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현장] 1년 만에 돌아온 H.O.T 콘서트…세기의 시간을 함께 건넌 ‘너와 나’ (종합)

입력 2019-09-21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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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를 건너 찬란한 시간을 함께 해온 우리”

노래를 너무 들어서 테이프가 늘어지고 콘서트 한 번 가려면 아침부터 은행에 줄을 서서 티켓을 사야했다. 매달 용돈을 받는 날은 각종 매거진과 이들이 나온 사진을 사기에 바빴다. 지금은 손가락 한 번 누르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여전히 구하기는 힘들지만 집에서도 콘서트 티켓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수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마음’이다. 지난해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모인 H.O.T와 팬들이 그랬다.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는 2019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High-five Of Teenagers)’ 콘서트가 열렸다. 평일 저녁인지라 오피스룩의 팬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날 약 1만 8000명의 관객이 모여 고척스카이돔을 흰물결로 장식했다. 강타의 사생활 문제가 터진 후 매진을 기록했던 콘서트는 취소표가 발생했지만 그럼에도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1년 만에 다시 열리는 콘서트이기도 했지만 상표권 분쟁 및 멤버 강타의 사생활 논란이 터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콘서트에 이어 올해 콘서트 개최를 앞두고 SM엔터테인먼트 출신 기획자 K씨가 그룹명 상표권을 주장하며 법정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H.O.T를 H.O,T라 부르지 못하고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로 콘서트명을 대체했다. 또 8월 강타는 우주안과 오정연과의 스캔들로 인해 신곡 발표를 취소하고 뮤지컬 ‘헤드윅’과 SM타운 콘서트 등에 나가지 않는 등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강타의 사생활 문제 후 많은 팬들이 실망한 터. 하지만 20년이 넘는 추억을 함께 안고 사는 팬들은 등을 돌리기보다는 그의 실수를 안아주는 법을 택했다. 멤버들이 자기소개를 할 때 강타의 순서가 돌아오자 어느 멤버들보다 함성이 크게 나왔다. 사고를 일으킨 사람인 동시에 마음고생 했을 그의 마음을 안다는 듯한 환호였다.


‘아이야(I Yah!)’를 시작으로 ‘전사의 후예(폭력시대)’로 무대를 시작한 H.O.T는 작년 콘서트에 이어 올해 역시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1년이란 시간이 짧기도 하고 길기도 했다. 팬들을 마치 어제도 만난 기분도 드는데 또 기다린 시간이 길기도 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토니는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조금만 해도 힘이 들긴 하지만 팬 분들을 보면 힘을 안 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콘서트는 지난해 콘서트 구성 방식과 별 차이는 없었다. H.O.T 4집 앨범 수록곡인 ‘Do or Die’를 함께 부르는 것을 제외하고는 앨범 타이틀곡과 ‘캔디’, ‘빛’, ‘행복’ 등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들을 연이어 불렀다.



개인의 솔로무대에서 토니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TOP STAR’를 꾸몄고 강타는 그의 1집 수록곡인 ‘스물셋’, 이재원은 그의 1.5집 수록곡인 ‘내 이름을 불러줘’와 H.O,T 시절 그가 작곡한 ‘You Got Gun’, 장우혁은 그의 신곡인 ‘Weekand’와 ‘Stay’를, 문희준 역시 그의 솔로앨범 수록곡인 ‘OP.T’를 불렀다. 특히 장우혁은 단련한 복근을 공개하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콘서트의 마지막은 여전히 아쉽고 슬프다. 앵콜곡으로 ‘우리들의 맹세’를 부르던 장우혁은 그만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고 다른 멤버들 역시 팬들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빨개졌다. 강타는 팬들과의 마지막이 못내 아쉬운 듯 팬들과 함께 후렴구를 계속 불렀다.

지난해처럼 스크린에 ‘내년에 보자’는 메시지는 없었다. 하지만 ‘그래, 그렇게’를 부른 후 문희준이 “가사처럼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라는 말이 이 완전체가 언젠간 다시 모일 거란 희망을 내비쳤다. 우리가 “문희준, 장우혁, 안승호, 안칠현, 이재원!”을 다시 외치는 날을 만날 수 있을까.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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