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이 전하는 미국 생활의 빛과 그림자

입력 2018-08-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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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진출 첫 해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고진영은 “가끔은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미국 생활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미국 진출을 후회하지 않는다. 선택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같은 결정을 내렸으리라 확신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올 시즌 하반기 레이스가 한창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고진영(23·하이트진로)이다. 기대와 걱정 속에서 미국 진출을 결심한 고진영은 일각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2월 ISPS 한다 호주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67년 만에 LPGA 투어 데뷔전 우승을 차지한 신인으로 등극한 뒤 대다수 대회에서 상위권 성적을 작성하며 신인왕 레이스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만난 고진영은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미국 진출을 코앞에 두던 1월 취재진과의 출정식 인터뷰를 떠올리며 “그때만 하더라도 실감이 잘 나지 않았는데 어느덧 데뷔 6개월이 지났다. 벌써 올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 “미국 생활,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더라”


약 반 년 만에 이뤄진 고진영과의 대화는 미국 생활을 묻고 답하며 시작됐다. 오랜 준비를 마치고 LPGA 투어로 떠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고진영은 숨 돌릴 틈 없이 결심과 실행을 마쳤다. 그만큼 시행착오와 좌충우돌이 많다.

고진영은 “미국에서 지내다보디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힘들 때가 있었다. 몸은 정말 피곤한데 짐을 싸서 다른 도시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할 때가 특히 그렇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이를 악물며 살고 있다”고 현지 생활을 전했다.

미국에 제대로 된 연고조차 하나 없는 고진영은 현재 담당 매니저와 함께 LPGA 투어를 뛰고 있다. 국내에선 소속사 관계자들이 필드 안팎에서의 생활을 도왔지만, 미국에선 사실상 홀로서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미국에 따로 거처를 두고 있지는 않았다. 대회가 열리는 도시 간의 거리 차이가 상당하다보니 베이스캠프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 다른 선수들이 많이 묵는 호텔에서 머물거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대회장 근처에 숙소를 잡고 생활하고 있다.”

국내와는 다른 현지 생활은 루키에게 새롭게 다가오기만 한다. 고진영은 “다소 독특한 부분이 하나 있다. LPGA 투어를 뛰는 선수들의 동업자 의식이다. 대회가 끝나면 대부분이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같은 숙소로 향하기 때문인지 다같이 움직이는 문화가 정착돼있더라. 덕분에 이동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친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웃었다. 이어 “영어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

기본적인 대화는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 외국선수들과 밥을 먹으면서 간간히 대화에 끼는 정도다. 올 시즌이 끝나면 제대로 배워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어려웠던 선택,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고진영은 데뷔 직후 출전한 18개 대회에서 신인답지 않은 성적을 써냈다. 컷 탈락은 단 한 차례(8월 브리티시 오픈) 뿐이었다. 절반이 넘는 10개 대회에서 톱10에 들며 우승 경쟁을 이어갔다.

이처럼 신인으로서 빼어난 기록을 세웠음에도 고진영은 아쉬운 기억이 있는 눈치였다. “6월 US오픈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 그 때 라운드당 보기가 3~4개에 이르렀다(실제 기록은 4라운드 보기 10개·더블보기 1개). 보기만 줄였더라면 17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데뷔 시즌 활약의 배경으로 높은 페어웨이 및 그린 적중률을 꼽은 고진영은 현재 신인왕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신인왕 포인트 959점으로 576점에 그친 조지아 홀(22·잉글랜드)을 여유 있게 따돌린 상태다. 그러나 홀이 이달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경쟁 구도에 긴장감이 감돌게 됐다.

“아무래도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홀이 브리티시 오픈에서 좋은 성적은 내리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상대방의 우승으로 위기의식도 느낀다. 그래도 경쟁자의 활약이 내겐 동기부여가 되는 측면이 있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됐다.”

영어 인터뷰, 첫 우승 그리고 신인왕을 루키 시즌 목표로 삼았던 고진영은 “앞선 두 가지 목표는 데뷔전 우승으로 정말 빠르게 이뤄냈다. 이제 남은 목표는 신인상 하나뿐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진 마지막 질문에도 고민 없이 답했다.

“미국 진출을 후회 하냐고요? 전혀요. 다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같은 선택을 내릴 겁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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