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육성으로 만들어낸 하타오카 나사

입력 2019-04-01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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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타오카 나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민국 여자골프가 세계최강으로 자리를 잡은 이유는 많겠지만 ‘골프 대디’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분신이었던 아버지 박준철 씨의 열성과 지도로 박세리는 한국인 골퍼 누구도 가지 못했던 성공의 길을 개척했다.

박세리의 성공사례를 본받은 많은 골프 대디와 골프 맘이 뒤이어 등장하면서 한국여자골프는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육성시스템을 만들었다. 우리 여자 선수들은 부모의 헌신적인 노력을 알기에 골프에 ‘올인’한다. 어느 대회에 가더라도 연습장에서 끝까지 남아서 훈련하는 사람은 우리 선수다. 이들에게 골프는 단순한 운동이 아닌 가족의 모든 것이 걸린 ‘패밀리 비즈니스’다. 당연히 다른 나라 선수보다 강한 멘탈을 가지고 기술도 앞설 수밖에 없다.

이런 모습에 자극을 받은 다른 나라 골프선수의 부모들도 요즘에는 한국식 방법을 많이 따른다. ‘골프 한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 아비아라 골프클럽(파72·6558야드)에서 1일(한국시간)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기아 클래식(총상금 180만 달러·약 20억 원)에서 박인비, 박성현, 고진영 등을 누르고 우승한 일본의 ‘천재소녀’ 하타오카 나사(20)도 그렇게 탄생됐다. 3라운드 단독선두 박인비에게 1타 뒤진 채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나사는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타를 줄이며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해 1언더파에 그친 박인비를 제치고 정상을 밟았다.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렸던 태극낭자들은 박인비와 박성현, 고진영이 모두 15언더파 273타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다.

딸의 이름을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 정할 만큼 하타오카의 부모는 꿈이 컸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세계로 딸이 갔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았다. 골프장에서 일하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딸은 11살에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중학교 때까지는 육상 200m 선수로 활동했다.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한 뒤 골프전문학교에서 영재교육을 받았다. 박세리의 스토리와 비슷하다.

하타오카의 우상은 미야자토 아이. 작은 체구로 LPGA 투어 8승을 따냈던 일본 여자골프의 영웅이었다. 하타오카는 미야자토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꾸며 클럽을 휘둘렀다. 또래들의 대회에서 많은 우승을 하며 영재 소리를 듣던 그는 2016년 제49회 일본여자오픈에서 4타차를 뒤집고 역전 우승했다. 당시 우승을 눈앞에 뒀던 선수들이 전인지와 신지애였다.

17세에 아마추어 선수로서는 처음이자 최연소 우승기록까지 세우며 혜성처럼 성인무대에 등장한 하타오카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미국으로 날아갔다. 좁은 일본보다는 세계를 상대로 도전하겠다는 뜻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2017년 미국 진출 첫 해, 실패를 거듭했다. 시드를 날렸다. 하지만 다음해 다시 Q스쿨에 도전해 수석으로 통과했다. 이후 미국 무대에서 꾸준히 성적을 올려온 하타오카는 지난 시즌 2승을 거두며 우리 선수들을 위협했다. 올해 기아 클래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라운드 초반부터 스코어를 줄이며 퍼트가 살아나지 않은 박인비를 압박한 끝에 역전우승을 거뒀다. 252야드의 짧은 파4 홀인 16번 홀에서 티샷이 물에 빠져 보기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경기였다.

파5 15번 홀에서 샌드웨지로 친 3번째 샷이 운 좋게 바운드 되면서 홀 바로 옆에 멈춰서며 탭인 버디가 된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하타오카는 최종 라운드에서 4번 그린을 놓쳤지만 27개의 퍼트로 막아냈다. 반면 박인비는 32개의 퍼트를 했다. 그 차이가 우승과 공동 2위를 결정했다. 그의 어머니 하타오카 히로미는 이날도 그린 부근에서 딸의 LPGA투어 통산 3승째를 지켜봤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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