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비·외모까지 경쟁? KT 정현·심우준의 유쾌한 수다

입력 2019-01-16 1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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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준(왼쪽), 정현.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유격수 자리는 단 하나뿐이다. 한 자리를 둔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KT 위즈 정현(25)과 심우준(24) 역시 마찬가지다. 정현이 상무에서 전역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둘은 1승씩을 주고 받았다. 정현이 2017년 잠재력을 완전히 만개하는 듯했지만, 심우준이 지난해 그 자리를 꿰찼다.

치열한 경쟁은 그라운드 위에 두고 온다. 경기장을 벗어나는 순간 이들은 한 살 터울 또래다. 전혀 다른 캐릭터로 보이지만 평범한 20대 중반 남성일 뿐이다. 매일 같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자극제 역할을 도맡는다. KT는 이제 박기혁(현 1루 코치)의 은퇴로 정현과 심우준이 유격수 짐을 오롯이 소화해야 한다. 스포츠동아는 이들과 유쾌한 수다를 나눴다.

●경쟁과 의지, 그 어딘가에

-2017년에는 정현이 주전으로 도약하는 듯했는데, 지난해는 다시 심우준이 유격수 자리를 차지했다. 유격수 자리가 하나이기 때문에 서로 경쟁의식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현(이하 정) : “(심)우준이는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엄청 까분다(웃음). 동갑인 심재민이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서 혼자 그걸 감당하니까 죽을 것 같다. 우준이는 의지가 강한 친구다. 다만 겉으로 그게 안 보일 뿐이다. 우준이와는 신뢰가 많이 쌓였다. 선의의 경쟁자다.”

심(이하 심) : “캠프부터 시즌 때까지 붙어다니는 시간이 워낙 많아서 친해질 수밖에 없다. (정)현이 형과 사석에서 통화를 정말 자주 한다. 특히 지난해 형이 2군에 내려갔을 때 거의 매일 같이 통화했다. ‘형, 도대체 언제 올라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다.”

-경쟁자가 2군에 내려갔는데 빠른 콜업을 원했다는 건 조금 아이러니하다.

심 : “형이 없으니까 야구 할 맛이 안 났다. 내가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형이, 형이 떨어질 때는 내가 서로 보완해줬는데 부담이 너무 컸다. 경쟁 없이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없다. 서로 잘하는 게 최고의 그림일 텐데, 현이 형과 떨어진 시간이 길어서 답답했던 시즌이다.”

정 : “2군에 내려간 걸 우준이한테 미안하게 느낄 정도로 연락을 많이 받았다(웃음). 실제로 내가 2루수, 우준이가 유격수로 키스톤 콤비 호흡을 맞춘 적이 몇 번 있다. 서로 워낙 친하다 보니까 수비할 때도 편했다. 언젠가 KT의 주전 키스톤 콤비로 자리매김한다면 시너지가 상당할 것 같다.”

-선의의 경쟁자이지만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이것만큼은 내가 더 낫다’라고 꼽는다면?

정 : 비주얼?(웃음) 멘탈적인 부분은 내가 약간 나은 것 같다. 우준이에게 없는 전역증도 있다. 대신 우준이의 빠른 발이 부럽다.

심 : 내가 나은 건 역시 발이다. 이게 없었다면 지금까지 올라오지도 못했다(웃음). 전역증은 별로 안 부럽다. 언젠가 군 입대를 하더라도 2년간 얻어오는 게 많을 것 같다. 현이 형도 상무에서 부쩍 성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형의 긍정적인 성격과 체력, 지구력이 부럽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정 :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 2017년까지 우준이는 악송구 한 번 하면 멘탈이 완전히 나갔다. 하지만 지난해는 그 여파를 빨리 떨쳐냈다. 그러면서 자기가 가진 수비 능력을 다 보여주기 시작했다.

-정현에게 심우준이란? 심우준에게 정현이란?

심 : (한참 고민한 뒤) ‘피’인 동시에 ‘반창고’다. 자극을 주면서도 힘들 때 의지하게 되는 형이다. 현이 형은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 자기 스타일대로 열심히 하는 건데 나를 긁는 느낌을 혼자 받는다. ‘이겨야 한다’고 채찍질을 하게 된다. 나도 언젠가 그런 자극을 주고 싶다.

정 : 너무 꾸며낸 티가 난다(웃음). 진정성이 없다. 나에게 우준이는 ‘협상불가’다. 동기부여할 대상이 없으면 어느 순간 스스로와 타협하게 되지 않나? 우준이가 있기 때문에 타협은 절대 없다. 누가 먼저 유니폼을 벗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결국 1년차이니까 끝까지 함께 가지 않을까 싶다. 동반성장을 했으면 좋겠다. 우준이는 잘 크고 있는데 나는 멈춰있는 것 같아서 반성하게 된다. 지난해 우준이 활약이 큰 자극제가 됐다.

심우준(왼쪽), 정현.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2019년, 정현과 심우준 동반성장의 원년

-이제 스프링캠프 출발까지 보름 정도 남았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정 : “한창 웨이트 트레이닝 중이다. 25년 인생 중 몸이 가장 좋다. 하루에 네 끼씩 먹고 있다. 지난 시즌 막판 왼손 검지 인대가 터졌는데, 재활을 끝냈다. 여러 모로 올 시즌이 기대된다.

심 : “야구장과 집을 오가는 게 비시즌 루틴의 전부다. 안 아플 정도로만 캐치볼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몸을 만들고 있다.”

-야구의 신이 2019년 소원 하나를 들어준다고 하면 무엇을 얘기하고 싶나?

심 : 가진 게 많이 없어서 이것저것 다 달라고 하고 싶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건 유격수 최소 실책이다. 어릴 때부터 ‘유격수는 폼이 예뻐야 한다’고 지겹도록 들었다. 그러면서 쉬운 타구가 올 때 생각이 많아졌다. 어려운 타구는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이니까 그런 게 덜했다. 때문에 ‘쉬운 타구는 놓치고 어려운 건 잡는다’는 말을 들었다. 생각을 바꿨다. 야구는 결과론이다. 엉거주춤해도 아웃만 시키면 된다.

정 : 무조건 전 경기 출장이다. 144경기에 나선다면 기록, 경험, 자신감, 멘탈 등 모든 것들이 자연히 따라온다. 전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1군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다. 야구선수는 결국 경기에 나서야 한다.

-이강철 감독·이숭용 단장 체제로 팀이 바뀌었다. 이제 탈꼴찌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올 시즌 각오를 말한다면?

정 : 지난해까지는 내가 A를 잘한다면, 그 A를 키우려고만 했다. A를 확보했으니 B, C로 확장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올해는 다를 것이다. 이미 박기혁 코치님, 박정환 코치님께 부탁을 드렸다. 캠프 때 타구를 정말 많이 받을 생각이다. 수비와 타격 모두에서 지난해보다 몇 배는 나아져야 한다.

심 : 지난해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 때 이강철 감독님을 만나보니 주루에서 섬세함을 강조하셨다. 발은 빠르지만 주루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몇 년간 받았다. 이제 기복을 줄이고, 주루 플레이에 조금 더 집중할 계획이다. 팀이 원하는 것이 그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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