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호찌민시티 3연승 이끈 정해성 감독 “선수들과 소통 잘되면 못 할 게 없다”

입력 2019-03-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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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권 팀이 개막 3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베트남 프로축구 V리그 호찌민시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이는 정해성 감독(오른쪽)이다. 프로 의식을 강조하는 정 감독이 베트남에서 ‘제2의 박항서 신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사진제공|정해성 감독

2017년 10월부터 1년간 베트남 프로축구 V리그 호앙아인 지알라이 총감독을 맡다가 지난해 12월 호찌민시티 지휘봉을 잡은 정해성 감독(61)이 요즘 화제의 중심에 섰다. 강등을 걱정하던 하위권팀 호찌민시티가 올 시즌 개막 이후 3연승을 질주하며 리그 선두에 오르자 정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이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V리그 1회 우승과 2차례 컵 대회 정상에 오른 호찌민시티는 2010년 이후 강등과 승격을 반복하며 부침을 겪었고, 지난 시즌에는 14팀 가운데 12위로 힘겹게 잔류했다. V리그는 14위가 자동 강등되고, 13위는 2부 리그 팀과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일본 출신 감독을 경질한 호찌민시티는 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정 감독은 한국축구대표팀 수석코치와 K리그 감독을 두루 거친 베테랑 지도자다.

그는 팀을 맡자마자 체질 개선에 온 신경을 쏟았다. 시즌을 앞두고 집중 훈련을 하면서 팀을 환골탈태시켰다. 감독교체 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컸다. 정 감독은 스포츠동아와 전화 인터뷰에서 “자만하지 않고 묵묵히 가겠다”고 다짐했다. V리그는 2020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예선 관계로 휴식기를 갖고 4월 5일 재개된다.


-시즌 초반 팀이 잘 나가는 원동력은.

“내가 이 구단의 3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이전에 프랑스와 일본 출신 감독이 있었는데, 그들은 베트남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우리 팀은 2년 연속 12위에 머물렀다. 내 경우 지알라이에서의 1년간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팀을 맡은 지 두 달 반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수들과 빠른 교감을 가진 것 같다. 선수들에게 ‘쉽게 무너지는 팀은 되지 말자’고 당부하면서 원 팀을 강조했다. 생활과 훈련 모두 프로답게 만들어 보자고도 했다. 물론 회사가 어려워 지원이 줄었지만 그래도 내가 원하는 것은 구단의 회장님께서 전적으로 밀어 주고 있다.”


-선수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고 있나.


“진정한 프로의식을 강조하면서 식단을 바꿨다. 잘 먹어야 훈련 효과가 훨씬 커진다는 걸 강조했다. 또 훈련을 실전같이 해야 한다고 했다. 선수들이 두 달간 힘든 훈련을 잘 따라 줬다.”

사진제공|정해성 감독


-팀의 강점을 꼽는다면.

“여기는 지알라이와 색깔이 다르다. 전국에서 모인 20대 후반 선수들이 많다. 평균 27.5세다. 지알라이 때는 23세였다. 2년 동안 14팀 중 연속으로 12위로 간신히 1부에 턱걸이 하면서 선수들 스스로 갈증을 느끼고 있다. 올해는 한번 해보자면서 하나로 똘똘 뭉쳐 있는 게 강점이다.”


-베트남 축구 열기는 어느 정도인가.

“축구로 시작해 축구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기는 대단하다. 우리 팀은 원정 응원 팬도 많다.”


-베트남에는 한국 출신 지도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어떤 의미를 둘 수 있나.

“이곳에서는 내게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한다. 그래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책임감도 느낀다. 물론 성적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프로의식을 심어놓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베트남 선수들 대부분이 아직 프로가 어떤 것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또 한국 지도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 놓으면 후배 지도자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 있다.”


-이방인 지도자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보다 선수들과 소통, 코치와 무난한 관계가 중요한데, 축구 철학이나 스타일이 같지 않아 적응하는 데 힘든 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 생일을 챙겨주는 등 스킨십을 많이 하려고 한다. 소통이 잘되면 못 할 것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올 시즌 목표는.

“5위권 진입이다. 선수들과 면담을 해보니 80% 정도가 5위권 진입이라 해서 나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고, 서로가 한번 해보자고 뜻을 같이했다. 초반 흐름이 좋은 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자만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묵묵히 가겠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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