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책임, 자신감…‘명품 필승조’ 김태훈이 사는 법

입력 2019-09-18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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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태훈.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 김태훈(29)은 멈춰 서지 않았다. 리그 최강 필승조의 일원이라는 책임감과 주위의 기대어린 시선이 그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2년 연속 커리어의 새 지평을 활짝 열었다. 2018시즌 평균자책점 3.83에 9승 10홀드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도 2019시즌 더욱 향상된 기량을 선보이는 중이다. 17일까지 자신의 한 시즌 최다 68경기에 나서면서 시즌 평균자책점은 3.29로 낮췄다. 27홀드를 거둔 그는 이 부문 리그 3위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려뒀다. 최근 9연속경기 무자책점 투구를 펼치며 빼어난 안정감을 선보이는 그는 해당 기간에만 6홀드를 쓸어 담았다.

하지만 쉽게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작년과 비교해 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지난해보다 기록이 좋지만 임팩트는 작년이 더 컸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정말 못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중간 투수들과 마무리 (하)재훈이까지 워낙 잘 던지고 있어서 주눅이 들기도 했다”고 밝힌 김태훈은 “그래도 주위에서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셔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스스로가 작게 느껴질 때마다 “상대방에게 티를 내지 않으려고 일부러 마운드에서 여유 있는 척, 자신있는 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던 김태훈이다. “투수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구도 되고 구위도 올라온다. 자신없게 던지면 아무리 좋은 공도 맞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인 까닭이다.

하지만 SK 손혁 투수 코치는 정체되지 않은 김태훈을 기특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철저한 준비 단계를 거쳤고 그에 마땅한 성적이 뒤따르고 있다는 평가다. 손 코치는 “2017년 마무리 캠프의 김태훈과 그 이전의 김태훈은 다르다. 당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를 했다.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한 데 맞물려 운까지 따른 것이 2018년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더 열심히 훈련했다. 작년 성적에 대한 자신감이 올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내후년까지만 지속된다면 앞으로는 ‘김태훈’이라는 이름으로 쭉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진용~김태훈~하재훈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트리오’는 SK 마운드의 심장이다. 팀 타선이 흔들릴 때도 굳건히 중심을 지켜줬던 것이 바로 필승조다. 선두 자리를 사수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바라보는 배경에도 필승조의 활약이 한껏 녹아있다. 이는 곧 필승조 구성원들에게 자부심이 되어 돌아온다. 김태훈은 “주위에서 그렇게 평가해줘 뿌듯하다. 하지만 기대에 부응하려면 경기에서 100%를 보여드려야한다. 그래서 필승조 모두 몸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거침없는 질주에 개인 목표를 거듭 상향 조정해왔다. 처음에는 승리·홀드·세이브 숫자를 모두 합쳐 30개를 채우기로 마음먹었지만 금세 달성해 40개로 키웠다. 4승 27홀드 7세이브를 기록 중인 김태훈은 새 목표까지도 단 2개가 남았다.

여기에 필승조 공동 목표까지 추가됐다.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 시즌동안 한 팀에서 30홀드 달성 투수 2명, 30세이브 달성 투수 1명이 동시에 배출되는 일이다. 서진용이 30홀드를 채웠고 하재훈은 이미 34세이브를 수확했다. 데뷔 첫 30홀드 달성까지 3개를 남겨둔 김태훈은 “최초의 기록이라고 들었다. 꼭 셋이 함께 달성하고 싶다”고 했다.

김태훈은 뜨거웠던 2018년의 가을을 잊지 못한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선 4경기 평균자책점 1.17에 1승 2홀드를 거두며 최우수선수(MVP) 수상에 가까워졌을 만큼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가을에 대한 기대감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팀이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하기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을 생각이다. 김태훈은 “가을이 기대된다. 하지만 지금은 포스트시즌을 생각하기 보다는 매 경기 전력을 다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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