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원하는 이재성 “내가 좋아하는 축구, 더 잘하고 싶다”

입력 2018-07-20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재성(전북)은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자신의 한계를 실감했다. 축구를 더 잘하고 싶은 그는 해외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세계적인 인기만화 드래곤볼의 주인공 손오공은 사이어인이다. 이 만화에서 사이어인은 강한 상대와의 결투에서 죽음의 고비를 넘긴 뒤 더 강해지는 종족이다. 손오공의 라이벌인 베지터도 극한 상황을 거듭 극복해 나가면서 더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현실 세계에서는 스포츠선수들이 이와 비슷하다.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몇 차례 패하더라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높은 수준의 무대에서 적응하게 되면 그에 맞는 기량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물론, 이는 선택에 달렸다. 현재 자리에 만족하고 있다면 자신이 속한 리그에서 기량을 유지하면 된다. 조금 더 힘들더라도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기량을 더 끌어내고 싶다면 한 단계 높은 무대로 나서야 한다. 전북 현대의 간판 미드필더 이재성(26)은 후자를 택했다.


● “월드컵, 내 한계를 느꼈다”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은 비록 목표로 했던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조별리그 3차전에서 세계최강 독일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경기력, 투지를 발휘해 승리(2-0)를 거두며 축구 팬들에게 강렬한 추억을 남겼다.

선수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의 시간이었다. 이재성(26)은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지난해 K리그1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한 바 있는 이재성은 당초 이번 대표팀에서 중추적인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활약상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체력적인 부담이 너무 컸다.

이재성. 스포츠동아DB


이재성은 지난해 K리그1 일정을 모두 마친 뒤에도 쉬지를 못했다.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훈련을 했고 A매치 일정이 끝나면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는 일이 반복됐다. 전북 최강희(59) 감독마저 체력저하를 걱정할 정도였다. 이재성이 월드컵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중계로 지켜본 최 감독은 “(이)재성이는 거의 마라톤을 하더라. 독일전 후반에만 자기 스피드를 냈다. 1월부터 쉬지를 못하고 계속 뛰었으니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본인의 능력 발휘가 안 되니까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월드컵 무대에서 세계최고 수준의 선수들과 직접 몸을 부딪친 이재성은 체력저하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충격이 엄청났다. 그는 “이전 A매치에서 유럽 팀을 만날 때도 그렇고 이번 월드컵도 그렇고 강한 팀과의 경기 때마다 내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 최 감독과의 면담, 해외 진출 의사 밝혀


이재성은 체력, 정신적인 부분에서 회복 중이다. 최 감독은 18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서는 이재성을 교체 출전시키면서 체력 부담을 덜게 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충분한 휴식을 통해 회복에 중점을 두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는 이날 교체 후반19분 투입 된 뒤 10분만에(후반 29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에 1-0 승리를 안겼다.

이재성. 사진제공|전북현대


정신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이재성 스스로가 해결책을 찾았다. 바로 해외진출이다. 그는 월드컵 일정을 마치고 전북에 합류한 직후 최 감독과 면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최 감독에게 해외 진출에 대한 뜻을 밝혔다.

이재성은 “대표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월드컵에서 내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꼈고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 더 큰 무대에 가서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과 매일 훈련하고 또 적응하면 내 실력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축구인생에서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은 전북에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재성은 “지금도 경기를 뛸 시간이 주어진다는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열심히 더 잘하고 싶다는 본질을 찾으려고 했다. 하루 빨리 나가서 배워야 할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니까 더 잘하고 싶고, 배우고 싶고, 느끼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당장 어디에서 오퍼가 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올 것 같다. 올해 여름이 (전북에서) 마지막이라 생각하기에 내 의견을 감독님과 구단에 말했다”며 해외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전북|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