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재회한 로저스, 실력으로 해프닝 종식

입력 2018-04-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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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시즌 개막전에서 친정팀 한화 동료들에게 과도한 친근감 표시로 해프닝을 빚었던 넥센 에스밀 로저스가 22일 대전 한화전에서 정면 승부를 펼쳤고, 이적 후 첫 완투승을 챙기며 맘껏 웃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과도한 친근감 표시로 홍역을 치른 뒤 한 달이 지났다. 에스밀 로저스(넥센·33)가 전 소속팀 한화에 취한 액션은 오직 하나, 정면 승부였다.

올 시즌에 앞서 스토브리그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로저스였다. 한화에서 2015년 후반부터 2016년 초반까지 뛴 그는 16경기에서 8승5패 방어율 3.41의 호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김성근 당시 감독과 마찰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떨떠름하게 팀을 떠났다. 미국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은 그는 올 시즌에 앞서 넥센과 계약하며 KBO리그에 돌아왔다.

로저스의 데뷔전은 시즌 개막전인 3월 24일이었다. 상대는 공교롭게도 친정팀 한화였다. 이날 로저스는 6.2이닝 3실점(2자책)으로 첫 단추를 잘 뀄다. 하지만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논란이 일었다. 로저스는 최재훈과 이용규의 머리를 글러브로 치거나, 견제사 당한 양성우에게 도발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한화에서 공식 사과를 요청했고, 로저스는 기자회견까지 열며 머리를 숙였다.

글러브로 최재훈의 머리를 치는 로저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그리고 22일 대전에서 한화를 다시 만났다. 경기 전 한화 한용덕 감독은 로저스의 해프닝 얘기가 나오자 “아마 본인이 조심하지 않을까. 만약 로저스가 또 한 번 같은 실수를 한다면 우리도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는 말로 일종의 엄포를 놨다. 넥센 장정석 감독 역시 “그 사건 직후 로저스와 면담해서 몇 마디 이야기를 했지만, 한화전(22일) 등판을 앞두고는 따로 대화하지 않았다. 스스로 잘 판단할 것이다”고 신뢰를 보냈다.

이날 로저스는 한화 선수들을 향해 어떠한 액션도 보이지 않았다. 제러드 호잉과 한두 마디 주고받았을 뿐 지난 달 문제됐던 이용규, 양성우 등과는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대신 ‘정면승부’로 상대를 윽박질렀다. 로저스는 이날 최고구속 152㎞의 강속구(30구)를 앞세워 한화 타선을 침묵시켰다. 9이닝 동안 5안타 1실점만 허락하며 100구만에 경기를 매조지했다. 팀 타선도 화끈한 지원으로 10-1 승리에 힘을 보탰다. 넥센은 시즌 첫 4연승 가도를 달렸다. 로저스는 경기 후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투구에만 전념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로저스는 넥센 이적 후 첫 완투승 기록까지 챙겼다. 로저스는 KBO리그에 발을 들이자마자 ‘완투의 사나이’로 이름을 떨쳤다. 한화 데뷔전이었던 2015년 8월 6일 대전 LG전에서 기록한 9이닝 1실점 완투승이 시작이었다. 이어 4일 휴식 후 11일 수원 KT전에서는 9이닝 무실점 완봉승까지 기록했다. 넥센이 그를 영입할 때 기대한 것도 이런 ‘에이스’ 면모였다. 로저스는 넥센 이적 후 6경기 만에 다시 9이닝을 책임졌다. 로저스는 “확실히 구속과 커맨드가 궤도를 찾은 느낌이다. 완투는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 노력할 부분이다”고 밝혔다.

대전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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