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KT의 ‘역대 최다 점수 차 역전’ 명승부, S존이 막았다

입력 2019-04-14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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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KT 위즈가 막판 집중력을 발휘했지만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문제는 뒷심 부족이 아닌 스트라이크존의 영향으로 그 고비 앞에서 무너졌다는 점이다.

KT는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2-14로 패했다. KT는 3-5로 뒤진 7회에만 9점을 내줬다. 스코어는 3-14로 사실상 백기를 던지는 듯했다. 주축 타자들도 대부분 교체됐다. 하지만 KT의 백업 멤버들은 분투하며 8회 4점, 9회 5점을 냈다. 만일 2점을 더 보태 역전에 성공했다면 최다 점수차 역전 관련 KBO리그 신기록이 쓰였다. 종전 기록은 SK 와이번스가 2013년 5월 8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서 달성한 10점차였다.

KT가 납득할 만한 판정으로 2점 차 뒤집기에 실패했다면 그건 뒷심 부족이고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에 스트라이크존이 찬물을 끼얹었으니 허탈함은 몇 배 이상이다.

12-14로 뒤진 9회 2사 만루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은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PTS(투구추적시스템)을 살펴보면 황재균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도 과하지 않았다. 장필준이 던진 4개의 공 중 9분할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온 공은 하나도 없었다.

포털사이트의 PTS(투구추적시스템)로 살펴본 9회초 황재균의 타석.


물론 PTS 시스템 자체만을 맹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초구와 1B-1S에서의 3구째 모두 바깥쪽 한참 빠졌다. 그럼에도 황인태 구심의 팔이 올라갔다. 황재균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답답함을 숨기지 않았고, 결국 4구째 바깥쪽 볼에 배트를 헛돌렸다. 1구와 3구를 잡아주니 당연히 배트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타자가 타격하기 쉽지 않은 코스였다. 결국 그대로 경기가 종료됐다. 황재균은 한참을 아쉬워하며 좀처럼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이러한 조짐은 13일 경기부터 감지됐다. 양 팀 사령탑 모두 13일 추평호 구심의 존이 넓었다는 데 동의했다. 1회 1사 1루에서 삼진으로 물러난 강백호는 데뷔 후 처음으로 스트라이크존에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도 이를 포착해 감독 부임 후 두 번째 어필을 했다. 스트라이크존은 심판의 고유 권한이다. 심판의 성향에 따라 넓을 수도, 좁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일관성이다. 경기 내내 잡아주던 코스를 한 번만 놓쳐도 타자는 혼란에 빠진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근 심판진은 3피트라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일관성 문제는 이쪽에서 더욱 심하게 불거지는 중이다. 13일 경기에서는 파울 제스쳐를 취했다 슬쩍 한 손을 내려 페어를 만든 장면도 나왔다. 이러니 심판진에 대한 불신이 꾸준히 제기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늘 “심판도 사람이니 이해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이해할 수 없는 오심이 나온다면 그건 문제다. 이날 KT의 뒷심이 갑자기 달라진 존 때문에 희석된 점은 선수들의 허탈함을 키울 수밖에 없다.

대구|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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