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는 홍보, 축구는 깜깜이…새삼 확인된 북한의 이중성

입력 2019-10-18 12: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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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ㅣ대한역도연맹

2019아시아유스·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가 20일부터 북한 평양에서 개최된다.

대한역도연맹은 18일 70여 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했다. 참가선수 38명(주니어 18명·유소년 20명), 코치 및 임원 30여명, 기자 2명으로 구성된 일행은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입성한다.

류경·정주영체육관 내 청운가역도전용경기장에서 27일까지 진행될 이번 대회는 북한이 공들여 준비한 무대다. 전 세계에 체제의 우월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세계적인 역도 강국이다.

최근 태국에서 막을 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엄윤철이 남자 55kg급에서 세계기록(합계 294kg)을 수립하는 등 금메달 2개와 은4·동3개를 획득하며 위상을 지켰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북한은 금1·은4개를 수확했다.

북한은 2013년에도 국제역도연맹(IWF) 공인 대회를 개최했다. 아시안컵 및 아시아 클럽역도선수권대회다. 당시에도 한국 선수단이 출전했다.

그래서인지 북한은 올해도 한국에 비교적 협조적이었다. 선수 및 임원진 방북을 일찌감치 승인해줬고, 방북 규모를 놓고 다투지도 않았다. 심지어 항상 방문을 꺼려온 국내 기자들의 입국 승인도 별 트집을 잡지 않고 허용했다.

15일 김일성경기장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 북한-한국.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이는 최근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평양 원정에 나선 축구국가대표팀의 경험과 전혀 다른 상황이다.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0-0 무승부로 끝난 이 경기는 전 세계가 ‘지구상에서 가장 이상한 더비’로 꼽을 정도로 역대 최악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들과 임원진 등 방북인원을 정리하는 작업부터 북한의 ‘몽니’를 경험했다. 대표팀 공식응원단 붉은악마의 방북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었고, 풀(Pool)을 구성한 미디어도 전부 거부했다. 심지어 국제방송신호를 쏘지 않아 TV생중계가 이뤄지지 않았고, 홈 이점을 포기한 채 무 관중 경기를 진행했다.

전세기로 경기 당일 평양을 찾은 국제축구연맹(FIFA)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이 충격을 받고 “정말 실망스럽다”는 이례적인 강한 표현을 할 정도로 심각했다.

결국 자신들이 약세인 남자축구는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고, 그들이 강한 역도는 자랑스레 선전하는 특유의 이중성과 폐쇄성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한국역도에 이번 대회는 아주 중요하다. 2020도쿄올림픽 참가자격이 부여되는 랭킹 포인트가 주어진다. 대회에 나설 국내선수들 중에는 ‘포스트 장미란’ 이선미(19·강원도청)와 박혜정(16·선부중)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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