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 ‘우상’, 아버지! 내게 정답을 알려줘

입력 2019-03-22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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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무비] ‘우상’, 아버지! 내게 정답을 알려줘

영화 ‘우상’ 리뷰를 쓰기 겁이 난다. 대중성과 예술성, 심지어 불친절함의 영역은 모두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수진 감독과 배우들도 “정답이 없는 영화”라고 했다. 하지만 정답이 있다면 얼마나 수월할까.

‘우상’은 ‘한공주’ 이수진 감독의 차기작으로,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간단한 내용을 어렵게 풀어냈다. 이수진 감독은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문제의 시작점’을 고민했고 영화를 통해 ‘대가리’를 저격한다. 그러나 144분 상영 시간 동안 구명회(한석규 분), 유중식(설경구 분), 최련화(천우희 분)가 각자 질주하면서 핵심 메시지는 길을 잃었다. 우상이 되고 싶은 사람과 본인이 좇는 것이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 그리고 우상조차 갖지 못하는 사람이 얽히는 ‘하나의 사건’만으로는 관객을 납득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다.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로만 접근한다면, 즐길 여지가 있다. 난감한 전개에도 계속 궁금해지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된다. 프레임(Frame) 안 프레임으로 보는 인물들의 모습은 쫄깃하고, 카메라와 인물 간 거리를 최대한 가깝게 유지해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담아냈다. 무음 처리까지 적절해 긴장감을 형성한다. 소품과 조명 등을 통해 인물들의 관계를 표현하려 한 부분은 해석하기 좋아하는 관객들에겐 적절한 떡밥이 아니었을까.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를 비롯한 조연 배우들의 연기는 믿고 볼 수 있다. 한석규는 과장된 제스처 없이 은근하게 악역 포지션을 소화하는 내공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나타냈다. 설경구는 속을 알 수 없는 표정과 날카로운 눈빛을 오가며 열연, 아들을 잃은 유중식 캐릭터에서 시작되는 영화인만큼 ‘우상’의 주된 분위기인 먹먹함을 적절한 수위로 표현했다. 천우희는 최련화라는 문제적 캐릭터로 쉽게 휘발되지 않는 잔상을 남겼다. 밑바닥 인생이지만 수틀리면 피라미드 꼭대기를 도려내는 성질머리가 인상적이다.

‘우상’은 절찬 상영 중.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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