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포항 이진현이 말하는 아시안게임 그리고 유럽무대

입력 2018-07-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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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현. 스포츠동아DB

미드필더 이진현(21·포항 스틸러스)은 한국축구 차세대 국가대표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포항에서 나고 자라 현재 고향 연고 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진현은 최근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을 접했다. 김학범(58) 감독으로부터 8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일원으로 최종 발탁된 것이다.

또 하나의 꿈이 실현된 이진현은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오랫동안 꿈꾸던 아시안게임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게 됐지만, 최종 목표지점까지는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이진현의 도전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출발은 5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이었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이던 이진현은 대회 조별리그부터 16강전까지 주축 미드필더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 활약을 눈여겨본 비엔나(오스트리아)는 이진현에 입단을 제의했고 임대 이적이 성사됐다. ‘오스트리아 도전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진현은 “오스트리아에서 치른 경기 가운데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있는 장면은 지난해 9월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AC밀란(이탈리아)전이었다. 불과 두 달 전만 하더라도 대학생이었던 내가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출전하는 무대에 뛰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며 웃었다. 이어 “경기를 뛰면서 AC밀란이 왜 명문구단으로 불리는지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선수 개인의 기량 차이가 상상 이상이었다. 내게는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AC밀란 주축선수인 루카스 비글리아(32·아르헨티나)와의 맞대결도 잊을 수 없었다. 이진현은 “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비글리아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그런데 비글리아가 어찌나 노련하던지 내가 마크맨으로 붙는 사실을 간파하고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경기를 조율하더라. 톱클래스 선수의 경험과 능력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강렬한 인상의 유로파리그 데뷔전을 치른 이진현은 이후 오스트리아 생활에 점차 적응하기 시작했다. 빠른 템포의 패스 연결과 침착한 경기 조율능력이 밑바탕이 됐다. 여기에 20대 초중반으로 구성된 비엔나의 활기찬 선수단 분위기도 이진현의 적응을 도왔다.

이진현. 사진제공|포항스틸러스


그러나 이진현의 오스트리아 도전기는 1년여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사령탑이 중도 교체되면서 기존 입지가 다소 줄어든 탓이다. 아직 축구가 절실한 이진현이 돌아온 곳은 포항이었다.

“포항에 오니 마치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원래부터 익숙한 곳이기도 하고, 친한 동료들이 많은 덕분인지 어색한 느낌이 없었다. 특히 포항에는 현재 내 주위 또래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서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팀이 하위권에 처져있는데 이러한 힘을 바탕으로 다시 상위권으로 도약하고 싶다.”

K리그 데뷔와 함께 세 경기 내리 선발출전하면서 살림꾼 노릇을 하고 있는 이진현은 포항의 차세대 프랜차이즈 스타로 불린다. ‘축구 도시’ 포항에서 자연스럽게 축구를 접한 뒤 학창시절 내내 고향 그라운드를 누빈 덕분이다. 어렸을 때는 대한축구협회(KFA) 소속 심판으로 활동했던 아버지를 따라 공놀이를 즐겼고, 7살부터 본격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기 시작해 포철동초와 포철중, 포철고를 거쳤다.

고향 팬들과의 만남이 가장 설렌다는 이진현은 “팬들이 기대를 걸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며 숨은 포부를 밝혔다. 그 첫 단계는 K리그와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이다. 이진현은 “K리그에서는 매 경기 공격 포인트를 올린다는 자세로 임하겠다. 그러면 팀 성적과 개인적인 성과가 같이 따라온다고 생각 한다”면서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료들과 함께 의기투합하려고 한다. 날씨도 덥고 환경도 다를 테지만, 지치지 않는 체력과 강인하고 대담한 성격을 앞세워 꼭 우승에 보탬이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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