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공격수→수비수’ 변수 대구 김진혁의 폭풍성장기

입력 2018-04-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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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김진혁.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FC에게 15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강원FC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7라운드 홈경기는 매우 중요했다. 개막 후 6경기 무승(3무3패)에 그친 터라 반전이 필요했다. 승점3이 절실했던 승부. 1-1 동점에서 김진혁(25)이 큰일을 냈다.

세징야를 제외한 외국인 공격수들이 전멸했고, 후반 중반 퇴장선수(정치인)까지 나와 수적열세에 몰린 대구가 이기리라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결국 해냈다. 후반 39분 김진혁의 골은 결승포가 됐다.

김진혁은 이날 중앙수비수로 뛰었다. 한희훈과 짝을 이뤄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는 대구의 주축이다. 올해 7경기를 전부 출격했다. 그는 프로에 데뷔했을 때는 스트라이커였다. 빠른 스피드와 남다른 헤딩 능력을 탑재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내부 경쟁이 심했다. 설 자리가 없었다. 특히 대구는 전통적으로 외국인 공격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수원 삼성을 거쳐 중국 슈퍼리그로 향한 조나탄(브라질)이 활약한 2015시즌 그는 12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김진혁은 “내 자신에 대한 실망이 컸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이듬해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에 임대됐다. 여전히 족적은 초라했다. 21경기에서 1골·2도움. 대구로 돌아오자 예상치 못한 제안이 들어왔다. 조광래 사장은 면담에서 김진혁에게 “수비수로 전향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조 사장은 FC서울 사령탑 시절 공격수 출신의 이정수(38)를 중앙수비수로 전환시켜 재미를 본 기억이 있었다.

대구 김진혁. 사진제공|대구FC


부드러운 권유였으나 선택의 폭은 좁았다. 무조건 받아들여야 했다. 돌이켜보면 최고의 선택이었다. 당장 출전시간부터 급증했다. 주전 수비수로 지난해 32경기에 나섰다. 포지션을 바꾸자 골도 많이 터졌다. 4득점을 올려 팀의 K리그1 잔류에 힘을 실어줬다.

최전방에서 후방으로의 이동, 혼란은 없었을까. 김진혁은 “전혀 없었다”고 대답했다. 공격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스트라이커와 공격 2선 자원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 한결 수월했다. 머리가 좋고 영리해야 축구도 잘하는 법이다.

중앙수비수는 코너킥과 문전 프리킥 등 주요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에 깊숙이 가담하는데, 당연히 상대 수비진의 이동 루트와 방어 패턴을 읽는 데도 도움이 컸다. 제공권도 좋은 편이라 공격적인 움직임에서도 득이 됐고, 간간히 득점포가 터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끊임없는 스스로와의 싸움에 임하고 있다. 출전시간이 길어지고 경기 횟수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부족함을 더 느낀다. 공식 팀 풀 트레이닝이 끝나면 개인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단다. 몸싸움에 대비해 상·하체 밸런스와 웨이트 트레이닝에 열중한다. 이미지 트레이닝 역시 틈날 때마다 한다.

김진혁의 목표는 소박하지만 뚜렷하다. 자신을 ‘약방의 감초’에 비유했다.

“내가 명단에 없고, 출전하지 않으면 대구의 뒷문이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지금도 많이 행복하지만 더욱 좋아지려면 더 많은 걸 채워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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