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퀸’ 강예빈·‘오글마녀’ 김성은, “과연 역대급 보잉보잉”

입력 2018-12-24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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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ㅣ 원패스엔터테인먼트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처럼, 무엇에라도 홀린 듯 연극 보잉보잉을 보고 왔다. 보잉보잉은 대학로를 대표하는 소동극. 2002년 첫 선을 보인 이래 17년간 한 번도 대학로에서 간판을 내려본 적이 없는 연극이다.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 거듭되는 소동을 일으키는 것이 소동극의 기본이다. 이 소동은 후반으로 갈수록 걷잡을 수없이 눈덩이 마냥 불어나게 된다. 그리고 “아앗”하는 순간에 뻥!

17년 간 이어온 보잉보잉이지만 이번 시즌은 좀 더 각별하다. 캐스팅이 ‘각별’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보잉보잉 어벤져스’로 불리는데, 소극장 작품에서는 감행하기 쉽지 않은(역시 출연료 문제가 가장 크다) 스타 캐스팅을 과감히 시도한 것이다.

대중에게 ‘옥타곤걸’로 잘 알려진 배우 강예빈과 국민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로 큰 사랑을 받은 김성은이 이번 보잉보잉에 탑승했다.

보잉보잉에는 세 명의 스튜어디스가 등장하는데 강예빈은 세 명 중 가장 섹시하고 당당한 성품의 미국 항공사 스튜어디스 ‘이수’, 김성은은 귀염작살의 애교쟁이 아시아나 스튜어디스 ‘지수’ 역이다. 이날 공연에서 유은주가 맡은 ‘혜수’는 중국 항공사 스튜어디스로 터프한 걸크러시 캐릭터다.

사진제공 ㅣ 원패스엔터테인먼트


보잉보잉 같은 작품은 ‘그냥 보는 작품’이다. 심각하게 주제를 고민하거나 작품의 메시지에 공감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복선의 장치, 상징. 그런 것도 필요없다. 보잉보잉에 장치가 있다면, 그것은 완벽하게 웃음을 위한 장치다. 예를 들어 진열대에 놓인 양주 시바스리갈은 ‘C발’이란 단어를 끄집어내기 위한 도우미다. 순성이 입은 옷의 가슴팍 슈퍼맨 문양 역시 마찬가지다.

보잉보잉을 보며 빵빵 터졌다. 이 맛에 보는 작품이다. 관객에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시속 60km로 달리는 사이클 선수의 바퀴처럼, 멈추지 않는 웃음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보잉보잉은 타이밍의 예술을 보여주는 연극이다.

강예빈도 김성은도 연극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강예빈은 백지 상태의 처음이고, 아역 출신인 김성은은 성인이 된 후로 연극무대에 선 기억이 없다. 강예빈의 연기는 기대 이상. 워낙 울트라 슈퍼급의 몸매와 비주얼을 자랑하는 강예빈인지라(설상가상 이수의 의상은 매우 타이트하다) 관객의 시선이 분산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우였다.

강예빈 특유의 몽글몽글한 목소리 톤은 의외로 명확하게 대사를 객석으로 전달했다. 무엇보다 ‘센 언니’ 콘셉트의 이수와 잘 어울렸다. ‘섹시 코미디’ 분야는 확실히 강예빈의 영역이다.

사진제공 ㅣ 원패스엔터테인먼트


김성은은 어려서부터 천재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던 배우다. 그 실력이 어디 갈 리가 있나. “지수는 이래떠요~”하는 오글오글 애교연기에 많이 웃었다. 평소에는 지워져 있던 ‘미달이’가 애교를 부리니 살금살금 얼굴에 올라온다. ‘심폐소생술’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될 만한 명장면. 손가락이 안도 아니고 밖으로 오그라들 뻔했다.

강예빈과 김성은을 소극장 무대에서 볼 수 있게 해 준 보잉보잉에 감사의 편지라도 쓰고 싶을 정도다. 두 사람 역시 보잉보잉을 통해 연극의 매력과 관객의 반응을 마음껏 즐겨주었으면 좋겠다. 두 사람을 앞으로도 연극무대에서, 자주 보고 싶다.

순성 역의 안성훈 배우가 보여준 연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보잉보잉이라는 작품을 꼬치를 꿰듯 하고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지 척. 열연에 박수를 두 번 보낸다.

1시간 40분간 웃음의 바다 속을 실컷 유영하고 나온 기분이다. 요즘 독감이 유행인데, 웃음이 인간의 면역력을 길러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연말에 공연 한 편이라면 보잉보잉은 어떨까.
보잉보잉을 홍삼처럼 마셔보자.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 ㅣ 원패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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