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롯데 이병규의 반문 “탈LG효과? 그런 건 없다.”

입력 2018-04-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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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시즌을 앞두고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병규는 새로운 팀에서 주전 못지않은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주전이 되겠다는 욕심은 전혀 없다. 뒤에서 잘 받치는 게 지금의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탈LG효과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만들어진 말일 뿐입니다.”

롯데의 2차 드래프트 안목은 리그 정상급이다. 김성배(은퇴), 심수창(한화)을 2차 드래프트로 데려와 쏠쏠히 기용했던 롯데는 올해도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고효준(전 KIA), 이병규(전 LG), 오현택(전 두산)을 데려왔다. 이들 모두 1군에서 활약 중이다.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데려온 자원 모두가 1군 활약 중인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그 중에서도 이병규(35)가 단연 돋보인다. 이병규는 14일까지 15경기에서 타율 0.391, 3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401에 달한다. 전준우~민병헌~손아섭이 건재한 외야에 1루와 지명타자를 나눠 맡는 이대호, 채태인의 존재까지 있어서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실력으로 존재가치를 입증한 이병규다.

팬들은 이런 그를 두고 또 하나의 ‘탈LG 효과’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꺼낸다. 박병호(넥센), 이용규(한화) 등 LG를 떠난 뒤 잠재력이 터진 사례가 많기에 나오는 우스갯소리다. 이병규는 이 얘기를 듣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탈LG 효과? 그런 게 어디 있나. 그런 말은 LG에서 뛰는 선수들이나 LG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는 게 이병규의 생각이다. 이어 그는 “팀을 옮긴다는 건 누구에게나 전환점이다. 생각이 바뀌면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나도 12년간 뛴 팀을 떠나면서 야구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그 차이일 뿐이다. LG가 아니라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도 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9회초 1사 1, 2루에 롯데 이병규가 스리런 홈런을 때리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로 팀을 옮길 때 그의 목표는 ‘왼손 대타 요원’이었다. 이를 넘어선 활약을 선보이고 있지만 목표 수정은 없다. 그는 “나이도 있고, 주전이 되겠다는 욕심은 전혀 없다. 내가 할 역할이 있다. 팀이 필요할 때, 한두 타석 나가서 좋은 결과를 내면 된다. 앞에서 끌기 보다는 뒤에서 잘 받치는 게 지금의 내가 할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병규의 목표는 단 하나, 건강함이다. LG 시절에도 잠재력이 폭발할 때마다 부상에 울었던 경험이 잦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한 번 다치면 회복하는 시간이 길다. 안타 하나 더 치는 것보다 부상을 안 당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롯데도 캠프 때부터 이병규의 건강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이클이 떨어지더라도 캠프 때 무리하지 말자. 어차피 시즌 때 보여주면 된다”는 것이 롯데 트레이닝 파트가 이병규에게 건넨 조언이다. ‘건강하다면 수준급 성적을 낼 선수.’ LG 시절부터 그에게 따라붙던 꼬리표다. 전환점을 돈 그의 야구인생은 어떤 2막으로 이어질까.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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