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굴곡진 인생사 뒤로하고 정상으로

입력 2019-04-15 1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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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미국)는 1975년 12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이프레스에서 다국적 혈통을 안고 태어났다. 아버지 얼 우즈(2006년 작고)는 백인과 흑인, 인디언의 피가, 어머니 쿨티다 우즈(75)는 중국인과 태국인의 피가 고루 섞인 혼혈인이었다. 이처럼 여러 인종의 피를 물려받은 우즈의 몸 안에서 가장 뾰족한 두각을 나타낸 DNA는 단 하나, 바로 골프 재능이었다.


● 황제가 된 골프 신동

2살 때 ‘골프 신동’ 자격으로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던 우즈는 6살부터 정식 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초중고를 거치는 동안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을 석권하며 이름을 날렸다. 이어 1996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로 입문하면서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 데뷔와 함께 2승을 거머쥔 뒤 이듬해 마스터스에서 생애 첫 그린재킷을 입었다.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선수들에게만 주어지는 황제라는 칭호 역시 이때 부여됐다.

그러나 황제의 몰락은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왔다. 2009년 11월 집 앞에서 낸 교통사고로 외도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고, 이어 여러 여성들이 우즈와의 스캔들을 공개하면서 파문은 확산됐다.

우즈는 결국 2010년 부인과 이혼하면서 클럽을 잠시 내려놓았다. 이후 공백기를 가진 뒤 2012년 3승, 2013년 5승을 거두며 성공적인 재기의 길을 걷는 듯했지만 2017년 약물에 취한 채 운전을 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또 한 번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당시 긴급체포되면서 찍힌 ‘머그샷(경찰이 피의자 식별용으로 찍는 사진)’은 황제의 폐위를 상징하는 장면처럼 묘사되기도 했다.

타이거 우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황제가 남겨둔 대기록

모두가 끝났다고 이야기하던 황제의 골프 인생은 그러나 영화보다 더 영화처럼 극적으로 전개됐다. 약물 운전 논란 이후 두문불출하던 우즈는 2017년 말 연습을 재개하면서 필드 복귀를 꿈꿨고, 그해 12월 히어로 월드 챌린지를 통해 10개월만의 컴백 경기를 치렀다. 이어 지난해 9월 메이저대회 투어 챔피언십에서 정상을 밟으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린 뒤 통산 20번째 출전한 이번 마스터스 우승으로 자신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음을 재확인시켰다.

제83회 마스터스 우승으로 우즈는 샘 스니드(2005년 작고), 잭 니클라우스(79·미국)와 같은 전설들을 계속해 뒤따르게 됐다. 우선 PGA 투어 통산 81승을 올리며 스니드의 82승 대기록을 한 발 앞으로 따라잡았다. 또 니클라우스의 메이저대회 18승과 마스터스 6승을 각각 3승과 1승 차이로 쫓았다.

황제의 군림과 재기를 뜻하는 진기록도 함께 써냈다. 1986년 니클라우스가 46세 나이로 마스터스 최고령 우승자가 됐는데, 올해 44세의 우즈가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세웠다. 더불어 니클라우스는 마스터스 첫 우승과 마지막 우승을 23년 간격(1963년과 1986년)으로 기록했는데, 우즈 또한 22년 간격(1997년과 2019년)으로 차지하면서 역대 두 번째 최장기간 챔피언이 됐다. 이제 전 세계 골프계의 관심사는 하나다. 우즈가 이 모든 대기록들을 다시 쓰는 일이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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