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와 두산의 재회, 정이 없던 그들에게 박수를

입력 2018-07-11 2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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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니퍼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7년간 몸담았던 친정팀과 첫 재회. 감상에 젖을 시간은 없었다. 더스틴 니퍼트(37·KT)는 두산을 상대로 혼신의 역투를 펼쳤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하지만 니퍼트와 두산 타자들 모두 최선을 다한, 프로다운 승부였다.


두산은 11일 수원 KT전에서 6-0으로 승리했다. 1회부터 3회까지 1점씩 뽑아내며 초반 분위기를 잡았고, 선발투수 이용찬이 7이닝 무실점 역투로 점수를 지켜냈다. KT 선발 니퍼트는 8이닝 3실점 115구 역투에도 타선 지원 부족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니퍼트와 두산의 만남은 그 자체로 화제였다. 니퍼트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두산에서 통산 94승을 거뒀다. 계약 불발로 은퇴 위기에 놓였지만 KT가 손을 내밀며 KBO리그 생활이 이어졌다. 니퍼트는 올 시즌 KT에서 6승을 더하며 KBO리그 역대 외국인 투수 중 처음으로 통산 100승 고지에 올랐다.


서로 너무 잘 아는 투수와 타자들의 맞대결. 2012년부터 2년간 두산 지휘봉을 잡고 니퍼트와 함께 뛰었던 KT 김진욱 감독은 “신경이 안 쓰이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니퍼트와 두산 타자가 서로를 잘 안다. 이러면 타자들이 더 유리하다. 패턴 등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KT 가득염 투수코치 역시 “아무래도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15년간 뛰던 롯데를 떠나 SK로 옮긴 뒤 친정팀과 마주하면 그랬다”고 회상했다. 반면 두산 김태형 감독은 “정답은 없다. 패턴을 알고 있긴 하지만 니퍼트도 스타일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KT 더스틴 니퍼트. 스포츠동아DB


경기 초반 운은 니퍼트를 외면했다. 1회 2사 1·3루에서 양의지에게 불운의 빗맞은 안타를 맞아 첫 실점했다. 2회에는 김재호, 3회에는 최주환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며 추가점을 내줬다. 두산 왕조를 함께 이룩한 양의지, 김재호, 최주환의 적시타는 얄궂은 운명이었다. “신경 쓰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 모았던 두산 타자들은 다짐을 지킨 셈이다.


니퍼트는 꿋꿋했다. 4회부터 7회까지 4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7회에 이날 최고구속인 153㎞을 찍을 만큼 의욕도 넘쳤다. 7회까지 니퍼트의 투구수는 101개. 하지만 니퍼트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프로답게 혼신을 다하는, 옛 동료와 팬들에 대한 예의였다.


마냥 차갑지만은 않았다. 니퍼트는 8회 2사 1·3루에서 오재원에게 2루 땅볼을 유도하며 이날 등판을 마쳤다. 1루 덕아웃으로 돌아가던 중 오재원과 마주쳤고 그의 엉덩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오재원 역시 가벼운 포옹으로 화답했다. 마운드 위와 타석에서는 서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었지만, 그 밖에서는 정들었던 옛 동료다. 니퍼트와 두산 모두 박수 받을 경기였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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