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윤지오 장자연 목격 “가해자들이 너무 떳떳하게 살아 억울하기도” (종합)

입력 2019-03-05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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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지오가 故 장자연 성추행 사건 이후 처음으로 얼굴과 목소리를 공개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윤지오는 5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윤지오는 故 배우 장자연의 성추행을 직접 목격하며, 이를 공개 증언한 인물이다. 증언 후 줄곧 얼굴을 숨기고 살았지만 이날 처음으로 방송에 출연했다.

윤지오는 “증언 이후로 일상생활 자체를 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언론에서 많은 취재가 있었다. 이사도 몰래 수차례 할 정도였고, 그리고 경찰 조사 자체도 늦은 시간부터 새벽까지 이루어지는 시간이었다”라며 “또 일하는 곳이랑 그때 당시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는데 기자들이 대학원까지도 오셔서 좀 생활하는 것 자체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윤지오는 故 장자연과 관련된 증언 이후 캐스팅에서 제외되는 등 불공평한 처사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어서 제외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고 몇 년 후에는 캐스팅이 안 되는 상황들을 직접적으로 체감을 했다”라며 “한 감독은 ‘그 사건에 너가 증언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캐스팅이 불가하다‘라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윤지오는 생활과 일에 많은 어려움이 있자 해외에 있는 가족들에게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얼굴을 공개하며 이야기를 하게 된 결심은 무엇일까. 그는 “내가 거주했던 캐나다의 경우 피해자나 가해자의 이름과 얼굴이 모두 공개된다. 그게 당연시 여겨지고 피해자가 숨어있지 않는다. 오히려 존중받고 살기에 한국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에 공개적으로 나섰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가해자들이 너무 떳떳하게 사는 걸 보면서 좀 억울하다는 심정이 많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윤지오는 이날 故 장자연의 문건을 직접 본 것에 대해 “당시 문건을 공개한 대표님이 유가족분들과 그렇게 원활한 관계가 아니었고 제가 중간에서 전달자 역할을 했다. 또 ‘문건에 너에게 자연이가 남긴 글이 있다‘라고 이야기를 해서 가게 됐다. 유가족분들이 보시기 직전에 제가 먼저 확인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문건이 소각되기 전에 모든 것을 봤고 경찰에 사실에 근거해서 성실하게 대답했다”라며 “故 장자연이 술자리에서 성추행한 것을 직접 봤다고 진술했다. 내가 기억하고 진술한 인물은 번복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라며 “하지만 그 당시에 21살인 제가 느끼기에도 수사가 굉장히 부실하게 이루어졌었다”라고 덧붙였다.

또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는데 뭔가 수박 겉 핥기식처럼 다른 질문만 계속 오갔다. 질문 자체를 늦은 시간에 들었고 13번이나 반복해서 들었다”라며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는데 왜 이런 부분의 질문을 해서 도대체 무엇을 확인하려 하는지가 좀 의구심이 들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윤지오는 가해자들이 故장자연을 테이블 위로 올려 노래 부르게 했고 본인의 무릎에 앉힌 뒤 성추행을 하였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증언을 했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언론사 기자는 전혀 그런 적이 없다며 방어권을 법정에 행사하는 중이다.

이에 대해 윤지오는 “그 나이에는 허구성으로 소설 쓰듯이 상상을 해서 말한다는 것도 불가능했었고, 조사가 이루어진 시기도 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리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거짓 증언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또 윤지오는 “난 목격자 입장인데 진술할 때 바로 옆에 가해자도 있었다. 그 와중에 진술하면 가해자가 비웃었다. 그러다 보니 심리적인 압박감이 있었다”라며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진술을 이어나갔다”라고 말했다.

결국 故 장자연 성추행을 본 사람 중 자신만 그 사실을 말했다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건을 진술했음에도 가해자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윤지오는 “당혹스럽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故 장자연 사건에 대해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많은 힘을 얻었고, 과연 국민청원이 없었더라면 이게 재수사에 착수하는 게 과연 가능했을까. 그냥 덮여지고 묻어졌을 사건인데 국민청원으로 인해서 재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되어서 국민청원에 응해 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윤지오는 故 장자연과의 친분을 드러내며 “언니랑 저랑 그 회사에 소속되기 전에 몇 개월 전부터 알게 됐고, 나이 차이가 좀 있다 보니까 언니가 굉장히 살갑게 ‘애기’ 라고 불러 주면서 많이 챙겨 줬었고, 참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한다”라며 “나는 한국에서 혼자 지내지만 언니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상황이어서 부모님이 없는 그런 어찌 보면 공통적인 분모가 있어서 그런 외로움들을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서로 많이 의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언니가 그런 문건을 쓴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고, 여배우를 떠나서 그냥 한 여자로 산다고 쳐도 이런 문건 자체를 쓴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언니가 기획사를 나오기 위해 작성된 문건이지 않았을까.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쓰여진 문건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윤지오는 “숨어 살기 좀 너무 급급했었었고, 그것들이 솔직히 잘못된 것인데 당연시 되는 이런 사회적인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살 수 없다’ 라는 판단이 들어서 해외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나 같은 피해를 겪은 분들이 세상 밖에서 당당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책을)썼다. 가해자가 움츠러들고 본인의 죄에 대한 죄의식 속에 살아야 되는데 피해자가 오히려 책임감과 죄의식을 가지고 사는 그런 현실이 한탄스러웠기 때문에 이제는 조금은 바뀌어졌으면 하는 그런 소망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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