 “답사 결과 대회장 자체는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 다만 페어웨이가 조금 좁고 러프 잔디가 길더라. 티샷만 제대로 보낸다면 코스 공략은 어려움이 없다”고 귀띔했다.


● “AG 너머 우리들의 꿈은요…”

이처럼 만반의 준비를 마친 국가대표 4총사는 저마다의 꿈에 대해 묻자 다시 풋풋한 소년으로 돌아왔다. 각자의 롤모델을 수줍게 밝히면서 동시에 해외진출이라는 부푼 꿈을 그려냈다.

최호영과 장승보는 국가대표 선배인 김경태와 최진호(34·현대제철)를 우상으로 꼽았다. 최호영은 “김경태 선배님께서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에서 우승을 하신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을 봤다. 같은 선수로서 정말 멋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 역시 선배님처럼 일본 무대에서 같은 세리머니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이 꿈이라는 장승보는 “최진호 선배님은 나와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매번 꾸준한 성적을 내신다. 이러한 점을 닮고 싶다”고 밝혔다.

오승택과 김동민은 PGA 투어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을 롤모델로 꼽았다. 타이거 우즈(43)와 조던 스피스(25·이상 미국)였다. 오승택은 “앞으로 우즈와 같은 선수는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밝혔고, 김동민은 “스피스는 존재 자체가 멋있는 골퍼”라며 짧고 굵게 답했다.

다만 둘은 앞으로의 목표를 자신과 스타일이 맞는 아시안 투어와 JTGO 투어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 국가대표 4총사는 최근 선배들(김경태~최진호)과의 연습 라운딩 뒷이야기를 슬며시 전하면서 예정된 시간을 마무리했다.

“선배님들께서 딱 두 가지를 이야기해 주시더라고요. 하나는 ‘직접 가서 뛰어보면 다른 대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평소 하던 대로만 쳐라’였고, 또 하나는 ‘그래도 일단 필드에 올라가면 죽을 듯이 해봐라. 그래야 후회 없이 돌아올 수 있다’였습니다.”

인천|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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