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포항의 ‘잘 뽑은 외인’ 레오가말류, 보은의 활약

입력 2018-04-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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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 레오가말류(오른쪽)가 1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7라운드 경남FC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동료 송승민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 스틸러스는 올 시즌 K리그1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막 이후 4경기 무패(3승1무)를 달리다가 전북 현대~FC서울에 내리 패했으나 15일 경남FC를 제압하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정규리그 7라운드까지 4승1무2패(승점 13)로 4위에 올라있다.

포항의 상승세를 이끄는 주역이 있다. 브라질 공격수 레오가말류(32)다. 현재 4골·1도움을 기록 중이다. 골 집중력이 대단하다. 슛을 남발하지 않는다. 7경기를 뛰며 슛은 11차례에 불과하다. 이 중 7차례 유효 슛이 집계됐고, 4골이 터졌다.

최순호 감독을 비롯한 포항 구성원들은 틈날 때마다 “레오가말류가 헌신적으로 뛰어주고 있어 정말 고맙다”고 한다. 그러나 선수도 구단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들만의 가슴 뭉클한 사연이 있어서다.

지난해 12월 레오가말류는 포항과 계약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그런데 국내 입국 후 포항에서 받은 메디컬테스트 때 문제가 생겼다. 레오가말류의 몸에서 작은 종양이 발견됐다.

명백한 메디컬 탈락 사유였다. 그럼에도 포항은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 계약 관계를 떠나 큰 충격을 받았을 선수와 가족들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줬다. 서울 시내 대형 종합병원들을 수소문해 몸 상태를 면밀히 체크했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다. 물론 포항은 계약을 파기하더라도 별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로 대부분 구단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메디컬 과정에서 미세한 이상이 발생하면 합의를 파기한다. 냉정하지만 당연한 프로의 논리다.

포항 레오가말류(오른쪽)가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FC서울전에서 황현수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레오가말류는 포항 입단에 앞서 메디컬테스트에서 종양이 검진됐으나, 포항은 그를 품었다. 레오가말류는 이에 보은하듯 7경기에서 4골을 기록 중이다. 스포츠동아DB


그러나 포항은 모든 상황을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진 괜찮지만 향후 악성 종양으로 확대될 소지가 있다는 점도 받아들였다. 오히려 수시로 건강체크를 하도록 배려해 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 구단은 모든 부분이 낯선 외국인 선수에게 도의를 지켰다.

레오가말류는 K리그1에 안착시켜준 포항이 늘 고맙다. 측근들은 물론, 브라질 친지·지인들에게도 포항 자랑에 여념이 없다. 경기든, 훈련이든 그라운드에 설 때마다 자신과 구단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포항에서 오퍼가 오자마자 운명을 직감했다. 그 순간부터 난 이미 ‘포항 맨’이었다.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곧장 포항과 K리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느라 금전적인 조건 등을 세세히 살피지 못했을 정도”라는 것이 레오가말류의 말이다.

실제로 AA폰테프레타 등 이전에 몸담은 브라질 현지구단과의 복잡한 관계도 본인이 직접 나서 정리하는 정성을 보였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렵사리 안착한 포항에서 레오가말류는 어떤 목표를 갖고 있을까. 역시나 팀이 최우선이다.

“30세를 넘긴 다소 늦은 나이에 한국에 왔다. 바람은 딱 하나다. (문제가 있던) 나를 흔 쾌히 받아들인 포항이 나와 함께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것이다. 엄청난 득점을 해도 팀이 위기를 겪고 아시아 무대를 밟지 못하면 모든 건 무의미해진다. 지금으로선 포항이 내 삶의 전부니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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