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롯데 윌슨, 혼자 바꿀 건 많지 않다

입력 2019-06-25 23:3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롯데 윌슨.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제이콥 윌슨(29·롯데 자이언츠)이 복덩이로 자리매김하는 걸까. 최하위에 처진 롯데가 외국인 타자 교체 효과는 어느 정도 보고 있다. 하지만 윌슨 한 명이 바꿀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롯데는 25일 사직 KT 위즈전에서 7-8로 패했다. 9회 2사까지 7-5로 앞섰지만 ‘클로저’ 박진형이 황재균에게 투런포를 맞으며 승부가 연장으로 이어졌다. 이어진 10회에는 송민섭의 결승타로 무릎을 꿇었다. 258일 만에 1군 복귀전을 치른 선발투수 박세웅이 3.2이닝 4실점으로 물러난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불펜투수 여섯 명이 남은 6.1이닝을 책임져야 했고, 결국 4점을 헌납한 채 뒷심에서 밀렸다.

수확은 외국인 타자 윌슨의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윌슨은 3-3으로 맞선 3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KT 선발 김민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중월 솔로포를 때려냈다. 다소 높게 제구된 직구(148㎞)를 놓치지 않았다. KBO리그 데뷔 6경기, 21타석 만에 나온 첫 홈런이었다.

윌슨은 올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54경기 타율 0.313에 15홈런, 48타점을 기록했다.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자원인데다 장타력까지 갖췄으니 복수의 KBO리그 구단들은 그를 꾸준히 체크해왔다. 외국인 타자 카를로스 아수아헤가 49경기 타율 0.252, 2홈런, 21타점으로 부진하자 롯데는 11일 그를 영입했다.

이제 막 6경기를 치렀지만 공수에서 만점 활약이다. 타율 0.368에 첫 홈런까지 쏘아 올리며 KBO리그 투수들에 적응하고 있다. 무엇보다 떨어지는 변화구에 쉽게 속지 않는 것이 매력이다. 삼진 4개를 빼앗기는 동안 볼넷 3개를 골라내며 선구안에 큰 문제가 없음을 과시하고 있다.

롯데 내야 사정을 감안하면 다양한 수비 포지션도 강점이다. 윌슨은 1루수와 2루수, 3루수로 각 2경기씩 출장했다. 롯데는 3루수로 고졸 2년차 한동희를 꾸준히 기용하고 있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아쉽다. 2루수 역시 아수아헤가 이탈한 상황에서 김동한, 배성근 등이 확실히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양상문 감독은 “윌슨은 어디에 둬도 수비를 잘한다. 간단히 던지는 듯한 송구 동작이 안정적”이라며 “본인과 팀 모두 3루수가 최상이라고 판단하지만, 팀 사정에 따라 2루수로도 기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윌슨의 분전에도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이날 윌슨이 지킨 롯데의 3루는 안정적이었지만, 1루와 2루에서 연이은 실책성 플레이가 나왔다. 타선이 어느 정도 터졌지만 마운드가 무너졌다. 외국인 타자 한 명에게 모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윌슨발 나비효과에 기대야 하는 것이 최하위 롯데의 자화상이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