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오키나와] 한화 캠프의 숨은 주역 박정진 “연수생이라고 불러주세요”

입력 2019-02-20 1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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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한화 이글스 박정진이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 직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연수생이라고 불러주세요.”

박정진(43)은 입단 첫해인 1999년부터 2018년까지 20년간 단 한 번도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벗지 않은 대표적인 ‘원클럽 맨’이다. 이 기간에 통산 691경기에서 45승43패35세이브96홀드, 평균자책점 4.55를 기록했고, 2012시즌부터는 꾸준히 한화 불펜의 중심축으로 활약했다. 2017시즌 직후 41세의 나이에 프리에이전트(FA) 2년 계약을 맺은 것도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이었다.

2018시즌 직후 현역 생활을 마쳤지만, 한화 유니폼은 벗지 않았다. 한화 구단은 어떤 위치에든 박정진이 필요했다. 그의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본인도 한화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1월 31일부터 시작한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것도 다양한 역할을 경험하며 프런트로 새 출발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잡일부터 시작하는 거야. 바로 올라가려고?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소리”라는 한용덕 한화 감독의 농담 섞인 핀잔에도 그저 웃는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선수단과 함께 호흡하는 지금 이 순간이 즐겁기만 하다.

박정진은 캠프를 마친 뒤 해외 스카우트와 전력분석원 수업을 받는다. 이번 캠프에서도 위치를 가리지 않고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베이스캠프인 고친다구장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난 그는 “연수생으로 불러달라”며 웃었다. “현장을 경험하고 전력분석 일을 하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정진의 FA 계약 기간은 2019시즌까지였다. 그만큼 몸 상태에 자신이 있었다. 현역 연장에 대한 욕심은 없었을까. 그는 20일 “솔직히 말하면, 웨이버 공시됐을 때도 다른 팀에 가겠다는 생각은 크지 않았다. 현역 연장은 한화가 아니면 의미가 없었다. 현실도 녹록지 않았다.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다시 한화에서 일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자체만으로도도 기쁜 일”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을까. 박정진은 “여기서 보니 선수 때와는 완전히 다르더라.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 내가 선수들을 기술적으로 지도하진 않지만, 늘 코치님들보다 한 발 뒤에서 지켜보며 배우고 있다. 한화에서 뛰었던 이동걸 전력분석원도 정말 잘하더라. 배울 점이 많다. 빨리 적응해서 전문 지식을 익혀야 한다. 해외 스카우트쪽도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다. 이번 캠프를 통해 선수를 보는 눈도 달라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는 그대로였다.

오키나와(일본)|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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