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의 새해 소망 “모두에게 역전극 가득하기를”

입력 2018-12-2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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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데뷔 5년차를 앞둔 김세영은 ‘역전의 명수’로 불린다. 필드 위에서는 맹수처럼 차갑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힙합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20대 중반의 평범한 여성이다. 김세영은 2020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 올 겨울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운동선수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별명 가운데 하나는 바로 ‘역전의 명수’다. 종목을 불문하고 살얼음판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통해 전세를 뒤집는 장면은 모두를 짜릿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 골프에서 ‘역전’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는 역시 김세영(25·미래에셋)이다. 2011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데뷔 이래 숱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김세영의 대표 수식어는 ‘역전의 여왕’이다. 여기에 뒤집기 우승을 차지할 때마다 입었던 붉은색 하의가 더한 ‘빨간 바지의 마법사’라는 별명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5년차를 앞두고 연말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세영을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올해 7월 손베리 크릭 LPGA클래식에서 나흘간 31언더파 257타라는 경이적인 스코어를 작성하고 LPGA투어 역사상 72홀 최소타 신기록을 새로 써내기도 했던 김세영은 “미국 진출 초반에는 두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1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골프에 몰두하고 있다”며 자신의 미국 생활을 되돌아봤다. 동시에 “평소 흥이 많은 편이다. 힙합 음악도 좋아하고, 춤도 즐긴다. 내 몸 속에 아티스트 기질이 조금은 흐르는 듯하다”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프로골퍼 김세영.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긴 터널을 하나 빠져 나왔습니다”

-올 시즌이 막 끝났다. 최근 어떻게 지냈나.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있다. 그간 보지 못했던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들과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위에서 훈련 이야기를 많이 물어보는데 가볍게 몸을 풀어주는 정도로 컨디션을 유지 중이다.”


-짧고도 긴 1년이었다.

“너무 빨리 지나갔다. 골프에만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연말이다. 사실 시즌을 뛸 때는 ‘빨리 오프 시즌이 와 달라’고 바랐지만, 막상 시즌이 끝나니 아쉬운 마음도 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역시 7월 손베리 크릭 LPGA클래식이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도 흐뭇한 미소가 생긴다. 아직까지 내가 LPGA투어 역사상 72홀 최소타 신기록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당시 우승 이후 바로 다음 주에 또 다른 대회가 있어서 들뜬 기분을 자제하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더라(웃음).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렇게 우승을 차지했던 순간만큼 아쉽게 고개를 숙였던 장면도 기억에 많이 남더라.”


-아쉬운 기억은 무엇인가.

“9월 에비앙챔피언십이다. 충분히 기회를 살릴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경기 막판으로 흐를수록 첫 메이저 우승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겼는데, 준우승에 그치면서 너무나 아쉬웠다. 나에게 아픈 상처를 남긴 대회이기도 하다. 동료들과 주위에서도 가장 아쉬워한 대회가 바로 에비앙챔피언십이었다.”


-내년이면 미국 진출 5년차를 맞는다.

“앞서 올해가 참 빨리 지나갔다고 이야기했는데 4년이란 시간은 또 다른 느낌으로 흘러갔다. 어떻게 보면 금방 지나갔고, 다르게 보면 긴 터널을 하나 통과한 기분이다.”


-터널이라 하면 어려움이 많았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힘들었다. 언어는 잘 통하지 않고, 친한 친구들도 없고, 외국 선수들은 낯설고…. 솔직히 말해 겁이 많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도 미국 생활을 홀로서기로 버텨냈다.

“물론 미국 진출 초반에는 개인 매니저가 필요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와 상의한 끝에 매니지먼트사의 도움 없이 홀로 이겨내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우승 인터뷰다. 말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통역마저 없으니까 더듬더듬 인터뷰를 한 기억이 있다. 그래도 2년 정도 지나면서 말문이 트이자 큰 어려움은 없게 됐다.”

프로골퍼 김세영.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힙합과 춤도 좋아해요”

-김세영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운동이 태권도다.


“아버지께서 태권도장을 운영하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태권도를 접하게 됐다. 두세 살 무렵부터 골프채를 처음 잡은 열두 살 전까지 10년 가까이 태권도를 했다. 지금도 태권도를 시키면 할 수는 있는데 막상 할 기회가 없더라(웃음).”


-골프로는 어떻게 전향하게 됐나.

“골프에 정말 빠져 계셨던 아버지의 권유가 시작이었다. 어렸을 때 배드민턴과 탁구, 피아노 등 각종 예체능을 접했는데, 골프는 가장 집중하기 좋은 종목이더라. 물론 연습을 하다가 거실에 있는 TV를 깬 적도 있지만…. 아무튼 애정이 커지는 종목이 골프였다.”


-태권도 말고 또 다른 취미가 있다면.

“사실 내가 힙합 음악과 춤을 좋아한다. 흥이 많다고는 할 수 없는데 어느 정도는 있는 편이다. 아티스트 기질도 조금은 있는 것 같고…(웃음).”

프로골퍼 김세영.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다시 골프 이야기로 돌아오면, 2020도쿄올림픽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가고 싶다. 내 골프 인생의 큰 동기부여 중 하나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정말 아쉬움이 많았다(개인전 공동 25위). 그래도 당시 박세리 감독님을 비롯해 박인비, 양희영, 전인지 등 내로라하는 선후배들과 합숙을 하면서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다. 특히 골프는 개인 종목인 만큼 동료들끼리 같이 지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않는데 올림픽은 2주 정도 합숙을 할 수 있어서 참 좋더라.”


-2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위해선 개인 성적이 중요하다. 내년 목표가 궁금하다.


“올해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스스로를 향한 믿음이 생겼다. 무엇보다 내가 정해놓은 프로세스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음을 느꼈다. 뿌듯했다. 내년에도 너무 욕심을 내기보단 나만의 목표를 천천히 달성해나가려고 한다.”


-곧 2019년 새해가 밝는다.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새해 인사가 있다면.


“내가 선수로 뛰면서 과분하게도 ‘역전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게 됐다. 참 기분 좋은 수식어인데, 나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에게도 짜릿한 역전 드라마가 새해에 가득하길 바란다.”


● 김세영은?


▲ 생년월일=1993년 1월 21일 ▲ 출신교=서울시흥초~세화여중~대원외고~고려대 ▲ 후원사=미래에셋 ▲ 소속사=스포타트 ▲ 프로 데뷔=2011년 KLPGA 투어 ▲ 우승 경력=KLPGA 투어 통산 5승, LPGA 투어 통산 7승 ▲ 수상 경력=2013년 KLPGA 투어 다승왕·동아스포츠대상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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