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전성기’ 박상현이 말하다

입력 2018-12-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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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한국, 유럽에 미국 무대까지…. 박상현(동아제약)은 올 한 해 누구보다 바쁜 사나이였다. KPGA에서는 생애 최초 상금왕에 올랐다. 2018동아스포츠대상 남자프로골프 부문 주인공도 박상현이었다. 늦깎이 전성기를 맞은 그는 내년 더 나은 모습을 그리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박상현(35·동아제약)은 올 한 해 누구보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주무대인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를 발판삼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와 아시안 투어, 유러피언 투어 그리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까지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뒤늦은 전성기를 꽃피웠다.

이를 악물고 뛴 지난 1년간의 노력은 필드 위에서 의미 있는 보답으로 이어졌다. KPGA 코리안 투어에선 3승을 거두며 생애 최초로 상금왕(약 7억90006만원)에 올랐고, 동시에 평균타수상(69.13타)을 거머쥐면서 2관왕 영예를 안았다. 동료들이 직접 뽑은 ‘CMS와 함께하는 2018 동아스포츠대상’ 남자프로골프 부문 올해의 선수상 역시 박상현의 차지가 됐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뒤로하고 이제 2018년의 종착지에 다다른 박상현을 인도네시안 마스터스(13~16일) 출전에 앞서 만났다. 유종의 미가 걸린 아시안 투어 최종전을 앞두고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 컨트리클럽에서 막바지 훈련을 소화한 박상현은 “대회 출전으로 12일 열린 ‘CMS와 함께하는 2018 동아스포츠대상’에 참석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웠다. 다른 상과 달리 동료들이 나를 올해의 선수로 선정해줬다는 자체가 정말 뿌듯했다. 여려 면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참 감사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시즌이 모두 끝나간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훌륭한 선수들로부터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였다”며 숨 가빴던 2018년을 되돌아봤다.

프로골퍼 박상현.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 “정말 힘든 한 해였네요”

-한 해가 끝나가지만 아직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스케줄이었다. 계산해보니 인도네시안 마스터스를 포함해 올해 29개 대회를 뛰었더라. 보통 23~24개 정도의 대회를 소화하는데 5개 정도가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해외 투어 출전기회가 많아지면서 비행기를 타야할 일도 늘어났다. 이제 정말 체력이 바닥 가까이 떨어진 느낌이다(웃음).”


-그래도 성과가 많은 시즌이었다.

“코리안 투어의 경우 8개 대회만을 나가 3차례 우승을 기록했다. 톱10 진입 역시 6차례나 됐다. 2005년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하고 동시에 가장 일관된 호성적을 기록한 시즌이었다.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3차례 우승이 모두 메이저급 대회에서 나왔다. 승부사 기질 덕분인가.


“특별히 승부사 기질이 있지는 않다. 큰 대회든 작은 대회든 마음가짐에 크게 차이를 두지 않고 나서는 스타일이다. 다만 올해 메이저급 대회를 위주로 나갔는데 여기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그렇게 비쳤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뿌듯했던 우승이 있다면.

“고르기가 쉽지는 않은데…(웃음).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과 6월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모두 뜻 깊었지만 마지막으로 출전했던 9월 신한동해오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렵기로 소문난 코스(베어즈베스트청라 골프클럽)에서 보기 2개만을 기록하면서 22언더파 262타라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느 하나 부족했던 샷이 없었다.”

프로골퍼 박상현.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지난 1년보다는 다음 1년이 항상 좋았죠”

-골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께서 골프를 한 번 쳐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셨다. 어렸을 적부터 운동신경이 있던 터라 쇼트트랙을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골프를 시작하면서 ‘곧잘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지나가다가 넉 달 째 되던 때 아버지께서 본격적으로 선수 입문을 권유하셨다.”


-특별한 슬럼프는 없었나.

