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겐 희망을, 형들에겐 사랑을 준 이강인, 마지막엔 웃음을 선물

입력 2019-06-17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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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U-20 한국축구대표팀 환영 행사가 17일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처음으로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이 미소를 짓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대한민국 축구의 ‘차세대 에이스’ 이강인(18·발렌시아)은 한국인 모두에게 큰 행복과 기쁨을 안겨줬다.

이강인이 속한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폴란드 우치에서 막을 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동유럽 다크호스’ 우크라이나와 결승전에서 한국은 전반 5분 이강인의 페널티킥(PK) 골로 리드를 잡았으나 세 골을 내리 내주며 1-3으로 역전패했다.

한 걸음만 더 올랐다면, 한 번만 더 이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우리는 충분히 행복했다. 한국 남자축구가 FIFA 주관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대부분의 국제대회마다 조별리그 3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데 훨씬 익숙한 한국이지만 사상 최초로 7경기나 치르는 긴 여정을 이어갔다.

사력을 다한 어린 태극전사 전원이 주인공이지만 이강인은 단연 돋보인 주연이었다. 이강인은 대회 최고 스타로 남았다.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FIFA 골든볼을 수상했다. 18세 나이에 골든볼을 받은 건 2005년 네덜란드 대회에서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이후 14년 만이다. 여민지가 2010년 U-17 여자월드컵 우승과 함께 골든볼을 받았으나 남자는 2002한일월드컵에서 홍명보(현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브론즈볼을 받은 것이 최초이자 유일한 수상자였다.

폭넓은 시야와 지능, 감각, 탁월한 패스와 슛, 재간 넘치는 돌파력을 두루 갖춘 이강인은 이번 대회 7경기에 전부 출격해 2골 4도움을 올렸다. 팬들은 모처럼 등장한 어린 축구천재의 화려한 퍼포먼스에 열광하면서 모처럼 행복한 6월을 보냈다.

그는 또래 가운데 ‘클래스’가 다르고 그라운드에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 ‘막내 형’이란 닉네임이 붙었다. 그러나 팀에서는 영락없는 막내였다. 많아야 두 살 차이의 형들은 항상 졸졸 쫓아다니는 이강인에게 모든 사랑을 쏟았다. 친형제처럼 모두가 한데 어울렸고, 꼭 붙어 다니면서 매 순간을 공유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17일 귀국 직후 “U-20 대표팀에서 보낸 모든 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형들이 너무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강인은 U-20 대표팀이 사실상 모든 여정을 끝내는 순간에도 큰 웃음을 선사했다. 많은 인파 속에 서울시청 광장에서 진행된 환영행사에서 그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을 통해 한 팬으로부터 “친누나 둘에게 소개하고픈 형은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다.

고민 끝에 내놓은 답이 걸작이었다. “솔직히 소개시키고 싶지 않은데 굳이 꼽으면 전세진(수원 삼성), 엄원상(광주FC) 형이다. 정상인에 가깝다. 나머지 형들은 전부 비정상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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