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김기덕 사건=영화계 관행…“연출 아닌 폭력”(종합)

입력 2017-08-08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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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현장] 김기덕 사건=영화계 관행…“연출 아닌 폭력”(종합)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측이 이번 여배우 A씨와 김기덕 감독의 사건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침묵된 영화계 내의 폭력, 폭언, 강요된 노출 등에 대한 관행을 근절시켜야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는 단순히 김기덕 감독에 대한 문제가 아닌, 영화계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는 영화감독 김기덕 공동대책위원회(여성성영화인모임,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렵영화협회 등 총 149개)의 주최로 김기덕 감독의 폭행 등에 관한 진실규명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날 영화감독 김기덕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김기덕 대책위) 측은 “지난해부터 영화계를 비롯해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수많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있어왔다. 그리고 오늘, 한국 영화계가 직면한 폭력, 폭언, 강요된 노출 및 베드신의 연기, 성상남, 성폭력 등 오랜 기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어온 인권침해 문제의 또 다른 피해사건의 해결을 위해 영화계, 여성계 법조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의 감정 이입을 위해 실제로 폭행을 저지르는 것은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될 수 없다. 이는 연출이 아니라 폭력이다. 배우는 시나리오에 있는 내용을 기반으로 해당 상황을 연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다. 성폭력 장면을 리얼하게 찍기 위해 배우와 사전 합의 없이 실제 성폭력을 행할 수 없으며, 살해 장면을 리얼하게 찍기 위해 직접 살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영화연출자 아닌 사람들도 그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리고 공동위 측은 “단순히 한 명의 영화감독과 한 명의 여성 배우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영화감독이라는 우월적 지위와 자신이 절대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영화 촬영 현장을 비열하게 이용한 사건이다. 수많은 영화 스태프들이 보는 앞에서 뺨을 때리고, 폭언과 모욕,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상대배우의 성기를 직접 잡게 하는 행위를 강요하고, 사실과 다른 소문을 퍼트려 피해를 이븐 여성배우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이다. 이는 피해자들의 이름만 바뀔 뿐 끝도 없이 반복되어 온 영화업계의 폭력적인 노동환경 등 뿌리 깊은 인권침해의 문제다”라고 이번 사건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언급했다.

또 “이 자리에 모인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이 사건을 지속적으로 주목하여 영화계, 나아가 연예계 전반에 만연한 인권침해의 문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이 사건과 대한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바이며, 영화계의 잘못된 연출 관행을 바로 잡아 모든 영화인의 인권이 보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고 마무리 지으며 요구 사항을 전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안병호는 “사실적인 화면이 영화를 만드는 미덕이 되고, 만드는 과정에서 폭행이나 강요가 발생해도 영화의 완성도와 작품성이 뒤로 사라지고 감독의 연출의도 말에 가려지고 있다. 최초 영화는 사람에 대한 기록이었다. 그렇듯 영화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일이다. 사람의 일을 잘 다루려면 같이 일하는 사람의 이해가 우선돼야 하는 것은 말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사건의 감독 김기덕은 영화를 만드는 기본적인 태도를 저버린 것이다”라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로 피해자가 다시금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곳이 영화가 되길 바란다”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변화돼야할 부분들에 대해 말했다.

이어 여성영화인대표 채윤희는 “이런 기구들이 만들어져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 사건이 나기 몇 달 전부터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 9월이나 10월 정도에 토론회를 거쳐, 대책 기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런 일이 생겨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찍는페미 대표 박재승은 “현장 내에 벌어지는 폭력들에 대한 책임은 현장 내 모든 제작자들에게 있고, 모두가 해결해 나가야 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대의를 위해서 여태까지 수많은 여성배우와 여성영화인들이 당한 성폭력을 감춰왔고 많은 동료들을 잃어야 했다. 그러나 여성문제 뿐 아니라 현장 내 수 많은 문제들이 권위적인 제작자들의 폭력아래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이명숙 변호사는 “촬영현장에서 사전이나 사후에 아무런 양해도 없니 수차례 사력을 다해 뺨을 강하게 내리치는 것이 연기지도가 될 수 없고, 시나이로 대본에 없는 무리한 요구를 강요하는 것이 연출이 될 수 없다. 폭행과 강요를 당한 다음날까지 정상적으로 촬영을 마친 뒤 마지막 1회차 촬영을 남겨둔 상태에서 김기덕 감독이 너무 무섭고 두려워 호흡곤란까지 오는 상황에서 김기덕 필름측과 상의 하에 하차를 결저한 것이 무단이탈이 될 수 없다. 영화촬영을 빌미로 촬영장 안팎에서 인격적으로 모욕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함으로써 인권침해를 가하는 것은 영화 촬영을 빙자한 횡포이자 범죄행위다. 이런 사실이 드러난 뒤 솔직한 자기반성이나 진솔한 사과는커녕 연기지도, 연출, 무단이탈 등의 단어로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은 세계적인 유명 감독이나 그 측근의 처신으로는 매우 부적절할 뿐 아니라 또 다른 범죄를 구성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며 “뜻하지 않게 언론에 보도가 됨으로써 수많은 추측과 사실, 다른 해명들이 난무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급히 기자회견을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명숙 변호사는 “4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다. 그 사이에 왜 묵혔으며 왜 이제 공개했냐는 게 문제였다. 그때 사건화를 시켰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개인적으로 있다. 하지만 이런 위계 구조 속에서는 보복도 두렵다. 결국은 입을 다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암수적인 문제가 많고, 성적인 문제는 사건화가 되지 않은 채 은폐된다. 많은 경우가 기소까지 가기 어렵다. 그래서 이 분들이 사법절차 내에서 제대로 된 사법정의가 실현되기란 어렵단 의심을 품고 시간을 끌게 된다. 또 본인이 당한 행위에 전형적인 강간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사건화하기 어려워서 고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고통을 껴안은 채 시간이 지연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발고가 된 계기도, 최근에 일어나는 갑질의 문제의 연장선에서 발고가 된 것이다. 사법적인 제도가 마련이 안 돼 있다. 법에도 없는 갑질의 행위로 발고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는 한국사회의 특이한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해주시길 바란다. 그래서 이제야 발고를 하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상황에 대해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실태조사는 영화진흥위원회가 같이 하고 있다. 여성 영화인 모임에서 실태 조사를 하고 있다. 9월초에 토론회를 진행하고, 거기서 밝혀진 바를 이야기 할 것이다. 여성영화인 모임에서 오래 전부터 필요성을 느꼈고, 이제야 시작된 것도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약 500여건 이상의 접수 조사가 이뤄진 상황이다. 9월경에는 그걸 바탕으로 토론회가 이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덧붙였다.



한편 여배우 A씨는 2013년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에서 주연을 맡았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감정이입에 필요하다며 A씨의 뺨을 때렸고 대본에 없었던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 결국 A씨는 영화 출연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A씨의 주장에 대해 김기덕 감독 측은 피소 사실은 맞지만 사실관계에 다른 점이 있다며 A씨의 주장은 반박했다. 김기덕 필름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랜 친분이 있던 A씨는 몇 차례 출연요청을 했지만 작품 제안을 할 때마다 거절을 했고 ‘뫼비우스’도 촬영 결정 후 2회 촬영을 하다 일방적으로 나오지 않았다”라며 “이에 제작비용이 없는 관계로 영화에 출연하는 여배우가 일인이역을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폭력 행위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 “첫 촬영 첫 장면이 부부가 서로 싸움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제가 디렉팅을 하면서 제 따귀를 제가 때리며 시범을 보인 것”이라며 “4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라고 덧붙인 바 있다.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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