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띠’ 고진영 “2년차 징크스 없는 새해 기다려요”

입력 2019-01-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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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골퍼 고진영. 스포츠동아DB

2019년 기해년(己亥年)의 또 다른 이름은 ‘황금돼지의 해’다. 나란히 부(富)와 복(福)을 상징하는 황금과 돼지가 만난 덕분인지, 어느 때보다 새해를 힘차게 열어젖히려는 움직임이 벌써부터 분주하다.

스포츠계 역시 마찬가지다. 이른바 ‘황금돼지띠’에 걸친 각 세대별 대표주자들은 유난히 추운 올겨울 속에서도 각자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995년생 황금돼지띠의 상징적인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고진영(24·하이트진로) 또한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도전장을 던진 고진영은 누구보다 화려하게 데뷔 시즌을 장식했다. 첫 무대였던 2월 ISPS 한다 호주 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67년 만에 LPGA 투어 데뷔전을 우승으로 장식한 신예가 됐고, 남은 레이스에서도 줄곧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을 품에 안았다. 2015년부터 김세영~전인지~박성현으로 이어진 한국인 신인왕 계보 역시 이어갔다.

숨 가쁜 한 해를 마치고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고진영을 새해의 출발선상에서 다시 만났다.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신인왕 트로피를 꼭 안은 채 마주한 고진영은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렀다. 지난해 1월 LPGA 투어 출정에 앞서 임한 인터뷰가 엊그제 같다”며 웃었다. “주위에서 벌써부터 ‘2년차 징크스’를 걱정하고 계신다. 그러나 이러한 단어는 말을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허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새해에도 이에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골프를 통해 2년차 징크스를 지워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프로골퍼 고진영. 스포츠동아DB


● “적응해나가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새해가 밝았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푹 쉬면서 틈틈이 운동도 했다. 아, 지난 연말에는 고등학교 은사님 초대로 모교에 잠시 들렀다. 오래간만에 교감, 교장선생님도 뵙고 후배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LPGA 투어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시간이 정말 금방 흘렀다. 지난해 1월 진행한 인터뷰가 엊그제 같은데…. 돌이켜 보면 재미난 기억이 많은 1년이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는 보람도 있었고, 미국 무대에 적응해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적응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한국에 있을 때와 달리 맛있는 음식을 많이 못 먹는다는 점?(웃음). 또 하나는 비행기를 너무나 많이 타야한다는 점이 힘들었다. 정말 셀 수 없이 탔다.”


-체력 문제가 힘들었겠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숙소마다 대부분 헬스클럽이 있으니까. 다만 한국이든 미국이든 헬스클럽까지 가는 의지가 문제더라(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데뷔전 우승이 역시 가장 뜻 깊은 장면이지만, 가장 잘 하지 못했던 기억 역시 지울 수가 없다. 8월 브리티시 오픈인데 그때 컨디션이 가장 좋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유일하게 컷을 통과하지 못한 대회가 바로 브리티시 오픈이었다. 평소 공을 6개씩만 들고 다니는데 하루에 다 쓴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데 그때만 한 라운드에 공 6개를 모두 다 사용할 정도였다. 참으로 힘들었던 일주일이었다.”


-데뷔전 우승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지만, 호주 오픈은 출전 신청 마감시한 직전까지 고민을 했다. 아직 준비가 완벽하게 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인근 국가인 뉴질랜드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클럽을 바꾼 시점이라서 ‘경비라도 챙겨보자’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나간 대회였다. 그런데 덜컥 우승을 해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그 대회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나가게 됐다.”

고진영. 사진제공|KLPGA


● “제 점수요? 78점 아니면 92점?”

-사실 데뷔전 우승만큼 대단했던 기록은 평균타수 3위다.


“나도 놀랐다(웃음). 처음부터 평균타수 타이틀을 노리지는 않았다. 컷 탈락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경쟁이 됐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아, 하루에 1타나 2타씩이라도 더 줄여보면 어땠을까’이다.”


-한국인 4년 연속 신인왕 수상이라는 진기록도 이어갔다.


“너무나 큰 영광이다. 다행히 첫 대회에서 단추가 잘 풀리면서 신인왕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받지 못한 신인왕이었기 때문에 더욱 값졌다.”


-2014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 경쟁이 떠올랐을 텐데.

“그때 나와 동갑내기였던 백규정, 김민선5와 3파전을 벌였다. 최종전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은 최종전 1라운드다. 주최 측에서 우리 셋을 한 조로 묶어서 같이 플레이한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아쉽게 (백)규정이에게 신인왕을 내줬다. 최종전이 끝날 때는 아쉬움을 잘 못 느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까운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이번 신인왕 경쟁 역시 막판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신인왕에 오른 자신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기자면.

“흠…. 박하게 주면 78점, 후하게 주면 92점?(웃음)”


-태극낭자 군단의 든든한 일원이 되기도 했다.

“직접 미국 무대를 뛰어보니 막상 언니들과 어울릴 시간이 별로 없더라. 대회가 끝나면 모두 다음 대회장으로 이동해야하니까…. 그래도 선배와 동료들의 플레이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한국 선수들끼리 모이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그나마 하루를 꼽자면 (박)성현이 언니 주최로 한국 동료들과 교포 선수들이 모인 회식이었다. 성현이 언니가 7월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바로 다음 대회에서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나도 초대를 받아 케이크를 사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고진영. 사진제공|LPGA KEB하나은행챔피언십 대회본부


● “2년차 징크스는 없습니다”

-새해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이달 중순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링스로 떠난다. 4주 정도 훈련이 예정돼있다. 1년간 LPGA 투어를 뛰면서 느낀 점은 체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어떨 때는 스윙보다 체력을 더욱 절실하게 필요로 할 때가 있더라. 동계훈련에선 러닝은 물론 코어와 근력 강화 운동을 중점적으로 하려고 한다.”


-공교롭게도 2019년이 황금돼지의 해다.

“1995년생이라는 점 덕분에 기대를 많이 받고 있다. 나 역시 황금돼지의 기운을 받아 성공적인 한 해를 만들어가고 싶다.”


-새 시즌 목표가 있다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다. 지난해의 경우 목표를 1승으로 잡았는데 첫 경기에서 우승을 하고 나니 갈수록 동기부여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신중하게 목표를 잡으려고 한다.”


-2년차 신인에게 따라붙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2년차 징크스’다.

“주위에서 벌써부터 2년차 징크스를 걱정하고 계신다. 그러나 이러한 단어는 말을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어낸 허상이라고 생각한다. (박)성현이 언니와 (김)세영이 언니 등 선배들 모두 2년차 징크스 없이 활약을 이어나갔다. 나 역시 이에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골프를 통해 2년차 징크스를 지워 내보겠다.”

● 고진영은?


▲ 생년월일=1995년 7월 7일 ▲ 출신교=용마초~세화여중~은광여고~성균관대 ▲ 후원사=하이트진로 ▲ 소속사=갤럭시아SM ▲ 프로 데뷔=2014년 ▲ KLPGA 투어 우승경력=2014년 1승(넵스 마스터피스), 2015년 3승(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스·교촌허니 오픈·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2016년 3승(KG 이데일리 오픈·BMW 챔피언십·하이트진로 챔피언십), 2017년 2승(제주 삼다수 마스터스·BMW 챔피언십) ▲ LPGA 투어 우승경력=2017년 1승(KEB하나은행 챔피언십), 2018년 1승(ISPS 한다 호주 오픈) ▲ 수상경력=2016년 KLPGA 투어 대상, 2018년 LPGA 투어 신인왕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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