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ML 126SV’ 투수이자 아들바보…멜 로하스 시니어를 만나다

입력 2019-04-16 12:5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약 2주간의 짧은 일정에도 아들의 경기를 모두 지켜보며 응원하는 멜 로하스 시니어(왼쪽부터)와 로하스 주니어의 아내, 윌리엄 쿠에바스의 약혼자. 사진제공 | KT 위즈

“아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2017년 대체 외국인 타자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은 멜 로하스 주니어(29)는 대체 불가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년차였던 지난해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5, 43홈런, 114타점을 기록했다. 단일시즌 중견수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썼으며 외국인 선수 중 세 번째로 타율 3할·40홈런·100타점·100득점 고지를 동시에 정복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 무대 복귀와 KBO리그 잔류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결국 KT의 손을 잡았다.

이정후(21·키움 히어로즈), 박세혁(28·두산 베어스)이 그렇듯, 로하스 역시 ‘야구인 2세’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 멜 로하스 시니어(53)는 1990년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빅 리거’다. 10시즌 통산 525경기에 등판해 34승31패 126세이브, 평균자책점 3.82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1995~1996시즌에는 2년 연속 30세이브 고지를 돌파하기도 했다. 또한 KT 샌디 게레로 타격코치와 마이너리그 시절 한솥밥을 먹은 이력도 있다.

로하스 시니어는 8일 한국을 찾았다.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로하스 주니어는 아버지 입국 전까지 14경기에서 타율 0.212, 1타점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입국한 뒤 6경기에서 타율 0.391, 4타점으로 감을 회복 중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존재는 언제나 힘이 된다. 나를 보러 와준 그에게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전했다.

KT는 팀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한 로하스 주니어를 위해 그의 아버지에게 시구를 맡겼다. 엔리께 움베르또 살라사르 까라바요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가 시타, 로하스 주니어가 시포에 나선다. 17일 수원 KT위즈파크 마운드에 오를 생각에 설레고 있는 로하스 시니어를 만났다.

●“한국 팬들은 도무지 응원을 멈추지 않는다”

-한국을 찾은 직후 수원KT위즈파크부터 고척스카이돔, 대구구장까지 KT의 경기에 모두 동행하고 있다.

“전혀 힘들지 않다. 아들을 보고 그를 응원하기 위해 온 건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지난해에도 한국에 와보고 싶었지만 시기가 맞지 않아 무산됐다. 사실 아들이 미국에 있을 때도 직접 경기장에 찾는 건 자제했다. 트리플A 시절 딱 한 번뿐이었다. 지금 한국에서 아들이 맹활약하는 걸 보니 자주 와볼 걸 그랬다(웃음).”

-미국 야구만을 접하던 이들은 한국의 응원 문화를 신기하게 여긴다. 직접 보니 어떤가?

“미국에 있을 때 인터넷을 통해 KBO리그 중계를 봤다. 직접 느낀 한국의 야구 열기는 중계화면으로 볼 때와 완전히 달랐다. 한국 야구팬들은 도무지 응원을 멈추지 않는다. 그라운드뿐만 아니라 관중석에서도 아드레날린이 느껴진다. 이런 열정은 중계에 담기지 않는다. 사람들 모두 야구 자체를 즐기고 사랑하는 게 느껴졌다. 나도 덩달아 흥분이 됐다.”

-아버지가 입국하자 시즌 초 슬럼프에 빠졌던 아들의 성적에 눈에 띄게 좋아졌다(웃음).

“그게 어디 내 덕이겠나.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심지어 난 투수 출신 아닌가? 아들은 원래 날이 따뜻해질수록 좋은 성적을 내는 타입이다. 내 역할은 없다. 내 친구 샌디가 많은 도움을 줬을 것이다.”

-아들의 활약을 지켜보면 매우 뿌듯할 것 같다.

“당연하다. 아들의 안타나 호수비를 볼 때마다 짜릿하다. 야구 외적으로도 팬들이, 동료들이 아들을 사랑하는 것이 느껴진다. 야구를 잘하는 것과, 주위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아들이 지금처럼 행복하게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멜 로하스 시니어의 현역 시절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MLB 출신 대투수도 결국은 아들바보

1999년을 끝으로 MLB 무대를 떠난 로하스 시니어는 현재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을 오가며 유소년 야구 클리닉을 진행 중이다. 후진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그가 배출한 최고의 야구인은 아들인 로하스 주니어다. 아들 자랑을 해달라는 요청에 활짝 웃으며 “굳이 내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팬들은 알 것이다. 야구와 팬 서비스 모두 거침없고 열정적이다. 그 열정이 팀에 유쾌함을 더할 것”이라고 답했다. MLB에서 126세이브를 기록한 투수도 결국은 아들바보였다.

-한국도 최근 야구인 2세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야구를 했던 아버지의 존재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글쎄. 딱히 엄청난 영향은 없을 것 같다. 미디어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답변일 수 있겠지만, 야구인 출신 아버지가 아들에게 줄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다만 어릴 때부터 야구를 접하며 익숙해질 수는 있다. 아들은 야구와 함께 자랐다. 6개월 때부터 유니폼을 입었고, 걸어 다닐 때쯤에는 내가 뛰는 야구장을 매일 같이 찾았다. 남들보다 조금 먼저 야구의 매력을 알 수 있는 게 유일한 장점인 것 같다.”

-아들이 처음 KBO리그에 왔을 때부터 지난해 MLB 진출을 고민할 때 모두 한국 잔류를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결정은 아들이 하는 것이고, 어떤 선택이든 존중했을 것이다. 지난해 제의는 MLB 보장 계약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팀의 핵심 타자로 뛰는 것이 낫다는 의견만 제시했다. 아들도 이에 동의했다. 한국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큰 망설임 없이 KT 잔류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

-마지막으로 아들을 응원하는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매일 아들의 플레이를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들의 모습을 즐겨주셨으면 한다. 비록 12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한국 야구를 직접 접한 건 행복한 기억이다. 집에 돌아가서도 꾸준히 KBO리그를 보며 응원하겠다. 또 올해 반드시 한국을 다시 찾을 계획이다. 그때는 더 많은 팬들을 보고 싶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