“골프를 지금껏 해오면서 자부심이 하나 있다. 내 실력이 매년 조금씩 늘어간다는 점이다. 항상 지난 1년보다는 다음 1년이 좋았고, 그 다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내년에도 더욱 기대를 해볼 수 있겠다.

“하하,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지금의 감각을 그대로 이어갈 생각이다. 성적보다는 기량적인 차원에서 조금의 진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 코리안 투어 역대 최다상금(약 32억7253만원) 획득이라는 신기록도 새로 써냈다.

“앞서 말한 대로 계속해 꾸준한 성적을 올린 점이 밑바탕이 된 듯하다. 사실 나는 데뷔 초반에는 준우승을 많이 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었다. 그때의 아픔이 예방주사가 됐고, 지금의 박상현을 만들었다.”


-2015년부터는 JGTO 투어를 주무대로 삼고 있다.

“더 큰 무대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이제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일본에 머물면서 많은 점을 느꼈다. 일단 스포츠 시장과 환경이 한국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선수들을 위한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많은 후배들이 이를 경험했으면 한다.”


-올해에는 5개 투어를 모두 경험했다. 역시 많은 점을 배웠을 듯한데.

“역시 PGA 투어 경험이 큰 약이 됐다. 비거리와 정확도 등 기술적인 면도 많이 배웠고, 경기 운영과 관련한 부분도 한 수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올해로 35살이지만 아직 성장해야할 점이 많다는 사실을 느낀 시간이었다.”

프로골퍼 박상현.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골프로 좋은 사람들 만나고 싶어요”

-이제 아시안 투어 최종전만 남았다.


“사실 최근 두 대회에서 연속 컷 탈락을 하면서 상금왕 싸움이 어려워졌다(웃음). 그래도 ‘후회 없는 한 해였다’고 말하고 싶다.”


-동계훈련 계획과 내년도 스케줄이 궁금하다.

“올해처럼 JGTO 투어를 주무대로 삼으려고 한다. 동시에 코리안 투어는 디펜딩 챔피언 대회 위주로 나갈 계획이다. 유러피언 투어 역시 기회가 닿는 대로 출전하려고 한다. 올해 5개 투어를 뛰면서 체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평소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니까 체력 문제가 만만치가 않더라. 체력 강화를 기본으로 하는 동계훈련을 계획 중이다. 이번 인도네시안 마스터스를 끝낸 뒤 차근차근 일정을 잡아볼 생각이다.”


-한국 나이로 35살이지만 도전이 멈추지 않는 느낌이다. 선수로서 다음 목표가 있다면.


“프로골퍼 모두의 꿈인 마스터스 출전이다. 골프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나가보고 싶어 하는 무대가 마스터스 아닌가. 동시에 US오픈과 디 오픈에도 출전하고 싶다. 특히 올해 처음 출전한 디 오픈의 경우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던 탓에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컷 탈락을 했다…. 아쉬움이 정말 컸다. 이를 설욕하기 위해선 세계랭킹을 끌어올려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메이저대회 출전이라는 욕심이 내년 동기부여가 될 듯하다. 아 그리고, 또 하나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무엇인가.

“20년 넘게 골프를 하면서 뿌듯한 점이 있다면 나이가 들수록 골프를 통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도움도 많이 받고 기쁨도 많이 드리는 매개체가 골프였다. 앞으로도 골프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더욱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 박상현


▲ 생년월일=1983년 4월 24일 ▲ 신체조건=신장 171cm·체중 70kg ▲ 출신교=대원고∼경희대 ▲ 후원사=동아제약 ▲ 프로 데뷔=2005년 ▲ 우승 경력=2009년 SK텔레콤 오픈, 에머슨퍼시픽 힐튼남해오픈, 2014년 바이네르 파인리즈오픈,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2016년 GS칼텍스 매경오픈, 2018년 GS칼텍스 매경오픈,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 수상 경력=2014년 평균타수상, 2018년 상금왕·평균타수상·동아스포츠대상

성남|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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