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콘서트] ‘25’ 서태지, 세대초월 문화대통령 귀환 (ft.방탄소년단)

입력 2017-09-03 07: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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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콘서트] ‘25’ 서태지, 세대초월 문화대통령 귀환 (ft.방탄소년단)

서태지가 스물 다섯 생일을 맞이했다.

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선 서태지 데뷔 25주년 공연 ‘롯데카드 무브ː사운드트랙 vol.2 서태지 25’가 열렸다. 공연은 블랙홀를 형상화한 로고와 ‘타임:트래블러’라는 타이틀 아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담았다.

기자는 서태지 세대가 아닌 탓에 그를 단순히 ‘문화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아티스트로만 알고 있었다. 공연을 본 후 서태지의 음악 다수가 이미 귀에 익숙하다는 걸 느꼈고, 서태지는 정체가 아닌 현 시대와의 지속적인 소통으로 문화 대통령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세련된 공연을 선보였다.


서태지는 이날 “여러분들을 처음 만나고 벌써 스물 다섯 해가 지났다. 첫 만남의 떨림을 아직도 기억한다”며 “오늘 이 자리는 25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준 여러분들을 위한 공간이자 내 노래 한곡 한곡에 생명을 불어넣어 준 여러분 한분 한분을 위한 무대다”라고 편지를 썼다. 이어 “25년 전 여러분들이 서태지라는 이름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듯 오늘은 시간을 되돌려 그때, 그곳에 나와 함께 했던 여러분의 이름이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이며 팬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서태지의 25세 생일 잔치는 국카스텐과 어반자카파의 오프닝 공연으로 시작됐다. 국카스텐은 ‘변신’ ‘펄스’ ‘도둑’ ‘하여가’를, 어반자카파는 ‘목요일밤’ ‘저스트 어 투 오브 어스’ ‘널 사랑하지 않아’로 주인공 서태지의 생일을 축하했다.

그리고 서태지는 ‘내 모든 것’ ‘줄리엣(Juliet)’으로 공연을 본격화했다. 특별 게스트는 대세 아이돌 방탄소년단이었다. 폭발적인 시너지를 기대했다면 살짝 아쉬웠지만 세대 통합이라는 면에서 의의있었다. 방탄소년단은 서태지와 태지 보이스를 재현, 다수의 무대를 함께 했다. 서태지 역시 댄스 퍼포먼스를 소화해 과거를 소환했다.


‘난 알아요’ ‘이 밤이 깊어 가지만’ ‘환상 속의 그대’ ‘하여가’ 무대를 꾸몄다. “이제 우리가 가장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 봅시다”라는 서태지 말과 함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됐고 2017판 NEW 태지 보이스는 ‘너에게’를 불렀다. 무대 후 관객들은 “서태지”를 연호하며 화답했다. 서태지와 방탄소년단의 컬래버레이션은 계속 됐다. ‘교실이데아’에선 자막으로 후렴구를 보여주며 떼창을 유도했고, 선후배는 무대를 마치며 “너무 좋았어요”로 애정을 표현했다. 또 명곡 ‘컴백홈(Come back home)’으로 장내를 달궜다.

서태지는 당시 레코딩 사운드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위해 약 세 달 전부터 악기 및 음향장비를 공수해 사운드 메이킹을 진행했다. ‘하여가’의 경우 태평소 소리부터 우리가 앨범을 통해 익숙하게 들었던 그의 오리지널 사운드가 잠실주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연출면에서 1993년 ‘마지막 축제’ 1995년 ‘다른 하늘이 열리고’ 등 당시 큰 문화적 충격을 안겨준 무대들이 2017년 진일보한 연출기법으로 재해석됐다.


‘필승’ 무대 전에는 아쉬운 소식도 전했다. 1995년도 게릴라 콘서트 영상과 함께 등장한 서태지는 “저때 여러분 다칠까봐 걱정 많이 했어요. 오늘 저때처럼 트럭으로 경기장을 돌면서 공연하려고 했는데 아쉽게 공연 기술이 거기까진 안된대요. 그래서 아쉽지만 무대 위에서만 할게요”라고 팬들을 달랬다. 이어 “내가 ‘필승’을 원키로 못 부른다는 말이 있더라”며 원키로직접 기타 연주를 하며 ‘필승’을 불렀고 강렬한 록 사운드를 더했다.

“회춘한 거 같았다. ‘필승’이 4집 음반이었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음반이다. 하지만 우리의 마지막이기도 했었다. 그때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다. 드디어 오늘 여러분에게 내 마음을 전한다”는 말과 함께 ‘굿바이(Good bye)’로 록 사운드로 후끈해진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이에 팬들은 불빛 이벤트로 서태지에게 화답했다.


서태지만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던 ‘테이크 원(Take One)’ ‘테이크 투(Take Two)’를 비롯해 불기둥과 함께한 ‘울트라맨이야’, 객석 쪽으로 불빛 방향을 틀고 구역별로 다 놀아보자했던 ‘탱크’ ‘오렌지’ ‘인터넷전쟁’ ‘로보트’ ‘제로(Zero)’로 20세기 말에서 21세기로 자연스럽게 ‘서태지 시대’를 들려줬다. ‘제로’ 때는 2008년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세계적인 지휘자 톨가 카쉬프를 초청해 완성한 ‘서태지 심포니’ 무대가 다시 어우러졌다.

‘틱탁(T'ik T'aK)’ 으로 아련함을 이어가기도 전에 서태지는 서태지 심포니 당시 공연을 추억하며 “이 곡이 제일 좋았다”고 ‘모아이(Moai)’로 감성을 이어갔고, 동심으로 돌아간듯한 건반과 실로폰 소리로 시작된 ‘소격동’에 이어 서태지 말에 따라 가장 최신 곡인 9집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으로 본공연을 마무리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 25년간 문화대통령으로 불리며 대중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았던 서태지의 노래, 여전히 한발 앞서간 서태지의 무대 그리고 잠실 주경기장을 찾은 3만 5천 여 관객들이 하나의 시공간에서 공존하는 특별한 순간으로 기록됐다.


<서태지 25주년 콘서트 셋리스트>

1. Intro
2. 내 모든 것
3. 줄리엣(Juliet)
4. 난 알아요
5. 이 밤이 깊어 가지만
6. 환상 속의 그대
7. 하여가
8. 너에게
9. 영원
10. 교실이데아
11. 컴백홈(Come back home)
12. 필승
13. 굿바이(Good bye)
14. 테이크 원(Take One)
15. 테이크 투(Take Two)
16. 울트라맨이야
17. 탱크
18. 오렌지
19. 인터넷전쟁
20. 로보트
21. 제로(Zero)
21. 틱탁(T'ik T'aK)
22. 모아이(Moai)
23. 소격동
24.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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