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자축구 지휘봉 박태하 감독 “새로운 도전이자 운명이다”

입력 2019-01-16 1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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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하 감독. 스포츠동아DB

지난해 말 중국여자축구대표 B팀을 맡은 박태하(51) 감독은 자신의 변신을 “운명”이라고 했다. 그는 K리그 포항스틸러스를 비롯해 국가대표팀, FC서울, 연변(중국)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줄곧 남자팀을 지도했다. 여자팀 감독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측의 끈질긴 요청에 결국 지휘봉을 잡았다. 중국여자대표팀은 A팀과 B팀으로 나뉘는데, A팀은 국가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B팀은 상비군 개념이다. 박 감독은 B팀뿐 아니라 19세 이하 여자대표팀도 함께 책임진다. 올 초부터 본격 훈련 중인 박 감독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중국으로 건너 간 지 꽤 됐다. 이제 중국축구는 바닥까지 알 것 같은데.

“2014년 12월 연변감독으로 시작해 5년째 중국에 머물고 있다. 연변 감독 수락 시 쉽지 않은 환경에서 시작했고, 성공과 실패를 했지만 실패보다는 성공의 기억이 더 많이 남는 것 같다. 이곳에서 감독으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연변에서 4년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에 보람을 느낀다.”

-중국과 한국의 축구열기를 비교한다면.

“중국 슈퍼리그의 열기는 대단하다. 인구가 많다보니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듯하다. 하지만 모든 팀들이 꼭 그렇지만은 않는데, 평균적으로 많은 관중이 모이는 건 사실이다. 한국보다는 훨씬 관심이 많다.”

-지금 맡고 있는 여자축구대표 B팀을 소개해 달라.

“미래를 준비하는 팀이다. 올해부터 중국축구협회에서 여자축구를 중점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세계 정상으로 발돋움시키려는 의지가 크다. 그래서 많은 지원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A팀에는 속하지는 못하지만 경쟁력 있는 선수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육성시켜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그리고 U-19 여자대표팀도 겸임하고 있다. 올해 10월에 있을 내년 U-20 월드컵 진출을 위해 아시아 최종예선 3위 이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 인연이 닿았나.

“작년 시즌 초부터 중국축구협회 고위층에서 연락이 왔다. 하지만 당시에는 관심이 크지 않아서 답을 주지 못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지난 3년간의 나에 대한 평가를 하고 제의를 했다고 말을 하더라.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한 건 여자축구에 대해 알지 못했고,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사실 협회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좋은 감독을 찾지 못하겠나. 거절도 두세 번 정도 했지만 ‘이게 운명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수락하게 됐다.”

-축구인생에서 여자축구를 맡은 건 처음 아닌가.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가야 할 길이 이 방향이라는 생각을 하고 나니 벌써 여자축구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더라. 두렵기도 했지만 새로운 도전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다.”

-지도하기가 까다로울 것 같은데.

“결정하고 나서도 걱정을 많이 했다. 연변에서 지난해 11월 초 임기를 끝내고 2개월간 여자축구에 대해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했다. 휴식기 동안 독일에 가 프랑크푸르트 여자 1부팀 감독을 만났는데, 그 감독이 자기도 남자 팀에서 여자팀을 맡게 되었는데, 운동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고 오히려 남자보다 빨리 받아들이고 재미가 있을 거라고 말하더라. 거기서 조금의 위안을 받았다.”

-중국여자축구 수준은.

“FIFA 랭킹 15위라고 들었다. 세계 정상급과의 갭은 크지 않다고 하더라. 그리고 여자축구 인프라를 위해서 올해부터 남자 슈퍼리그 팀들은 여자축구단을 보유하게 유도를 하고 2020년부터는 슈퍼리그 팀들은 의무적으로 여자팀을 보유해야만 참여할 수 있는 규정을 발표했다. 그러면 여자축구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훈련 스케줄은.

“B팀과 U-19 대표팀을 동시에 훈련시키고 있는데, 양 팀은 중국 남부 찐장과 광저우에서 각각 훈련한다. 번갈아가며 지도하는데, 지금은 U-19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에서 평가하는 한국여자축구의 수준은.

“한국여자축구가 많이 발전한 것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은 중국이 위라고 생각하더라.”

-훈련이 없을 때는 무엇을 하나.

“시간이 많지 않다보니 여건이 잘 주어지지 않지만 이른 아침에 헬스장에서 땀을 흘린다. 가끔씩 책도 본다. 테니스를 좋아하는데 시간이 있으면 즐기려고 생각 중이다.”

-언제쯤 국내무대로 복귀할 예정인가.
“사람 일은 정말 아무도 모른다. 한국으로 복귀하는 시간을 언제쯤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기회가 되면 갈 수도 있지만, 지금 맡은 일에 충실 한다는 생각이 우선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박태하 감독
▲생년월일=1968년 5월 29일 ▲출신교=경주종합고~대구대 ▲프로선수 경력=포항 스틸러스(1991~2001년) ▲지도자 경력=포항 코치(2005~2007년) 국가대표팀 코치(2007~2011년) FC서울 수석코치(2012년) 옌볜 감독(2015~2018년) 중국여자대표 B팀 감독(2018~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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