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애리조나] ‘홈런왕 0순위’ 박병호 “막연한 우승보다 과정에 초점”

입력 2019-02-2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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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박병호는 2019시즌 가장 강력한 홈런왕 후보로 손꼽히는 국내 최고의 타자다. “타이틀이나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다”는 박병호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후배들과 우승으로 향하는 과정에 방점을 찍어뒀다. 투산(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우승을 목표로 얘기하는 것은 막연하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

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 우승후보로 꼽힌다. 제이크 브리검(31), 최원태(22)가 버티는 선발진에 한현희(26), 이보근(33), 오주원(34) 등 불펜진도 두텁다. 이정후(21), 김하성(24), 서건창(30) 등 타선도 막강하다. 그럼에도 키움의 우승 가능성을 높이 사는 가장 큰 이유는 박병호(32)의 존재다.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 후 지난해 복귀한 그는 113경기에서 타율 0.345, 43홈런, 112타점을 기록했다. 왼 종아리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한 달 이상 빠지고도 홈런 공동 2위에 올랐다. 선두 김재환(31·두산 베어스·44개)과 단 하나 차이였다.

박병호는 2019시즌 홈런왕 0순위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미국 애리조나 투산의 스프링캠프지에서 만난 그는 “타이틀이나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다.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후배들과 과정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각오를 밝혔다.

키움 박병호. 투산(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 스윙 한 번보다 농담 한 번!

키움의 스프링캠프 명단에 박병호보다 선배는 오주원, 이지영(32)뿐이다. 박병호 스스로도 어느새 연차 서열 3위가 된 자신이 놀랍다. 거기에 국내 최고의 홈런타자라는 타이틀까지 있으니 후배들이 다가가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박병호가 이번 캠프 내내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농담을 던지는 이유다. 박병호는 “쓰는 말부터 관심사까지 ‘세대 차이’가 느껴졌다. 아무래도 나이 차이 때문인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때문에 후배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된다”며 웃었다.

키움은 투타에 걸쳐 젊은 선수가 즐비하다. 여느 팀처럼 ‘유망주’에 그치는 게 아니다. 야수 김하성, 이정후, 송성문(23), 김혜성(20), 투수 한현희, 최원태, 이승호(20), 안우진(20) 등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박병호는 “지난해 팀 성적을 이끈 것은 결국 젊은 선수들 덕분이다. 지난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면 올해도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젊은 선수들은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분위기에 흔들리기 쉽다. 시즌 초반 성적이 안 난다면 자칫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이들이 ‘지난해 활약이 운이었나’라는 의문을 갖는 순간 슬럼프가 시작된다. 박병호 역시 이 점을 우려했다.

“미국으로 떠났던 2년 사이 구단 분위기가 달라져있었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졌는데, 주장은 아니지만 고참으로서 내 역할이 필요한 순간이 올 것이다. 많은 대화를 통해 격려를 해줘야 한다. 솔직히 지난해에는 잔소리를 많이 했다. 눈에 보이는 단점들은 지적했다. 올해는 조금 더 따뜻하게 다가갈 생각이다. 경기 중에도 소통하며 다가가기 수월한 선배가 되고 싶다.”

키움 박병호. 스포츠동아DB


● 전 경기 출장에 내포된 의미

박병호는 지난해 내심 ‘35홈런은 칠 수 있을까’를 염려했다. 2년간 리그를 떠났던 데다 팀이 목동구장에서 고척스카이돔으로 홈구장을 옮겼기 때문이다. 43홈런으로 이름값에 걸맞게 활약했지만 만족은 없다. 박병호는 겨우내 타격폼에 신경을 썼다. 왼 다리가 착지할 때 투수 쪽으로 조금 더 오픈 시키는 방식이다. 그는 “사실 육안으로 봤을 때는 차이가 없을 것이다. 지난해 눈에 보이는 성적은 좋아도 스스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상대 투수가 몸쪽 승부를 많이 하는데 조금 더 쉽게 대처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목표는 하나, 전 경기 출장이다. 주전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2012년부터 3년 내내 전 경기 출장을 달성한 것은 그의 훈장 중 하나다. 공백은 가시적 기록 저하를 낳을 수밖에 없다. 만약 박병호에게 지난해 한 달 공백이 없었다면 수치상 55홈런도 가능했다. 홈런 개수는 의식하지 않는다. 2012년부터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을 때를 회상해도, 단 한 번도 홈런왕이 목표였던 적은 없다.

“뜻하지 않은 부상은 팀과 나 모두에게 피해를 줬다. 앞으로는 부상에 더 신경 쓰면서 야구할 것 같다. 컨디션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올해는 전 경기 출장이 목표다. 많은 경기에 나서야 좋은 기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내 신념이다. 성적이 좋아야 꾸준히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켜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팀에서 가장 많이 돈을 받는다면 당연히 많이 나가야 한다. 굳이 숫자에 대한 각오를 밝힌다면, 모든 지표를 지난해보다 하나라도 더 늘리는 것이다.”

이런 각오에는 여러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다. 키움은 올 초 출범식에서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외부의 시선 역시 젊고 강한 키움을 우승후보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의 4번타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타이틀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도, 올해도 구단은 우승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조금 막연한 목표다. 오히려 과정이 더 중요하다”며 “지난해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최대한 경기에서 잘하도록 코칭스태프와 고참들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뷔 직후부터 지금까지 박병호는 꾸준히 부담과 마주했다. 유망주 시절부터 국내 최고의 타자가 된 지금까지도 부담은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2012년 홈런왕에 등극했을 때부터 박병호는 늘 부담을 이겨왔다. 올해도 이에 맞설 준비는 끝났다.

투산(미 애리조나주)|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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