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최경주, 다시 진군하다

입력 2018-10-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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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보게 야윈 모습이지만, ‘탱크’는 역시 달랐다. 최경주가 25일 경남 김해 정산CC에서 열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4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갑상선 종양 수술을 받은 뒤 복귀한 첫 무대, 탱크의 진군은 여전히 거침이 없다. 사진제공|KPGA

1994년 프로 데뷔 이후 쉼 없이 달려오던 탱크가 잠시 멈춰 섰다. 자기 자신을 너무나 혹독하게 단련했던 탓일까.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던 짱짱한 체력은 예전 같지 않아졌다. 아픈 곳도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급기야 생각지도 않았던 수술을 받으면서 25년 골프 인생에 없던 쉼표를 찍게 됐다.

탄탄한 체격과 저돌적인 플레이로 탱크라는 별명을 지닌 최경주(48·SK텔레콤). 진군밖에 모르던 그가 최근 클럽을 놓고 필드와 잠시 작별했다. 옆구리 부상으로 6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이후 치료에 전념하면서 체중을 감량하던 도중 갑상선 종양이 발견돼 8월 수술대에 올랐다.

골프계 대다수 관계자들조차 몰랐던 이 소식이 최근 알려지면서 걱정 어린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러나 탱크라는 별명답게 최경주는 부상과 수술 후유증을 훌훌 털고 당차게 필드로 복귀했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내걸고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2억원)이 그 무대였다.

25일 경남 김해에 위치한 정산CC에서 열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2번홀에서 최경주가 퍼팅라인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KPGA


● 탱크, 다시 돌아오다

병가를 끝내고 필드로 돌아온 최경주를 만나기 위해 24일 대회장인 경남 김해시 정산 컨트리클럽(파72·7300야드)을 찾았다. 최경주는 24일 후배들과 함께 연습라운드를 정상적으로 소화했고, 25일 1라운드를 통해 복귀 신고식을 마쳤다.

소문대로 탱크는 과거보다 야윈 모습이었다. 한 눈으로 봐도 체중이 10㎏ 이상 빠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취재진은 물론 대회 관계자들 모두 “체중이 정말 많이 빠졌다. 올해 초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최경주는 주위의 안타까운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호탕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히 몸은 괜찮아졌다. 체중이 14㎏ 정도 빠졌지만 그래도 거리는 줄지 않았다”면서 밝게 웃었다. 이어 “대회에 맞춰 3주 전부터 연습을 재개했다. 체중이 줄은 덕분에 몸도 가볍고 스윙도 가볍다. 산뜻한 느낌이다. 근육량이 40%밖에 올라오지 않은 만큼 지구력이 관건이다”고 현재 상태를 설명했다.

1994년 코리안 투어로 데뷔한 최경주는 이후 PGA 투어, 아시안 투어, 유러피언 투어,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등을 돌며 찬란한 전성기를 보냈다. 국내에서만 16승을 올렸고, PGA 투어에서 8승을 거두며 한국남자골프의 해외 진출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프로 25년차를 맞는 올해 최경주는 커다란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5월 제네시스 챔피언십 당시 허리와 옆구리 통증을 느꼈는데 바로 다음달 출전한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한계를 느끼고 PGA 투어에 병가를 냈다. 이후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떠나기 전 임한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에 종양이 발견됐다. 휴식이라곤 모르던 탱크의 첫 강제 휴가였다.

25일 경남 김해에 위치한 정산CC에서 열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3번홀에서 최경주가 버디퍼팅을 성공하고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KPGA


● 최경주, 시니어 투어를 말하다

다행히 악성 종양 초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낸 최경주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프로 데뷔 이후 줄기차게 달려왔다.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오랜 휴식기를 가졌다. 쉬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것들을 놓쳤다는 후회가 들었다. 그래서 스스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마음을 안고 시작한 일이 체중 감량이었다. 식단 조절도 하고, 때로는 단식도 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3학년 때 체중(78㎏)을 되찾게 됐다. 덕분에 지금은 몸도, 기분도 가볍다.”

소중한 휴식기를 보냈다는 최경주는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내년을 끝으로 PGA 투어 생활을 정리하고, 2020년 PGA 시니어 투어(챔피언스 투어)에 진출한다는 포부다.

최경주는 “다행히 PGA 투어 시드 걱정은 사라졌다. 계산을 해보니 내년에 20개 정도의 대회를 뛸 수 있더라. 이렇게 마지막 시즌을 보낸 뒤 2020년 5월 19일(자신의 50번째 생일) 이후 챔피언스 투어로 넘어가려고 한다. 일단 1년을 뛰어본 뒤 다음 진로를 결정하겠다. 2020년에는 도쿄올림픽 남자골프 감독도 맡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거울 앞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낀다는 최경주.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온 탱크는 이날 인터뷰를 마친 뒤 다시 연습 그린에 올라가 자세를 고쳐 잡았다.

김해|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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