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분을 지고 웃은 수원, 잘 싸우고 징크스에 눈물 흘린 전북

입력 2018-09-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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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이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힘겹게 웃었다. 전북 현대를 상대해 전·후반에 연장까지 0-3으로 졌지만 1·2차전 합계 3-3 동률을 이룬 뒤 승부차기에서 4-2 승리를 거뒀다. 4강행을 확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는 수원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수원|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홈 팀이 절대 유리했다. 적지에서 3골차, 무실점 승리로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뒤집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추이를 가늠할 수 없었던 건 원정 팀이 ‘절대 1강’ 전북 현대여서다.

수원 삼성과 전북의 ‘K리그 더비’로 펼쳐진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전은 흥미진진했다. 수원은 지난달 29일 원정 1차전에서 3-0으로 이겼다.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홈 2차전을 앞두고 수원 이병근 감독대행은 “겁먹고 수비만 하지 않겠다. 이기고 4강에 간다”고 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의외로 여유로웠다. “우린 항상 쫓겼다. 지금은 추격자다. 도전자가 된 상황이 흥미롭다. 축구는 3분에 3골도 터진다”고 장외싸움을 주도했다. 그리고 가용 자원을 전부 투입했다. 빌드-업이 좋은 중앙수비수 홍정호를 전진시켜야 할 정도로 절박했다. 수원은 풀 전력이 아니었다. 김은선(발목)~염기훈(햄스트링)이 부상 이탈했다.

두 팀은 초반 격렬히 부딪혔다. 수원 이종성이 경고를 받고, 전북 손준호는 부상으로 8분 만에 교체됐다. 전반 11분 첫 골이 터졌다. 전북 아드리아노가 개인기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전에는 수원이 공세를 시도했다. 전북이 원한 바였다. 후반 6분 이승기의 오른쪽 코너킥을 최보경이 헤딩골로 연결했다. 이어진 일진일퇴 공방전에서 원칙만 유지됐다. 전북은 공격수 이동국, 수원은 수비수 구자룡을 투입했다. 이어 전북은 김신욱을 세워 승부수를 띄웠다.

의도가 적중했다. 국가대표 오른쪽 풀백 이용이 멈춰놓고 띄운 볼을 김신욱이 헤딩 골로 연결했다. 후반 26분 드디어 1·2차전 합계 3-3 동률이 됐다. 전북은 기세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김신욱이 떨군 볼을 잡은 아드리아노를 수원 조성진이 껴안았다. 페널티킥(PK). 반전이 있었다. 아드리아노의 킥을 경기 내내 불안하던 수원 골키퍼 신화용이 막아 연장으로 이어졌다.

최선의 시나리오를 연출했음에도 전북은 풀이 죽었다. 승부차기는 피하고 싶었다. 안 좋은 기억만 가득했다. ACL과 FA컵 등 토너먼트에서 진행된 과거 경험은 쓰라렸다. 반대로 수원에게는 유일한 믿을 구석이었다. 사력을 다해 공격하고 막으며 30분이 흘렀다. 운명의 11m 룰렛. 스타는 단연 신화용이었다. 1번 김신욱, 3번 이동국의 킥을 막았다. 120분을 이긴 전북이 울고, 내내 허둥거린 수원이 웃은 아이러니한 하루였다. 수원은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가시마 앤틀러스를 상대한다. 1차전은 10월 3일 가시마 원정으로 펼쳐진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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