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경기 연속 무실점 노동건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

입력 2019-04-19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노동건은 수원 삼성이 자랑하는 철벽 수비의 중심이다. 리그 3경기 연속 무실점은 물론 포항 스틸러스와 FA컵 32강전에서도 실점 없이 경기를 마쳤다. 스포츠동아DB

초반 3연패를 당할 때만 하더라도 K리그1 수원 삼성의 올 시즌은 암울했다. 하지만 4라운드부터 제자리를 잡아갔다. 리그 3경기 연속 무실점에 이어 FA컵 32강전에서도 포항 스틸러스를 1-0으로 꺾고 무실점 행진을 4경기로 늘렸다. 철벽 수비의 중심엔 골키퍼 노동건(28)이 있다. 그는 최근 신들린 선방으로 팀을 구해내며 주목을 받았다. 올해 5경기(FA컵 포함)에 출전해 단 1골만 내줬을 정도로 빼어난 활약이다.

통진고~고려대 출신의 노동건은 한 때 최고의 유망주였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며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신체조건(191cm, 88kg)에서 밀리지 않는데다 순발력과 킥이 좋았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달랐다. 2014년 수원에 입단한 뒤부터 존재감이 확 줄었다. 정성룡과 신화용이라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는 “입단 이후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정)성룡이 형의 백업으로 경험을 쌓았다. 2016년엔 주전 장갑을 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2014년 4경기 4실점, 2015년 16경기 20실점, 2016년 22경기 37실점)

결국 2017년 포항에 임대됐다. 하지만 포항에서도 재미를 못 봤다. 13경기 25실점. 지난해 수원에 복귀해 출전기회를 늘린 건 그나마 수확이었다. 그는 “(신)화용이 형과 함께 골문을 지켰는데, 형의 부상으로 출전기회가 많아졌다. 개인적으로 조금 올라선 한해였다”고 했다.

신화용이 팀을 떠난 올 시즌 넘버원 골키퍼가 점쳐졌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수원FC에서 영입된 김다솔과 동계훈련부터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인 끝에 개막전은 백업으로 밀렸다. 개막전 이후 3연패를 당한 수원은 변화가 필요했다. 그렇게 노동건에게도 기회가 왔다. 그가 골문을 지키면서 팀은 안정됐다. 정규리그 4경기 연속 무패(2승2무)에 FA컵 승리까지 챙겼다.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 선수들끼리 대화를 많이 했다. 서로 잘해보자며 단합했던 것이 효과를 봤다. 개인적으로 책임감도 느꼈다. 이제 그럴 나이라고 생각했다. 또 나는 언제나 준비하는 선수였다. 프로 입단 때부터 쟁쟁한 형들 뒤에서 항상 준비를 했고, 기회가 온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준비하고 꾸준히 훈련한 덕분이다.”

수원 노동건. 스포츠동아DB


최근 무실점 행진은 노동건의 프로생활 중 처음 맛보는 기분 좋은 나날이다. 그는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편하다. 그동안은 경기 때마다 쫓기는 기분이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편하다. 좋은 결과가 나온 건 이런 마음 상태 덕분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시즌 초반일 뿐이라며 “결코 자만하면 안 된다”고 다짐했다.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시니 어색하긴 하다. 나는 원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는 한 듯 안 한 듯 그냥 넘어가는 걸 좋아한다. 골키퍼라는 포지션은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이다. 사실 동료들이 골을 넣고, 팬들이 환호하는 걸 보는 게 더 좋다.”

실점 장면을 연구하고, 그걸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노동건의 목표는 태극마크다. 태극마크와 첫 인연을 맺은 건 고교 3학년 때다. 이후 줄곧 청소년대표 생활을 하면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마지막으로 단 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인데, 벌써 5년이 지났다. 이제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우선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대표팀에 뽑힐 명분이 생긴다. 냉정하게 말해 그동안은 팀에서 조차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골키퍼라는 포지션은 실수가 없어야한다. 뭔가 보여주려고 하는 순간에 실수가 나온다. 안정감을 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태극마크에 대한 간절함이 생긴 건 지난해 러시아월드컵을 통해서다. 조현우(대구)의 활약이 큰 자극이 됐다. 조현우는 청소년대표 시절 항상 붙어 다닌 룸메이트이자 친구다. 그는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 (조)현우가 활약하는 것을 보면서 열정이 더 커졌다.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무대에 서고 싶다”며 대표팀 승선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