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체선수로 올스타전 MVP’ 첫 사례, 정경훈이 말하는 ‘그때 그 시절’

입력 2019-07-23 1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995년 대체선수로 올스타전에 나서 MVP를 수상했던 정경훈의 경주고 감독 시절 모습. 사진 맨 앞줄 왼쪽이 정경훈. 사진제공|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SK 와이번스 한동민(30)은 2019 KBO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다. 어깨 부상으로 불참한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의 대체선수로 나서 MVP에 오른 역대 두 번째 사례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 첫 번째 사례는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올스타전 MVP도 해태 타이거즈 홍현우의 대체선수로 별들의 잔치에 나선 정경훈 현 충남중 코치(당시 한화 이글스)가 주인공이다. 현역 시절(1990~1999시즌) 4년 연속 20도루(1992~1995시즌) 포함 통산 182도루를 기록했을 정도로 빠른 발을 자랑했던 정 코치는 매년 올스타전이 열릴 때마다 이름이 언급되는 덕분에 ‘반전의 주인공’이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22일 연락이 닿은 정 코치는 그 시절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정 코치는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1994년에도 올스타전(동군)에 출전해 MVP 투표 2위로 감투상을 받았다. 그렇기에 별들의 잔치가 그리 생소한 무대는 아니었단다. “사실 1994년에 MVP를 받을 줄 알았다. 경기를 마치고 한 기자로부터 ‘축하한다’는 말까지 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MVP를 수상한 선수는 3이닝 퍼펙트 피칭을 선보인 태평양 돌핀스 정명원(현 KT 위즈 잔류군 코치)이었다. 1994년 이후 올스타전에서 투수 MVP는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정 코치는 “올스타전의 분위기는 잘 알고 있었다”며 “처음에는 MVP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선수들은 첫 타석에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MVP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다. 나도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치면서 ‘혹시’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운이 좋았다. 마지막 타석에 출루해서 도루에 성공한 뒤 홈을 밟았을 때 비로소 ‘MVP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올스타전 MVP는 두고두고 이름이 회자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이다. 정 코치는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면서도 “올스타전이 열릴 때마다 이름이 거론되다 보니 영광이다. 그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은 포지션별 베스트 멤버로 뽑혀서 MVP가 됐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도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욕심이 생기더라. 대체선수로 MVP를 받은 것에 대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분명 계실 것이다. 베스트 멤버로 뽑혀서 MVP를 받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 코치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주고 감독을 지냈고, 올해부터는 충남중학교에서 야구 꿈나무들을 지도하며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 22일에도 “당장 내일(23일) 새벽에 전지훈련을 떠난다”고 했다. 장차 한국 야구를 이끌 자원을 키워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엄청나다. 그래서일까. 꿈나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분명했다. “지도하다 보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는 자원들이 많은데,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아깝다. 끈기 있게 버텨내면 충분히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강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진심으로 바랐다.

덧붙여 “요즘 프로야구의 질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경기를 하다 보면 실수는 나올 수 있다. 일희일비하기보다 한국 야구에 대한 좋은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구 사랑’이 느껴진 한마디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